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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대한민국 U-17팀 준우승, 한국 축구의 미래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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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많은 선수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서지 못하는 그들에게서 패배의  의 분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팬 역시 그들의 경기를 보며 같이 아쉬워했습니다. 이번의 패배가 이렇게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간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준우승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자격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번 경기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는 에이스 이승우의 돌파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를 마크했고 파울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승우는 혼자서 4개의 경고를 유도해냈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얼마나 그를 거칠게 대했는지 알 수 있죠. 특히 후반 중반 1:1 찬스를 뒤에서 태클로 막아낸 장면에서는 퇴장을 주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퇴장이라고 확신했지만, 심판은 이상하게 북한에 관대했습니다. 팔꿈치를 이용해 몸싸움하고 백태클을 불사한 북한에게 불이익은 그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죠. 동나이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승우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이승우는 파울을 당할 때마다 강하게 항의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북한이 원했던 반응이었을 겁니다.

 

수비진의 두 차례 실수도 아쉬웠습니다. 이번 대회 내내 스포트라이트는 장결희, 이승우에 집중되었지만, 대표팀의 또 다른 기대주라고 생각되었던 이상헌, 박명수에게서 실수가 보였습니다. 물론 북한도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특히 두 번째 골의 마무리는 대단했지만 역시나 우리의 실수가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이번 대회 내내 짠물 수비를 보여줬던 최진철호는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2골을 실점하며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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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말 잘했습니다. 물론 2골을 실점하는 과정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이승우, 장결희를 비롯 한국에 다른 유망하고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존재함을 분명히 보여준 경기였기에 의미가 깊습니다. 당초 4강이 목표였던 우리나라는 5연승을 달리며 최고의 기세를 유지했습니다. 비록 북한에 패했지만 기존 목표는 초과 달성한 겁니다. 

 

이번 대회는 내년에 있을 17세 이하 월드컵을 대비한 경기입니다. 지난 대회에서는 미리 탈락해버리는 바람에 17세 이하 대표팀에게 기회조차 없었지만 이승우, 장결희가 이끄는 17세 세대는 내년 세계무대에 데뷔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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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의 아쉬움은 어린 선수들에게 두고두고 약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기력이 점점 더 좋아지면서 선수들은 자신감에 찼을 겁니다. 특히 시리아전의 맹렬한 골폭격은 선수들의 마음에 알게 모르게 자만심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상대 북한은 8강과 4강을 모두 승부차기까지 치렀죠. 그만큼 체력이 고갈된 상대를 맞이한 선수들은 승리를 미리 예감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북한은 조직적으로 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선제골을 넣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죠. 

 

바르셀로나에서 축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며 대표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주목을 받은 이승우도 큰 성장을 했을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MVP와 득점왕을 모두 차지하며 자신이 아시아 최고의 유망주라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절대 동나이대의 선수들의 기량보다 자신이 훨씬 더 우월하다는 생각은 못 했을 대회였습니다. 두세선수를 가볍게 제치는 개인기, 드넓은 시야, 결정력과 패싱력, 모든 것을 다 보여준 이승우였지만 마지막 북한전에서는 결국 골문을 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과제는 이번 대회에서 노출한 약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죠. 특히 이승우가 막혔을 때,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느냐는 큰 과제가 남았습니다. 또한 공격에 비해 중앙 미드필더의 조율능력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또 이승우가 아래까지 내려왔을 때의 경기전개와 이승우가 센터 포워드 자리로 올라갔을 때 경기전개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팀의 또 다른 에이스인 장결희가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대표팀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박수쳐 주고 싶은 대회였습니다. 2002년 유치원에 다녔던 월드컵 세대의 육성이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에 관심갖고 지켜볼 대회는 다음 달 열릴 19세 이하 아시안 대회입니다. 해외파가 총출동하고, 특히 17세의 백승호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리나라 축구의 유소년 육성 능력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선수들 모두 비난보다 칭찬받아 마땅한 대회였습니다. 앞으로의 한국축구. 이들이 보여줄 활약과 성장이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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