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 뮤지컬 공연장을 찾아보면, 꽤 흥미로운 풍경이 눈에 뜨입니다. 바로 외국인 관객들이죠. 특히, 일본, 중국 등에서 온 관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아주 드문 일이었지요. 그만큼 우리나라 뮤지컬이 이제 외국에도 알려지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대극장 공연 가운데에는, 일본어나 중국어 자막을 병기하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간혹 영어 자막을 게시하는 경우도 있지요.
흔히, 공연 팬들 사이에 회자되는 ‘뮤덕’이라는 명칭이 있습니다. ‘뮤지컬 덕후(오타쿠)’의 준말인데요. 팬을 넘어서 오타쿠 수준의 전문 팬(?)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대개 특정 배우나 작품에서 시작하여, 뮤지컬 전반으로 확대되곤 하는데요. 신기하게, 이러한 팬 층은 같은 공연계라도 연극, 무용보다는 뮤지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짐작컨데, 이게 뮤지컬이란 장르가 가진 특징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덕후는 대중문화 가운데서도 드라마, 아이돌 등에 많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은 드라마와 춤, 노래, 젊은 층의 배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으니 덕후를 양산하기 참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겠지요. 뮤덕을 통해 뮤지컬과 아이돌, 그리고 덕후들의 환상적인 조합이 드디어 현실화되고 있답니다.
▲ 다수의 아이돌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출처:유니온프레스)
뮤지컬은 노래와 춤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연기 전문성이 요구되는 연극보다 타 장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의 진입이 많습니다. 특히, 댄스그룹 아이돌의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요. 물론 뮤지컬 학과 등이 대학에 개설되어 전공 출신의 배우들이 속속 작품에서 활동하고 있긴 한데요. 아직 초기 단계라 보편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현재 활동하는 주연 배우들 가운데는 연극영화과 출신이 많고, 무용학과나 성악과 출신의 배우들도 많아요. 일단 자신의 주특기를 확보한 상태에서 부족분을 보강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학과가 생긴 건 뮤지컬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관객으로서 이러한 다양한 출신배경을 가진 배우들이 한 무대에 같이 어우러지는 것 역시 뮤지컬이 가진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지금 뮤지컬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 다채로움이 한몫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뮤지컬은 아이돌의 퍼포먼스와도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다양한 장르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겠고요. (최근 뮤직비디오 등을 보면 ‘연기력’ 또한 필요하니 말입니다.) 뮤지컬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유명 가수나 배우의 뮤지컬 진출은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개인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다양한 장르에서 펼치는 것이 문화계의 발전에 있어서도 꽤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각자 영역의 전문성과 풍토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죠.
우리나라 뮤지컬은 캐스팅이 더블 트리플, 심지어 쿼드러플까지 매우 다양하게 이뤄집니다. (심지어 7명까지 같은 배역을 연기한 적도 있었죠.) 메인 배우가 있고, 그 부족분을 언더나 스윙이 채우는 외국과는 다른 풍토지요. 게다가 이 다중 캐스팅의 배우가 캐릭터도 각기 다릅니다. 그래서 작품을 좋아하는 뮤지컬 팬들은 서로 다른 캐스팅의 조합으로 여러 번 관람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불가피한 부분도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캐스팅의 한 축에 ‘아이돌’을 넣는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모 작품의 주인공으로 3명이 캐스팅되었다면, 한 명은 뮤지컬 전문배우, 한명은 유명 배우, 한명은 아이돌 뭐, 이렇게 캐스팅하는 것이죠.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골라 공연을 보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뭔가 신기하죠.
처음에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많은 뮤지컬 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사실상 스케줄이 많은 아이돌 배우의 특성상 전체 연습 흐름이 깨진다는 비판도 있었고요.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잦아지면서 점점 더 관객도 제작진도 배우들도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나름의 요령(?)이 생겨나게 됩니다. 서로 적응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아이돌 배우의 유입은 새로운 관객층을 불러모으게 되면서, 적어도 마케팅에 있어서는 윈윈 전략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돌 배우 역시 예전보다 연습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력들이 향상되는 한편, 그들만이 가진 강점을 적극 어필하게 되면서… 최근에는 새로운 장점이 재조명되기에 이릅니다. 그중 대표적인 건, 바로 우리나라 뮤지컬의 해외 진출입니다.
한류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우리나라에 머물던 아이돌 팬덤은 세계 수준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요즘은 외국어 앨범이나 외국 콘서트 기획 등이 매우 흔한 일이 되었죠. 그에 발맞춰 그들이 출연한 뮤지컬이 외국에서 공연되는 현상도 종종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뮤지컬이 해외에서 공연된 사례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일 교류 차원에서 있었던 <갬블러>, 그외에는 교포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던 <명성황후>, <영웅> 등의 정도였죠. 그런데 요즘에는 <잭더리퍼>, <삼총사> 뿐 아니라, <김종욱 찾기>나 <빨래> 같은 소극장 뮤지컬도 종종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쓰릴 미>도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바 있고요. 대구에서 개발한 <투란도트>는 중국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이돌 배우가 출연하지 않은 공연들도 해외 공연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최근 준비되고 있는 창작뮤지컬 <뱀파이어>는 일본에서 초연을 하기로 되어있죠. 아이돌 배우를 보기 위해 내한하여 관람한 외국인 관객들이, 한국 뮤지컬의 팬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뮤지컬 배우들의 팬층도 두터워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팬미팅, 콘서트를 갖기도 하고, 다양한 기획 공연을 열기도 합니다. 매우 재미난 현상이죠.
처음에는 우려가 더 컸던 아이돌 배우의 뮤지컬 진출이 생각 이외의 순기능을 하고, 그것이 더 나아가 윈윈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랄까요. 그 결과 국내 창작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프랑켄슈타인>은 우리나라 작품 같지 않은 우리나라 토종 작품이에요. 충무아트홀에서 제작에 참여하고, 순수 우리나라 스텝들이 작품을 만들었지요. 원작이나 배경이 유럽이긴 합니다만, 그 안에 들어있는 감성은 그래서 매우 한국적입니다. 그리고 넘버 역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이나믹한 선율로 구성되어 있고요. 우리나라 드라마가 외국에서 인기를 끄는 건, 격정적이고 역동적인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성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은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멜로는 정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격정’에서는 빠지지 않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역시 이런 격정 멜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아이돌 출신에서 뮤지컬 배우로 안착한 뮤지컬 위키드 속 옥주현 (출처:뉴시스)
현재 뮤지컬 배우로 안착한 옥주현과 바다는 거의 전업이라 할 수 있는 상태라지만, 이후 등장한 JYJ의 김준수, 슈퍼주니어의 규현, 성민, 려욱, 엠블렉의 지오, 비스트의 양요섭 등은 여느 뮤지컬 배우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샤이니와 엑소 등의 멤버들도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죠. 이들은 사실 가요계에서의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첫 등장부터 완벽했달 수는 없지만, 점점 더 노련해지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들에 탄력받아 점점 많은 아이돌이 뮤지컬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리 아이돌들도 연기 훈련을 받고 온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어쨌거나 재주 많은 이들을 보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겠지요. 저 같은 관객에게 있어서는 말입니다.
문화는 거대한 역동성을 가진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확산될지, 그리고 성장할지 종잡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제가 처음 뮤지컬을 보기 시작할 때는, 여전히 우리나라 파이가 작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 보면 영역 간 교류도 활발해졌을 뿐 아니라,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규모 역시 계속 확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거품론을 내세우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에 대한 고민이 없지는 않고요.
하지만 역동성이 큰 만큼 또 유연하게 변화할 여지 또한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덩치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근본을 다지고 내실을 키우는 일도 꾸준히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생각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콘텐츠, 젊은 배우, 제작진을 키우고 기르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회 되면, 청소년 아들 딸, 아니면 조카들 데리고 아이돌 출연하는 공연 나들이 가보심이 어떤하신지요. 단언컨대, 이들의 반짝반짝 블링블링은, 확실히 ‘아이돌이 이래서 아이돌이구나.’하는 걸 분명히 느끼게 해줄 겁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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