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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무한도전 라디오데이의 영향력, 그로 인해 얻은 것과 잃은 것

 

 

어제는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무한도전이 지난 주 방송에서 예고한 라디오데이가 있던 당일이었죠.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은 직접 라디오 DJ에 도전, 라디오를 진행했습니다. 

 

이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 혹시 라디오 좋아하시나요? 저는 라디오를 중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듣다가 주부가 되고 나서야 다시 듣고 있습니다. 청소나 설거지할 때, 라디오를 들으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세상으로 빠지는 기분입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한 미디어인데요. 숨겨둔 추억 상자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무한도전 라디오데이에는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정형돈, 유재석, 하하가 아침부터 새벽까지 MBC 라디오에 출연, 돌아가며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이 하던 포맷은 그대로 유지하고, DJ만 무한도전 멤버들로 바꾸어 진행한거죠.

 

제가 느낀 라디오데이는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느낀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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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얻은 것

 

1. 무한도전 멤버들의 새로운 재능

 

무한도전 멤버들 가운데는 이미 라디오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멤버들이 있었습니다. 박명수나 하하, 노홍철이 라디오 진행 경험이 있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경험이 있었던 라디오 DJ들에게는 오히려 아쉬운 부분이 더 많았어요. 반면, 정형돈이나 유재석은 새로운 재능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배철수를 평소에 존경한다던 정형돈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배철수의 느낌대로 잘 진행했고,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한 유재석은 이적과 함께 매우 안정적인 진행을 보여줘 명불허전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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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특성상 말을 잠시라도 쉬면 매우 어색해지기 때문에 그 공간을 쉴 틈 없이 메워 주어야 하는데요. 기존 TV 말하기 방식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유재석의 경우는 라디오 진행을 정말 맛깔나게 잘하더라고요. 평소에도 말이 많다는 유재석은 명 MC의 명성에 걸맞게 라디오에서도 쉴 새 없이 말하며 공백을 채워나갔고, 2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촘촘한 진행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부분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유재석을 DJ로 노리지 않을까 싶어요. 국민 MC가 국민 DJ로 변신한 날이었습니다.

 

2. 무한도전 라디오데이의 최대 수혜자?! MBC 라디오

 

이 날 가장 큰 수혜자는 MBC 라디오였던 것 같아요. 특히나 MBC 미니의 다운로드 수는 역대 최대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저녁쯤엔 거의 MBC 미니 게시판이 다운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라디오에서는 MBC보다는 SBS가 더 인기를 끌고 있지요. 12시부터 시작하는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시작으로 컬투쇼와 올드스쿨로 이어지는 라인은 막강해서 MBC가 SBS의 인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죠.

 

하지만 라디오데이만은 달랐을 것 같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퀴즈를 내면 그 답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무슨 말만 하면 다 실검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답니다. 

 

청취율은 당연히 최고였을 것이고, 더불어 주파수와 프로그램까지 알리는 쾌거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포맷을 고수하면서 DJ만 무한도전 멤버로 바꾼 것이라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릴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MBC 라디오야말로 가장 많은 것을 얻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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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은 것

 

1. 무한도전 멤버들의 이미지

 

반면에 잃은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바로 무한도전 멤버들의 이미지인데요. 평소에 비주얼로 승부하는 것이 익숙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이 라디오에 적응을 잘 못한 것 같아요. 대부분 바쁜 스케줄로 잘 준비가 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고,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어색했을 수도 있고, 여러 상황이 있었을 텐데요. 진행을 잘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라디오를 듣는 내내 조마조마한 불안감이 느껴졌어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한 부분도 있었는데, 노홍철의 경우는 컬투쇼만큼 정신없게 했지만 재미는 떨어졌고, 기존 프로그램에서 퀴즈 단계별로 주는 선물을 자신의 마음대로 마구 퍼주는 부분은 약간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 같아요. 또한 깜짝 게스트인 조성모와 카라 박규리, 김도향이 노래할 때 계속 끼어들어서 노래했는데, 보이는 라디오였다면 재미있는 상황이었겠지만, 듣는 라디오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만드는 소음처럼 들려 아쉬웠어요.

 

지난주 무한도전에서는 라디오 방송 중 노래를 틀어줄 때 DJ가 끼어드는 것이 제일 싫다는 언급이 나왔는데요. 노홍철의 넘치는 에너지가 오히려 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너무 잦은 실수가 있었고요. 기존 프로그램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한 진행이 아쉬웠습니다. 

 

2. 기존 DJ들이 느낄 허탈감

 

이건 무한도전에서 잃은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DJ들이 잃었을 것 같은 것인데요. 그건 바로 허탈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기존에 오랫동안 진행을 해오고,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성실하게 진행을 했음에도 초짜인 무한도전 멤버들이 나오자 바로 청취율이 급상승하고 실검을 장악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좀 떨떠름했을 것 같아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다녀간 이후에 DJ들에게 허탈감이 찾아들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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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청취자는 분명 늘었겠지만, 아무래도 썰물처럼 다시 빠질 청취자들로 인해 씁쓸함도 남을 것 같아요. 이슈를 끌고 다니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부럽기도 하겠지만 그때 그 허탈감이 좀 채워지길 하는 마음입니다.

 


무한도전 라디오데이로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어요. 하지만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았던 라디오데이였던 것 같습니다. 기존 DJ들에게는 하루 휴가가 주어진 셈이고,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된 셈이고, MBC 라디오는 타 방송을 따돌릴 기회였고, 무한도전에게는 풍성한 방송분량을 제공했으니 모두가 윈-윈한 시너지 넘치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해요.

 

이번 주 무한도전에서는 라디오데이에 있었던 생생한 현장을 공개할 텐데요. 아마도 몇 주에 걸쳐서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하루에 만들어졌을 텐데 어떻게 무한도전에서 보이는 라디오로 잘 풀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그로 인해 기존의 라디오 DJ들도 주목되고, 프로그램 홍보 효과도 생기겠죠? 이로 인해 다시 한번 MBC 라디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지 않을까 싶어요.

 

잊고 있던 아날로그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그리고 TV보다는 라디오를 틀게 한 무한도전의 라디오데이에 감사하며, 저 역시 구석에 있던 라디오를 꺼내 먼지를 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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