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창조경제론’이 화두입니다. 대선공약에 이어 대통령 취임사에서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서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으로 창조경제를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창조 경제의 목표는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최종 목표는 중산층 70%를 재건하여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창조경제의 의미가 담긴 취임사와 정부의 국정목표, 이 두 가지를 결합해 볼까요?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점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고용을 창출하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하여 창조경제를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로 정한 것이지요.
이런 창조경제론이 성과를 내서 경제를 재도약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득분배를 개선시키는 목표를 모두 이루길 바랍니다. 그러자면 모든 부문에서 국민과 기업이 혁신을 하려는 의욕, 경제활동을 하려는 의욕이 넘쳐야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는 창조산업을 일방적으로 정해서 육성하려는 것을 피해야합니다. 창의와 혁신에 기초한 경제활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부가 융합에 기초한 신산업과 신기술을 직접 육성하려 하면 지난 정부의 신성장동력 육성정책과 별 차이가 없으며 성공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경제환경은 과거의 추격, 모방시대와 다릅니다. 정부가 선택해도 시장이 선택하지 않을 위험이 큽니다. 민간부문에서 자발적 창의와 혁신에 기초한 신시장 개척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나야 비로소 창조경제의 모습이 생겨납니다.
창조경제의 환경조성, 제도와 정책 정비부터.
창조경제의 성패는 기업가정신의 진흥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원은 물론이고 기술과 자본, 경험도 없이 경제개발에 착수한 했습니다. 그리고 50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서 시작해서 2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 문턱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모든 국민이 ‘잘 살아보자’와 ‘하면 된다’는 긍정적 의지를 가지고 뒷받침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렇듯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환경에 따른 성장한계를 뛰어넘어 국민경제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요인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셈이지요. 우리의 경험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 달리 기업가정신이 쇠퇴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청년 NEET족이 100만 명을 넘는다.
생계 형 창업은 많아도 혁신형 창업은 드물다.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의 사내 기업가정신도 예전만 못하다.
위와 같은 이야기가 들립니다. 기업가정신의 실종을 걱정하는 이야기가 넘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은 미흡합니다. 이명박 정부에 와서야 매년 11월에 기업가정신주간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행사는 형식에 그쳤고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선진국의 대응자세는 우리 정부의 이런 태도와 매우 다릅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에서는 리스본 유럽 위원회를 통해 일찍부터 회원국 기업가정신 높이기를 핵심의제로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기업가정신 실태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힘써왔습니다.
여기서 ‘신규 창업은 적고 기존 기업의 큰 성장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 유럽연합 회원국의 공통적인 고민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처한 문제와도 비슷합니다. 우리도 늦기 전에 기업가정신의 회복과 확산을 위해 정부차원의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가정신은 중요합니다. 또한 지금은 심각하게 걱정할만한 위기 상황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관심이 미흡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기업가정신을 개인의 기질과 역량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즉, 개인의 도전과 모험정신, 융합지식과 혁신역량을 기업가정신의 핵심요소로 본 것입니다.
잘못된 관점은 아닙니다. 그러나 보통 기업가정신은 사람의 문제보다는 정부가 통제하는 제도와 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의 실패가 뒷날의 위한 자산이 아니라 패가망신이 되는 사회라면 어떨까요? 융복합 기술이나 상품을 개발해도 칸막이 규제 등 법령에 막혀 좌절하는 사회라면? 애써 만든 창조적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이 쉽게 남의 손에 넘어가는 사회, 성공해도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질시와 비판만 받는 사회라면 어떻게 할까요? 이런 제도와 환경에서는 창의와 혁신의 도전적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창조경제의 실현도 어려울 것입니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 핵심과제로 삼은 만큼 앞으로 다양한 정책 메뉴가 등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의 회복과 확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떤 정책도 모래로 세운 탑처럼 쉽게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창조경제의 근간은 기업가정신입니다. 이 기업가정신은 단지 ‘정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와 정책’의 문제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창의와 혁신에 기초한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서 창조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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