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스마트스쿨, 책가방 대신 아이패드를 쓸 수 있을까?


IT 산업의 유망분야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정부는 조만간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고, 애플은 이미 해당 플랫폼을 선보였다. 삼성·LG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스마트스쿨’ 구축 지원에 나섰다. 디지털 시대의 학생에겐 이미 낯설지 않은 스마트스쿨에서의 학습 경험.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준호는 책가방이 없다. 등교 첫날, 학교에서 10년을 근무한 준호의 담임선생님은 준호를 비롯한 반 학생들에게 ‘예전에는 학교에 오는 첫날이면 나눠줄 책이며 준비물이며 챙겨줄 게 산더미였는데….’라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준호와 아이들은 생소한 이야기에 손에 쥔 아이패드만 만지작거린다.

준호 담임 선생님이 새내기 교사였던 2007년에서 강산이 한 번 바뀐 2017년, 교내 환경도 통째로 바뀌었다. 연필, 지우개와 같은 필기도구와 서책으로 만들어진 무거운 교과서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분필 가루가 어깨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선생님도 볼 수 없게 됐다. 아이들은 태블릿 하나만 들고 다니면 되고, 교실엔 흑판 대신 전자칠판이 있다.


삼성·애플이 집중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교육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 환경에 노출된 사용자로,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키드로 불리는 요즘의 학생에게 기존 학교의 수업은 지루할 가능성이 높다. 현 학교의 사용자 경험이 다소 ‘일방적’인 경향을 띠고 있기 때문. 이는 매일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학생들의 생활에 반한다. 학생 관점에서 기존 수업 방식대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기만 할 때, 하품이 절로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일 터. 다행히도 오늘날 늦게나마 이에 대한 조처가 마련되고 있다. 학교의 사용자인 21세기를 사는 학생에 맞춘 스마트스쿨 미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IT 시장 선두에 양립한 두 기업의 행보도 지켜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로피안 스쿨넷(European SchoolNet, 이하 EUN)과 제휴를 맺었다. EUN은 영국·프랑스·독일을 비롯한 유럽 30여 개국이 학습 개혁을 연구하고 있는 유럽 교육 네트워크다.

해당 기관은 IT 기술과 접목한 교육 환경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삼성이 퓨처 클래스룸 랩(Future Classroom Lab)에 갤럭시노트10.1과 65형(65mm) 전자칠판으로 구현한 삼성 스마트스쿨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은 미국과 중국, 뉴질랜드에도 ‘스마트스쿨’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며, 국내에는 전남 초·중학교에 13억 원 상당의 IT 기자재를 지원한다.

삼성이 이처럼 기기를 미국·유럽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데는 우선 해당 국가 시장에서 태블릿과 전자칠판 점유율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학교에 기기를 지원하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삼성 기기로 학습하며 삼성이 제공하는 사용자 환경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결국엔 충성 고객을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는 지원에 머물러 있지만 훗날 제품을 다량 판매할 여지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삼성에 스마트스쿨은 당연히 사업에 포함할 필수 사안이다.


<삼성 스마트스쿨 솔루션을 구축한 미국 테네시주 지터중학교(좌)와 전남 완도 노화초등학교(우). 원격단말제어(CRM: Classroom Management), 학습관리시스템(m-LMS:Mobile Learning Management System) 기능이 제공돼 학생은 삼성 태블릿(갤럭시노트10.1, 갤럭시탭10.1)으로 65인치 전자칠판의 화면을 공유 받고 교사는 학생의 화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애플도 스마트스쿨 관련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19일 애플은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디지털 교과서 ‘아이북2’를 공개했다. 아이북2는 아이패드로 도표·오디오·동영상·애니메이션이 구현되는 쌍방향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아이북스토어를 통해 언제든 교과서를 구매할 수 있다.

이날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담당 선임 부사장은 “아이북2는 아이패드를 통해 학생이 새로운 교과서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며 교과서 플랫폼 공급자로서 자신감을 보였다. 애플이 이 같은 행보를 취하는 이유는 디지털 교과서는 어마어마한 매출 잠재력을 보유하기 때문. 장기간 꾸준히 소비되는 교과서 시장을 새로 선점하면 해당 시장은 기업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스티브잡스가 생전 숙원 사업으로 기획한 분야기도 하다.

국내·외 정부도 스마트스쿨 도입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 학생에 맞춘 교육을 위해 더는 미룰 순 없단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작년 6월 정부가 디지털 교과서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9월에는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2012 좋은학교 박람회’를 개최하고, 스마트 교실을 따로 마련해 디지털 교과서와 온라인 강의를 연계한 시연행사를 학생들에게 선보였다.

일부 학교는 이미 시연 단계다. 세종시는 스마트스쿨이 전면 도입했으며 2030년까지 총 150개 스마트스쿨을 설립할 계획이다. 서울 이태원초등학교와 계성초등학교, 대구 영신중학교, 전남 8개 초등학교도 스마트교육 지원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애플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 아이북2>


미국은 한국보다는 일찍이 스마트스쿨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15년 전부터 학교 교과서가 디지털 콘텐츠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아른 던컨 미국 교육부 장관은 2017년까지 미국에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할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의 ‘미국 스마트스쿨, 떠오르는 IT산업 유망분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09년 2월 13일 통과된 경기부양법에서 교육 분야가 차지하는 전체 지원금 규모가 486억 달러이며, 교육시설과 건물 스마트화 프로젝트에 투여될 지원자금은 전체의 18.2%인 88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농촌 및 소외지역 내 교육시설 및 공공기관 브로드밴드 건설에 25억 달러, 도서관 및 주립대학교 컴퓨터 기능 제고에 2억 달러를 들였다. 이 외에도 러시아·호주·싱가포르 등 전 세계 많은 학생이 수업에서 다른 사용자 경험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교육 정책과 기술이 발현 중이다. 스마트스쿨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손범석 이태원초등학교 교사는 “아직 국내 스마트스쿨은 교내 전체에 IT 기술을 융합한 ‘교실개혁’ 수준은 아니나 조금씩 교육 방식을 변화해 사용자인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사와 국내 스마트스쿨 UX 현황을 짚어봤다.





interview
손범석 이태원초등학교 교사(4학년 1반 담임)


w.e.b. 이태원초등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선정한 국내 1호 스마트교육 연구학교(이하 스마트스쿨)인데요. 현재 어떻게 스마트 교육을 진행하고 있나요.

아직은 스마트스쿨이라고 해서 전 과정을 IT 기술로 운영하고 있진 않습니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예요. 학생의 학습 성취도를 향상하기 위해 조금 더 교육에 효과적이라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온·오프라인 혼합 학습(Blending-Learning)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기존 수업 방식을 디지털 네이티브인 현 학생에게 맞춰 바꾸는 겁니다. 주로 협동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할 때 태블릿, PC를 이용하는데요.

구글 문서 도구·미투데이 밴드를 활용해 의견과 자료를 공유해요. 현장학습 시 내용을 캠코더로 촬영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하고요. 그 외 학교에 ‘스마트룸’이 있어요. 그곳에서는 수업의 70% 정도는 전자칠판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합니다. 학교 전체는 무선인터넷이 지원되고요.


w.e.b. 어떤 기기를 사용하고 있나요.

태블릿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LG V901을 활용하고 있어요. 미국·일본에서 판매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않았어요. 서울시교육청이 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이 체결돼 있어 주로 LG 제품을 지원받습니다. 우리는 태블릿 50대로 수업 내용에 따라 돌아가면서 사용하고 있고, 세종시 내 스마트스쿨은 1인 1대가 원칙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직 태블릿을 자주 활용하진 못하고 있어요. 안드로이드 계열은 교육 앱이 많지 않고, 활용도도 떨어지는 편이라서요.


w.e.b. 이 같은 스마트스쿨 도입으로 학생이 얻는 경험 가치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의 수업은 교실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해 제약이 많았어요. 교사가 제공하는 자료, 아이들이 학습하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자료도 책에 국한했고요. 디지털에 익숙한 아이에게 다소 비효율적이고 심심한 경험을 안겨줄 수 있었죠. 스마트 교육으로 학생은 가상 공간, 현장학습 시 외부에서도 공부하게 돼 훨씬 흥미로울 겁니다.

검색이 수월한 환경이라 필요할 때마다 수업 관련 자료를 활용하기도 좋고요. 다양한 자료를 수렴해서 체득하는 거죠. 그것으로 조별 토론을 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모은 자료로 오프라인에서 발표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정리하면 ‘다양한’ 수업 방식을 경험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봅니다. 다만 디지털 교과서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학생이 좀 더 완성된 스마트 학습을 체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w.e.b. 선생님으로서도 새로운 경험일 것 같은데요.

예전에 일방적으로 하는 수업이 많았다면 요즘엔 학생과 함께 수업을 꾸려나간단 기분이 들어요. 한 번은 아이들과 시의원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현장을 녹화하고 유튜브와 미투데이 밴드에서 공유했어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학습 효과가 바로 보여 뿌듯했어요.


w.e.b. 기존 교육 방식과 가장 두드러지는 UX 차이점을 설명해주세요.

IT 기술 활용 면에서 사용자 경험을 짚는다면 기존엔 학생이 PC의 플래시라든지 인터넷 익스플로러 환경을 많이 사용했어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검색하고 워드나 HWP로 자료를 정리했죠. 이제는 다양한 기기를 활용하게 됐어요. 마우스와 키보드란 인풋 요소가 터치로 전환하면서 학생이 더욱 간편하게 스마트 기기로 교육 자료를 찾아보고 입력하게 됐죠. 여전히 키보드로 생산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요. 또한, 학생은 클라우드 환경으로 의견을 공유하고 필요한 지난 수업 자료는 내려받아 복습하는 데 써요.


w.e.b. 생산 활동에 태블릿을 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잠깐 언급하셨지만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iOS에는 쓸만한 교육용 앱이 많이 있지만 우리가 활용하는 태블릿이 지원받는 안드로이드에는 거의 드물어요. 교육에 앱을 적극 활용하려면 금방 인풋이 되는 음성인식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하기도 하고요. 안드로이드 교육용 앱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나와 있는 안드로이드 교육용 앱은 대부분 PC 버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 강해요. 태블릿, 스마트폰과 같은 터치 기반 기기는 버튼을 많이 두면 오히려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대부분 그러한 방식이죠. 아이들은 버튼이 있으면 모두 눌러보고 싶은 심리가 있거든요.

소크라티브(Socrative)라는 간단한 iOS 기반의 교육용 퀴즈 앱이 있는데요. 교사가 앱에 질문을 업데이트하면 학생이 바로 답을 체크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으로도 확인이 가능하고요. 이 같은 형식을 그대로 취한 앱만 안드로이드에 나와도 수업을 시작할 때나 도중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텐데 아쉬워요.


w.e.b. 현재 스마트스쿨에서 이슈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일단 학생은 스마트 교육을 받을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아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환경을 접해 기기와 새로운 수업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 교사의 준비가 필요하죠. 기기를 이해하고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고민해야 해요. 이전과 달리 지금 학생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세대니 그들이 흥미로워할 부분을 연구하고 끌어 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학생은 스마트폰으로 일정 콘텐츠만 사용할 거예요.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지만 무방비 상태로 놓이게 되는 거죠. 학생이 가치 있는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방향을 끌어주는 것도 스마트스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예요.


w.e.b. 결국엔 스마트스쿨에 자주 활용될 교육용 앱 UX는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할까요.

활용 앱이 교사용과 학생용으로 분리됐으면 좋겠어요. 교육용 앱은 교사와 학생이 사용을 겸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학생용에 가깝거든요. 학생용은 세세한 자료를 찾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요하지만 교사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요.
교사와 학생의 UX 차이를 인식하지 않은 기기도 자주 보여요. 수 없는 기능을 기기에 집어넣다 보니까 굉장히 UX가 복잡해지는 거죠. 전자칠판을 보면 막상 교사가 사용하는 컬러는 몇 가지 안 되는데 너무 많은 컬러를 지원해요.

어떤 건 굳이 팝업 메뉴로 띄워 놓고, 터치 한 번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뎁스가 지나치게 많고요. 모두 PC 기반 마인드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닐까 싶어요. 기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착오가 있었던 것 같고요. 이런 부분을 교사와 많이 이야기해서 개선·개발됐으면 좋겠어요. 학생에게는 집중력을 저하하는 요소들은 자제하면서 흥미를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랍니다.



자유광장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