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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걸그룹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만난다면?


요즘 우리나라 음악계를 점령한 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걸그룹' 입니다. 성년이 되기 직전의 귀엽고 예쁜 소녀들이 모여서 멋진 댄스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소녀시대의 대성공과 함께 지금은 가장 사업성이 높은 그룹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멋진 걸그룹은 세계 각지에 한류 열풍까지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지요.

(사진출처: 인즈타임스)


그런데 비슷해 보이는 이들 걸그룹 업계에도 출발점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커다란 주요 기획사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각광을 받으며 데뷔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소기획사를 통해 작은 무대부터 치르며 한단계씩 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아무런 혜택도 규제도 없이 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셈입니다.

만일 걸그룹 시장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같은 게 생긴다면 어떨까요? 힘 없고 작은 기획사를 보호하고 산업 전체를 성장시키겠다는 목적을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을까요?


1. '카라(KARA)' 같은 걸그룹이 나올 수 있을까?


일본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킨 걸그룹 '카라(KARA)' 는 흔히 '생계형 아이돌' 로도 유명합니다. 기획사가 넉넉하지 못하고, 처음 내놓은 앨범이 실패한 후 그대로 그룹이 해산될 뻔 했습니다. 보통 연약한 걸그룹은 이쯤에서 활동을 접고 해산하는 게 수순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라(KARA)' 는 달랐습니다. 리더 한승연이 케이블 방송까지 출연하고 구하라가 아이돌 운동회등에서 전력질주를 했습니다. 스스로를 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함께 카라의 인기는 서서히 올라가서 마침내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두기에 이르렀습니다. 완전히 밑바닥부터 자생한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이런 치열한 경쟁을 할 동기를 주지 않습니다. 아예 영역을 따로 만들어서 대기업과의 경쟁을 차단합니다. 제도 시행으로 경쟁의 강도가 낮아지면서 중소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고 치열한 경영을 할 유인이 줄어듭니다.

걸그룹으로 비유하면 열심히 달리려는 걸그룹에게 그럴 필요없이 쉬라고 하고는 나머지 대형 기획사의 걸그룹을 아예 방송에 못나가게 하는 셈이지요. 실제로도 1997년 이후 중소·중견기업 중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풍산, 오뚜기, 이랜드 3개사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폐지된 이후,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을 올려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카라가 열심히 뛰어서 성공한 것은 것은 혜택이나 특혜 때문이 아닙니다. 성공에 대한 치열한 동기부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더 강화되면 과연 이런 '카라(KARA)' 같은 그룹이 더 나올 수 있을까요?


2. 걸그룹 한류는 일어날 수 있을까?


세계인이 우리 걸그룹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춤을 따라서 하는 한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선진국이 된 한국의 위상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하지만 가장 결정적 이유는 우리 걸그룹의 춤과 노래가 월등히 우수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약간 이상하지 않은가요? 우리나라보다 시장이 크고, 인구도 많아서 여건이 좋은 나라가 많습니다. 일본은 일찍부터 아이돌 그룹이 발달했습니다. 중국은 많은 인구가 있지요. 미국은 두말 할 것 없는 팝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한국 걸그룹에 열광할까요?

그것은 치열한 경쟁 때문입니다. 좁은 한국 시장에서 많은 걸그룹이 만들어졌는데 이들이 살아남고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려면 보다 좋은 노래, 보다 매력적인 춤을 선보여야겠죠. 여기에 독특한 카리스마와 개성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걸그룹들은 세계 어느나라에 내놓아도 월등한 춤실력과 가창력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경쟁을 제한합니다. 그러니 발전할 동기와 기회를 주지 못하겠지요. 만일 우리 걸그룹에 이런 적합업종 제도가 적용된다면 어떨까요. 한류의 원동력이 되었던 월등한 실력이 길러지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칫하면 수준낮은 노래를 불만섞인 표정으로 들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위의 표를 보면 오히려 이 제도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적합업종제도는 시장의 인위적 분할을 통해 일부 기업들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됩니다.  전체 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소비자를 포함한 경제 전체를 생각하는 넓은 안목이 필요합니다.


3. 외국 걸그룹이 우리 안방을 점령한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입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 콘텐츠와 물류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동합니다. 이런 시대에 경쟁력이 현저하게 뒤진 분야가 있다면 그 자리는 외국 기업이 들어오기 쉽습니다.

한류를 한번 볼까요? 우리에게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이지만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어떨까요? 외국 아이돌이 자국에 수입된 셈입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자기나라의 걸그룹이 대중이 원하는 수준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걸그룹이 더 뛰어난 개성과 실력을 보여주었다는 말도 되겠지요.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우리 중소기업을 보호하다가 해당 분야 전체의 경쟁력이 저하되면 그 자리에는 외국기업이 들어옵니다.


1996년~2001년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총 수입액에서 중소기업 고유업종 부문이 차지하는 수입액 비중이 22.9% 증가하는 등 고유업종제도가 오히려 해외기업에 의한 내수시장 잠식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재생타이어의 경우 국내 타이어 회사는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데 반해 최근 글로벌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 브리지스톤은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진출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처럼 경쟁력이 저하된 한국 아이돌 대신 우리 시청자는 외국 아이돌에 열광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굳이 가정(假定)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 음악이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갖지 못했던 예전, 우리 청소년들은 미국의 팝송이나 일본음악에 열광하기도 했습니다. 걸그룹의 경쟁력 저하되면 외국 걸그룹이 우리 안방을 점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4.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한류는 일부 대형 기획사만의 공로가 아닙니다. 또한 중소 기획사만의 공로도 아닙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면서도 적절한 협력을 통해 더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입니다.


(사진출처: 동아일보)


해외에서 같은 무대에 선 우리 걸그룹은 기획사가 어디든 한국을 대표한 우리의 아이돌입니다.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모두가 우리의 기업입니다. 함께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결국 그 이익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