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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CG없이 촬영한 영화 속 명장면 베스트 10

 

CG없는 영화 10편

 
며칠 전에 올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퀵실버 명장면에서 그런 얘길 했습니다. "제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했다고는 해도 역시 가장 리얼한 건 인간의 손으로 직접 표현하는 것이다"

 

해당 글에서 부연했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스턴트가 곳곳에서 쓰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한 땀과 노력이 들어가는 인간의 영역이 잔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과학이 삶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에게 영화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제 할리우드 영화에서 CG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CG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처럼 CG인지 실사인지 구분하기 힘든 수준을 갖추기 전에는 더 그랬습니다. '시네픽스'에서 이걸 잘 보여주고 있는 영상을 하나 공개했습니다.

 

직접 보셔도 좋고, 아니면 제가 간추린 이미지를 참고하세요~

 

   


'시네픽스'는 이런 류의 흥미로운 영상을 종종 공개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세요.

 
주의!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CG 없이 촬영한 것이 아니라

'CG를 주가 아닌 보조적으로 활용한' 장면도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프로도, 호빗, 간달프
   

10위는 <반지의 제왕, 2001~2003>입니다. 어떤 장면이 나올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죠?

 

반지의 제왕, 프로도, 호빗, 간달프

 
영화에서 보면 이렇게 두 사람이 마주 앉아있습니다. 프로도는 호빗이라서 작고 간달프는 그보다 훨씬 크지만 이 장면은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반지의 제왕, 프로도, 호빗, 간달프


실제로는 바로 앞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알고 보면 이렇게 카메라와의 거리를 각기 따로 두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착시효과를 이용하여 두 사람의 신체 사이즈 차이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런던의 늑대인간



9위는 <런던의 늑대인간, 1981>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어떤 장면을 꼽았을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런던의 늑대인간

 

바로 주인공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장면입니다.

 

이것도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릭 베이커가 엄청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 7초짜리 장면을 촬영하는 데 몇 개월을 투자했습니다. CG가 아니라 분장을 하나하나 더하면서 정말 노가다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짧은 분량으로 끝나자 감독인 존 랜디스에게 매우 섭섭해했는데 정작 관객들은 그것만으로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참고로 릭 베이커는 특수분장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며, 다수의 작품으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차례 수상했습니다.

 

늑대인간, 릭 베이커


8위는 <괴물, 1982>입니다. 이것도 유명한 영화라서 많은 분이 아실 것 같네요.

 

괴물

 

위 영상에도 나오는 것처럼 <괴물>에는 잘 알려진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원래 릭 베이커는 <런던의 늑대인간>이 촬영에 들어가길 기다리느라 몇 년의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이에 지쳐서 결국 <하울링>이라는 또 다른 늑대인간 영화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얼마 후에 존 랜디스로부터 연락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런던의 늑대인간>의 특수분장을 맡게됩니다.

 

그리고 <하울링>에서는 물러나야 할 상황에 처하자 릭 베이커는 자신의 제자였던 롭 보틴에게 자리를 겨줬습니다. 이전부터 릭 베이커와 함께 작업했던 롭 보틴은 <하울링>으로 쌓은 경험을 이듬해인 1982년의 <괴물>에서 맘껏 발휘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이나 괴물의 형체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것입니다. 

 

십계, 모세

  
7위는 <십계, 1956>입니다.

 

십계


이건 저도 조금 놀랐네요. <십계>에서 CG 없이 촬영한 장면은 그 유명한 모세의 기적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CG를 동원하긴 했습니다.


이렇게
↓ 

모세의 기적, 십계


눈치채셨나요?

 

<십계>에서 모세의 기적은 대형 수조에 저렇게 실제로 물을 쏟아붓는 걸 촬영한 후 역으로 돌려서(Rewind) 구현한 장면입니다. 이 방식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리메이크작 <십계>보다 약 30년 앞섰던 1923년의 <십계>에서 이미 사용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6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1977>입니다. 말이 필요한가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스타워즈 시리즈가 아직까지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놀라운 특수효과 때문입니다. 물론 CG의 도움 없이 완성할 수 없었던 영화긴 하지만 1970년대에 미니어처와 스톱모션 등을 동원해 우주전쟁을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위의 영상을 보면 데스스타에서 펼치는 전투도 미니어처를 동원했고 그걸 카메라로 촬영하여 합성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지 루카스도 조지 루카스지만 그와 작업했던 스탭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가히 대단합니다.

 

아르고 황금 대탐험

 

5위는 <아르고 황금 대탐험, 1963>입니다. 이건 정말 기막힌 우연이네요. 얼마 전에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어릴 적에 아버지와 함께 이 영화를 무지 재미있게 봤었다는 얘길 했었는데요!

 

아르고 황금 대탐험, 레이 해리하우젠

 

개인적인 인연을 떠나서 <아르고 황금 대탐험>은 이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영화입니다. 특수분장에 릭 베이커가 있다면 시각효과의 선구자로는 작년에 작고한 레이 해리하우젠이 있습니다. 그가 활동을 시작했던 1940년대는 당연히 CG의 전폭적인 동원이 불가능했던 시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시각효과를 선보이며 전설로 남은 이가 바로 레이 해리하우젠입니다.

 

아르고 황금 대탐험, 레이 해리하우젠

 

레이 해리하우젠은 클레이메이션과 스톱모션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였습니다. <아르고 황금 대탐험>에서도 그걸 엿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미지와 두 번째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죠?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레이 해리하우젠은 미니어처와 스톱모션을 도입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자기 혼자 이 모든 작업을 다 소화했습니다! 영화에서는 고작 3분에 불과하지만 촬영에 들어간 시간은 장장 4개월이 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르고 황금 대탐험>은 레이 해리하우젠에게 있어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트리 오브 라이프, 브레인스톰, 스페이스 오딧세이

 

4위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1968>입니다.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영화죠?

 

트리 오브 라이프, 브레인스톰, 스페이스 오딧세이

 

릭 베이커와 레이 해리하우젠에 이어 더글라스 트럼블까지 나오는군요. 더글라스 트럼블은 단 두 편의 영화로 그의 모든 이력과 업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바로 SF 장르의 걸작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블레이드 러너>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현재의 알폰소 쿠아론보다 먼저 영화를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었고 창조적이었으며 완벽주의자로 치가 떨리는 명성(?)을 갖고 있는 스탠리 큐브릭이, 불과 20대 중반의 더글라스 트럼블을 기용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특수효과를 맡겼다는 것만 봐도 어떤 능력을 지녔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 브레인스톰

 

더글라스 트럼블은 감독의 구상을 이미지로 실현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특히 아직까지 회자가 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위 이미지로 볼 수 있는 스타게이트 장면입니다. 인류의 기원을 찾던 보우먼이 스타게이트를 열고 진입하던 이 장면에서 쏟아진 화려한 빛의 향연은 놀랍게도 CG가 아닙니다.

 

지금이야 CG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지만 당시는 그럴 수 없는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대신 더글라스 트럼블은 카메라와 막을 조합하여 일명 '슬릿 스캔(Slit Scan)'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카메라의 장노출을 유동적으로 활용한 슬릿 스캔은 모션 컨트롤과 더불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영상을 완성한 두 가지 기법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재능으로 입지전적에 올랐던 더글라스 트럼블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짧은 경력을 끝으로 할리우드를 떠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브레인스톰>은 그가 직접 연출하기도 했었는데 여러 가지 말썽이 생겼던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30년을 할리우드와는 담을 쌓고 지냈던 그를 2011년에 돌아오게 한 영화가 있었으니

 

트리 오브 라이프, 브레인스톰

 

바로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전적으로 환영하진 않았으나, 더글라스 트럼블의 능력이 여전하다는 걸 증명했던 것만은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저 장면은 CG로 작업한 것이 아닙니다. 원래 CG로 하긴 했는데 테렌스 맬릭이 맘에 들지 않아 더글라스 트럼블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촬영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더글라스 트럼블은 '쇼스캔'이라고 하는 영사방식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데요.

 

왜 <호빗: 뜻밖의 여정>이 'HFR'로 주목을 받았었죠?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HFR은 보통 초당 24프레임인 영화를 48프레임으로 늘린 것입니다. 왜 늘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니 찾아보시길 바라며 생략하고, 쇼스캔은 일찌감치 60프레임으로, 그것도 70mm 필름에 접목했습니다. 한때는 조만간 120프레임으로 촬영한 영화를 선보이겠다고도 했었는데 아직까지 나타나진 않았네요.

 

로얄웨딩

 

3위는 <로얄 웨딩, 1951>입니다. 제목부터 왠지 어울리지 않는 영화인 것만 같나요?

 

로얄웨딩, 프레드 아스테어, 인셉션


 
여러분 중 상당수는 필시 <인셉션>의 복도 격투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아시는 분도 많을 것 같은데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걸 찍기 위해 회전하는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로얄웨딩, 프레드 아스테어

 
이렇게 생긴 겁니다. 그런데 <인셉션>보다 훨씬 먼저 이런 시도를 했던 영화가 <로얄 웨딩>입니다.

 

로얄웨딩, 프레드 아스테어

 
<로얄 웨딩>에서 프레드 아스테어는 중력을 거스르고 벽과 천장을 옮겨 다니면서 춤을 췄습니다. 어떤 식으로 촬영한 건지 상상하실 수 있겠죠?
 
이 영상을 소개하면서 반가운 이름을 많이 보네요. 전설적인 뮤지컬 배우 프레드 아스테어도 그렇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다크나이트 베트맨, 배트맨, 크리스토퍼 놀란, 인셉션

 

2위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입니다. 어떤 장면일지 짐작하시나요?

 

다크나이트 라이즈, 다크나이트 베트맨, 배트맨, 크리스토퍼 놀란, 인셉션

 
바로 아이맥스로 촬영하며 베인의 등장을 알린 도입부입니다. 이 장면에서 실제로 비행기를 저렇게 매달아서 연기했던 것은 물론이고

 

다크나이트 라이즈, 다크나이트 베트맨, 배트맨, 크리스토퍼 놀란, 인셉션

 

폭파시킨 비행기의 동체를 진짜 떨어뜨렸습니다. 저기에 들어간 돈이 얼마일지...

 

그렇다면 1위는???

 

터미네이터2


<터미네이터 2, 1991>입니다. 빼놓으면 광분할 수도 있을 영화 그리고 특수효과에 있어 또 하나의 전설인 스탠 윈스턴이 드디어 나타났네요.

 

터미네이터, 아놀드

 

<터미네이터 2>에 대해서는 뭐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터미네이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각종 로봇과 미니어처 등을 동원했습니다.

 

터미네이터2, CG

 

스카이넷의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도 CG가 아니었습니다.

 

터미네이터

 

이건 또 어디에서 쓰였던 건지 금세 아시겠죠?

 

액체금속 로봇인 T1000이 다시 생성되던 것 역시 CG가 아니라는 것도 유명합니다. 이런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스탠 윈스턴입니다. 그는 <에이리언 2, 터미네이터 2, 주라기 공원>으로 아카데미에서 세 번 수상했습니다. 다들 좋아하시는 마블의 <아이언맨>에도 특수효과로 참여했죠.

 

아이언맨, 특수효과

 
영상에서 소개하는 이 장면도 CG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터미네이터가 마주하고 있는 건 거울이 아니었고 대역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앞에 보이는 게 진짜 아놀드 슈왈제네거였습니다. 얼굴이 동시에 살짝 보이는 린다 해밀턴은 쌍둥이를 동원해서 촬영했다고 하는군요. 린다 해밀턴이 쌍둥이였다는 건 저도 처음 알았네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이런 장면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를테면 <터미네이터 2>의 세계관과도 닿습니다. 컴퓨터가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할 것만 같은 세상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는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확고한 의지와 영역을 갖고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염세주의자에게는 이것이 갸륵한 자위일 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컴퓨터와 로봇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미래라면 마냥 달갑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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