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덕트 (Culducts : Culture + Product) : 한국의 IT강국이지만 정작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산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재조명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제품들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의미에서 ‘한국의 컬덕트’를 연재합니다. 컬덕트는 시대를 바꿀 정도로 영향력을 준 제품은 물론, 비록 판매에서 실패를 했더라도 일부 마니아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던 제품들도 포함됩니다.


한국산 제품이 세계 무대에서 언제부터 존재감을 드러냈을까요? 저는 이 칼럼을 연재하면서 그 뿌리가 어디인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삼성항공의 'FX-4'입니다.

 

케녹스, 삼성, 삼성항공, 삼성테크윈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삼성전자, LG전자의 시작은 상당히 늦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전자회사들은 1920~30년대에 두각을 나타냈고, 일본 전자회사들도 1940~50년대에 이미 세계 무대에 발을 디뎠지만 한국 전자회사들은 1960년대 이르러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LG전자는 1958년 국내 최초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생산했습니다. TV 생산은 1966년이 최초입니다. 삼성전자는 더 늦었습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최초의 TV를 생산하기에 이릅니다. 소니나 GE 등의 경쟁회사에 비하면 10년~30년의 차이가 난 셈이죠.


시작이 늦었기에 수출도 늦었습니다. 트랜지스터라디오는 간혹 수출했지만 큰 의미가 없는 양이었고요.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수출은 1975년 시작된 아남이라는 전자회사의 컬러TV 수출이 시초가 아닐까 합니다. 큰 인기를 끈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한국산 제품이 세계로 퍼지게 된 계기가 됐죠. 그러나 제품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주로 가격경쟁력 덕분이었습니다. 한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저렴한 제품을 내놓았기에 '싼 맛'에 팔렸던 거죠. 마치 10여 년 전 중국제품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말에 세계 무대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국의 브랜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바로 삼성항공(현재는 삼성전자로 편입)의 카메라입니다.

 

삼성항공은 원래 '삼성정밀'이라는 법인으로 1977년 시작됐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항공기의 엔진과 부품생산을 하는 방위산업체였습니다. 방위산업에는 카메라가 필수입니다. 삼성항공은 일본 미놀타 카메라와 사진기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카메라 제조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1984년 독자적인 카메라 생산을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카메라 기술을 전수해준 미놀타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2006년에 소니에 인수되었다는 점이죠. 반면 삼성항공은 삼성테크윈을 거쳐 삼성전자로 편입되면서 살아남았습니다.


삼성은 1989년 국내 최초의 줌카메라인 AF-ZOOM 700을 선보입니다. 서서히 한국이라는 나라에 삼성이라는 전자회사가 있다는 것을 세계인들이 알게 된 계기입니다. 삼성은 1991년, 100% 독자 기술로 만든 3배 줌 카메라 '퍼지 줌 1050'을 출시합니다. 이 제품은 부드러운 유선형의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 탑재로 영국의 유명 카메라 잡지 '프렉티컬 포토그라피'의 최우수 모델로 선정됩니다. 이 제품은 유럽 등지에 엄청난 수출에 성공합니다. 90년대에 삼성 카메라는 유럽에서 일본의 니콘, 캐논, 올림푸스 부럽지 않은 인기를 얻었을 정도입니다.

 

FX, FX4, 삼성항공

 

자신감을 얻은 삼성은 1994년, 이번 칼럼의 주제인 'FX-4'를 출시합니다. 이 제품은 아주 의미가 있는 제품입니다. 기능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고, 높은 디자인 퀄리티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 역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제품이 높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아기코끼리를 닮은 아주 재미있는 디자인과 세계 최초의 4배 줌 카메라라는 이유였습니다. 언뜻 유치해 보이는 디자인이지만 이탈리아의 '포르쉐 디자인'이 디자인을 맡았고 조립 완성도도 높았습니다. 코끼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은 세계 최초의 4배 줌 카메라라는 특성을 강조하기 위한 특별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코끼리 코가 길듯이 이 카메라는 4배 줌시에 렌즈가 길게 튀어나와 아주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이 제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과 독일, 일본의 카메라 업체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카메라를 생산한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충 스펙을 살펴보면 38~140mm의 4배 줌 렌즈와 세 가지 포커싱 시스템, 다양한 슈팅모드와 적외선 자동초점 등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탑재한 카메라였습니다. 크기는 다소 컸지만 그 당시 필름카메라와 비교하면 두께는 평균 수준이었고, 코끼리를 닮은 재미있는 디자인 덕분에 여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후에도 삼성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1995년 독일의 롤라이사와 일본의 유니온광학사를 인수하며 카메라 제조 기술과 렌즈 제조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킵니다. 그리고 1996년에는 삼성의 전문 카메라 브랜드인 케녹스를 발표합니다. 이때가 삼성 카메라 최고 영광의 시기였습니다. 카메라 업계의 최고상인 유럽 EISA에서 97년도와 97년도 2년 연속 수상을 이뤄낼 정도로 기술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났습니다. 이후, 삼성항공은 이름을 삼성테크윈으로 바꿨고, 2000년대 들어서는 주력인 방위산업보다 카메라가 더 잘 팔리는 역전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블루, 삼성, 카메라2005년 삼성 카메라 분야 1위를 지켜낸 블루 시리즈 카메라

 

그리고 2005년에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됩니다. 이는 전 세계 카메라 시장에서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이르러 미국의 코닥, 폴라로이드가 쇠퇴하고, 독일의 라이카, 롤라이, 미녹스 등도 무너져 가던 시기에 일본 카메라 제조사인 캐논, 니콘, 소니, 올림푸스의 공세를 막아낸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었고, 이는 삼성 케녹스라는 브랜드 덕분이었습니다.

 

최근 삼성 케녹스는 삼성전자로 편입되어 여전히 카메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 시대를 맞이해서 예전 같은 영광은 없지만 대신 그 노하우가 상당 부분 삼성 갤럭시폰으로 옮겨져 갤럭시폰의 카메라는 좋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삼성 FX-4는 국내의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한 첫 번째 브랜드이고, 해외 유명 디자인 업체인 '포르쉐 디자인'과의 협업, 해외 유명 업체들을 인수한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그리고 한국은 여전히 일본 카메라 업체가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컬덕트, 갤럭시S 시리즈가 걸어온 길 ▶ http://www.freedomsquare.co.kr/2247
한국의 컬덕트, 국내 최초의 TV VD-191의 모든 것 ▶ http://www.freedomsquare.co.kr/2338
한국의 컬덕트, 하이엔드 오디오 아스텔앤컨 시리즈 ▶ http://www.freedomsquare.co.kr/2412
한국의 컬덕트, 아이폰보다 앞선 혁신의 결정체 LG 프라다폰 ▶ http://www.freedomsquare.co.kr/2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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