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일명 개똥벌레라고도 합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밤이면 어렵지 않게 보던 날벌레죠. 그러나 꽁무니에 불빛이 나서 여느 날벌레와는 달리 신비롭게 느껴지던 곤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반딧불이는 우리 곁에서 사라졌습니다. 어린 시절 이후, 줄곧 도시생활만 해왔으니 볼 기회가 없었나 보다 했는데 요근래 숲 속에서 캠핑을 해도, 시골 밤길을 거닐어도 반딧불이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어디 반딧불이 뿐일까요? 개구리, 맹꽁이 등 자주 보이던 생물들마저도 휴양림이나 수목원에 가야 겨우 눈에 띄는 정도이니, 지금 자연은 우리 곁에서 멀어져도 한참 멀어진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반딧불이는 어느샌가, 용이나 해태 못지 않은 전설의 동물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다행이라면 형설지공까지 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신형원의 개똥벌레라는 노래 덕에 이름만큼은 친숙한 것이 다행일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반딧불 실물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은 역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반딧불이는 아주 깨끗한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환경지표 동물이라 더 보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특히 꽁무니의 불빛으로 구애 활동을 해 번식을 하기때문에 네온사인이나 자동차 불빛이 범람하는 도시에서는 도저히 살 수도, 그래서 볼 수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청정지역 전라북도 무주군을 찾았습니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반딧불이의 생태탐사 같은 거창한 목표는 애초에 세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반딧불이 축제'를 한다고 하니 행사장이나 근처 전시관에서 실물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말로만 듣던 신기한 곤충을 보여주고 우리 부부도 오랜만에 어린 시절 추억에 젖어보고 싶었거든요.
축제 첫날인 2014년 6월 7일. 무주읍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습니다.
무주 반딧불 축제는 올해로 18회째라고 하는데요. 지자체마다 비슷비슷한 축제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반딧불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지역 특유의 개성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무주의 반딧불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니 자랑거리로 내세울 만도 하고요.
2014 무주반딧불축제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무주군 일대에서 치러지는데요. 이 행사는 무려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최우수축제로 선정되었습니다. 단연, 대한민국 대표축제 중 하나로 꼽을만하죠?
제18회 무주 반딧불이 축제 행사 홈페이지 ☞ http://www.firefly.or.kr/
행사 홈페이지나 팜플렛에는 무주군 일원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주행사장은 역시 무주읍 내 남대천 일대와 지남공원입니다.
축제장 주차장에서 무료순환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지만 읍 자체가 그다지 넓지 않아서 적당한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도 큰 무리는 되지 않습니다. 버스터미널 바로 근처이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도 적극 권장할만하고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반딧불이 신비탐사, 반딧불이생태탐험, 맨손 송어잡기 등이 있는데 모두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긴 하지만 축제의 인기가 워낙 높아 말 그대로 운이 따라야 합니다.
우리 가족은 다 접어두고 남대천을 건너 지남공원으로 경로를 잡았습니다. 반딧불이 환타지 체험관, 영상관과 주공연장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체험활동도 가능해 따로 예약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한나절 보내기 충분합니다.
그중 역시 압권은 반딧불이 주제관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반디랜드에 가서도 표본으로밖에 접하지 못했던 반딧불이가 실물이 있다고 해 절로 기대감에 부풀었었는데요. 현란한 조명 속 반딧불이 환타지관이 먼저 반기는데 3D 안경을 끼고 보면 말 그대로 환상적인 동화나라가 펼쳐집니다. 3D로 보는 장면을 직접 카메라로 옮기지 못해 그저 아쉬울 뿐이네요.
그리고 환타지관 한쪽 칠흑같이 어두운 암실 속에 고대하던 반딧불이가 모여 있었습니다. 무려 20년 만이니 반딧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회가 새로웠는데요. 꼭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었지만 플래시는 커녕 휴대폰을 꺼내는 것도 금지, 눈으로만 보고 간직해야 했습니다. 여행 떠날 때부터 반딧불이 언제보냐고 집요하게 따지던(?) 딸아이에게 체면치레한 듯해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날씨는 잔뜩 흐려 후덥지근하기만 했던 오후, 남대천에는 맨손 송어잡기로 한바탕 전쟁과도 같은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미처 홈페이지를 확인하지 않아 달랑 400명만 입장 가능하다는 것도 모른 채 갔던 터라 우리는 구경만 해야 했지만요. 규정을 보니 30분 동안 1인당 한 마리만 잡을 수 있고 입장료는 만원이라니 어찌 보면 아이들이 뛰어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한 마리도 못 잡았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관광객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답니다.
그에 상관없이 우리는 송어잡기 체험장 바로 옆 워터파크에서 한바탕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이름은 '워터파크'지만 남대천 냇가에서 다양한 형태의 튜브를 타고 놀면 되는 소박한 물놀이터였죠. 구명조끼도 무료, 입장료도 무료여서 더운 초여름에는 이곳이 단연 최고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표정을 보기만 해도 더위가 달아나는 것 같죠?
실컷 놀고 축제장을 떠나는 길, 아이들은 기어이 징검다리까지 건너겠다고 합니다. 방금전까지 몸 담그고 놀던 얕은 물이니 행여나 빠질까 두려움 같은 것도 없이 한칸 한칸 발을 딛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하나 만든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한편으론 이렇게 멀리까지 나오지 않으면, 아이들이 마음 놓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사라지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주의 또 다른 반딧불이 테마명소, 반디랜드
반디랜드는 무주군 설천면에 위치한 또 다른 반딧불이 테마 명소입니다.
반디랜드 홈페이지 ☞ http://bandiland.muju.go.kr
반디랜드에는 곤충박물관, 천문과학관, 청소년수련장, 반딧불이 연구소가 있고 무엇보다도 바로 뒤편이 반딧불이 서식지라고 하는데요. 특히 반딧불이 축제 기간에 이곳에서는 상설 체험행사가 열립니다. 반딧불이 생태탐험도 무주읍 주행사장에서 출발해 이곳에서 1박 2일간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은 축제 전날 이곳을 방문해 직접적인 축제프로그램은 접하질 못했습니다. 행여나 기대하고 들어갔던 곤충박물관(입장료:성인 5,000원)에서도 반딧불이는 생체가 아니라 죽은 표본만 접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반디랜드는 어린이, 청소년 대상 공간으로 잘 꾸며진 공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반딧불이 시체(?)만 있다고 해도 곤충박물관은 다양한 곤충표본을 접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고 열대 밀림을 방불케 하는 온실도 구경할만했거든요.
축제기간 중에는 이곳에도 살아있는 반딧불이가 들어온다니 무주여행 중이라면 한 번쯤 꼭 들러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원본 포스팅 바로가기 ▶ http://goo.gl/5S7Eq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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