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물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구조적인 물가안정을 이루겠다는 의도입니다.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에 집중하겠다는 목적이지요.
앞선 정부는 '품목별 관리 실명제'와 같이 개별 품목의 가격 안정에 초점을 둔 물가대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힘으로 개별 품목의 가격인상을 억누르는 인위적 처방은 시장 왜곡이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킨 이전 정부의 가격 개입에서 교훈을 얻은 듯 보이지만, 새 정부 역시 여전히 시장 구조에 대한 간섭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미제스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강압과 강제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구조에 대한 간섭은 정부 간섭이 없는 시장에서 결정되었을 가격과는 다른 수준으로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가격과 아자율을 고정하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그러한 법령을 집행하기 위해서 강압과 강제를 반드시 동원하게 된다.” (L. V. Mises)
새 정부는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 ‘가격 밴드 정책’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을 정해 놓고 만약 농산물 가격이 한정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정부가 개입하여 가격을 잡겠다는 발상입니다. 또한, 민간의 시장 감시 기능을 크게 강화하면서, 이를 위하여 물가 감시 기구를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민간에게 시장 감시기능을 준다는 발상이나, 민간 기구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생각 역시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일 뿐이며, 간섭의 강화입니다.
미제스는 또한 이렇게 말했습니다.
“ 만일 상품 가격 (임금률 및 이자율 포함)에 대한 개입이 모든 가격, 임금률 및 이자율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사회주의로 시장경제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할 때는 시장 질서, 개인 상호 간의 교환,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기업가 정신 및 사적인 진취성 등은 실질적으로 모두 함께 소멸한다.” (L. V. Mises)
당국이 정한 가격 이하로 판매할 준비가 되어있는 잠재적 판매자들, 당국이 정한 가격 이상을 지불할 태세가 되어 있는 잠재적 구매자들이 있습니다. 잠재적 판매자는 혁신을 통하여 제품을 싸게 생산하게 됩니다. 잠재적 구매자들의 존재는 판매자들에게는 시장 혁신을 위한 신호가 됩니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가 깊어질수록, 그 누구도 더 이상 자신의 뜻대로 생산과정에 영향을 미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그저 개인은 정부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죠. 소비자와 생산자의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이 시장의 발전을 이끄는 법인데,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을 송두리째 뽑아 버리고 있습니다.
상품 가격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어느 한 가지 요소를 통제한다고 해도, 다른 요인을 동시에 통제하지 않으면 가격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미제스의 말처럼, 물가를 잡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한 정부의 간섭은 연속적인 간섭과 규제, 통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정부의 간섭은 시장 왜곡을 낳는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제스는 더 큰 문제를 지적합니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단지 한 상품이나 몇몇 상품 가격에 대한 고립적인 정부 간섭이 공정하지 못하며, 나쁘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가격 및 시장 구조에 대한 정부 개입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러한 간섭이 목적과 상반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며, 정부에게도,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L. V. Mises)
시장에 대한 작은 간섭도 커다란 파도가 되어서 돌아옵니다. 그러한 파도는 누구에게도 반갑지 않습니다. 시장은 우리 이성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상호 작용의 향연입니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패턴과 질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시장을 계획하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치명적 자만’에서부터 모든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 하이에크의 일침과 미제스의 가르침이 유난히 요즘 가슴을 맴돌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시작이 시장 적대적이지 않은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누구에게도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조언이 있다면 귀를 기울여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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