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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우리에게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펴낼 때는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공장과 새로운 과학기술에 빠져들었습니다. 공장에서 각 부품을 연결해 만든 기계에 연료를 투입하면 회전축이 저절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경제도 커다란 동륜(driving wheel)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동 원리를 탐구한 끝에 ‘자기 이득’이라는 에너지로 작동하는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발견했습니다. 개인이 자기 이득을 추구하기만 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동체 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기업가정신(사진출처:매일신문)


당시 교회는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는 자기 이득을 추구하기에 앞서 공동체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에 견주어볼 때 가히 혁명적 발상이었습니다. 곧 경제를 기계로 파악한 애덤 스미스의 후학들이 출현했습니다. 이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마치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운행원리를 ‘중력의 법칙’과 같은 뉴턴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하듯,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설명해주는 ‘수요 공급의 법칙’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법칙을 찾아냈습니다.

경제를 기계로 보았던 18세기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전통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경제예측을 전문으로 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한 나라의 거시경제를 여러 개 부문으로 구성된 것으로 상정합니다. 각 부문 사이의 인과관계를 수식으로 설정하고, 에너지인 독립변수를 입력하면 국내총생산량이 얼마일지 계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매년 연말이 되면 다음 해 국내총생산이 몇 % 증가할 것인지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계산해서 발표합니다. 매스컴에서는 이를 충실하게 내보내고 있지요.


기업가정신(사진출처:한국경제)


경제를 기계처럼 보는 이런 인식은 기업 생산량을 자본과 노동의 함수로 상정하는 경제원론 교과서 속 생산함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얼마의 자본(기계)과 얼마의 노동을 투입하면 얼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 과정에서 인간인 기업가의 위험부담 의지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창의적 역할이 작용할 여지는 없습니다. 기계는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만들어진 원리에 따라서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말, 우리나라가 세계은행(IBRD)에 제철소 건립에 필요한 차관을 요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후진국 개발 차관 담당자였던 영국인 이코노미스트는 후진국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은 불가능하다면서 차관 제공을 거절했습니다. 얼핏 이해가 갑니다. 기계론적 기업관으로 보면 어떨까요? 당시 한국 기술 수준으로 봐서는 아무리 포항제철에 자본(기계)과 노동을 투입해도 철강이 생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박태준 포철 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 영국을 방문해서 그 영국인을 만났습니다. ‘아직도 후진국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영국인은 여전히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박 회장이 세계적 종합제철소로 부상한 포항제철을 예로 들면서 한국은 가능했지 않았느냐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박태준이라는 인적 요인을 참작하지 못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입니다.


기업가정신(사진출처: 스포츠서울)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맨큐 경제학원론 교과서 색인을 보면 경제주체인 소비자, 노동자, 노동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중요한 경제주체인 기업가, 혹은 기업가 정신이란 용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 경제학 교과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경제학원론 교재에도 기업이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을 다룬 책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학원론을 배운 학생마저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얼마나 자랑스럽고 보람 있는 일인지 알지 못합니다. 노동자에게 생업 터전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한 때는 일부 부유한 사람들만 누렸던 값비싼 문명의 이기- 예컨대 휴대폰을 서민뿐만 아니라 초등학생까지도 가질 수 있게 해주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 기업가 정신도 잘 모릅니다.

그런 이유때문일까요? 경제학원론을 공부한 학생마저 대학을 졸업하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인이 되려는 꿈보다는 일자리를 먼저 찾으려 합니다. 그 결과 젊은 세대에게 공무원과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이 되었습니다. 창업은 오히려 조기 정년을 맞아 현업에서 밀려난 세대들이 생존을 목적으로 시도하는 생계형 직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3월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학에서 젊은이들에게 기업가 정신과혁신을 확실히 가르쳐 창업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의 이런 견해를 환영합니다. 우선 대학의 경제학원론 강의에서부터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교육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젊은이들이 새로운 분야와 영역에 도전할 꿈을 가지도록 하고, 정부는 이들이 꿈을 펼칠 창업지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합니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