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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한중FTA] 중국이 따돌린 한국 주력 산업 6가지, 한중 FTA로 극복 가능할까?

한중 FTA가 약속된 지금, 아직도 중국을 우습게(?) 보시는 분이 계신가요? 이젠 그런 선입견은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런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시더라고요. 중국을 여전히 우리보다 한참 밑에 있는, 세계의 하청 공장 같은 나라라고 여기는 분들이. 하지만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2014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으로 봤을 때 중국이 17조 6,000억 달러로 미국의 17조 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 본 것입니다. 한마디로 부의 중심축이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에 도달한 겁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

▲ 12월 5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경제의 '뉴 노멀'을 선언했다 (출처:아주경제, 신화사)

 

세계 1위의 부유한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중국. 그런데 과연 중국이 여기서 멈출까요? 그럴 리가 없지요. 지난 12월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의 '뉴 노멀'을 선언했습니다. 지금의 경제가 30년 전 개혁개방 정책에 의해, 수출을 통한 양적 성장에 기대 고속 성장을 한 것이라면, 이제 중국 경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중국과 FTA를 맺은 한국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간단히 말해 주력 산업 모두가 중국에 밀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 등 한때 우리가 세계 강국이라고 자랑했던 분야에서, 중국에 시장을 내주고 있습니다.


전경련에서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무선통신기기 등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을 8개 산업으로 재구성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중심으로 중국과 비교 분석한 결과입니다.

 

FTA, 산업별 한중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8개 산업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조사된 산업은 스마트폰•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정유•철강 등 6대 산업입니다. 원래는 우리나라가 앞서던 분야였는데 중국에 역전당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자동차까지 중국에 뒤진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데요.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 발굴이 매우 시급해 보입니다.

 

FTA, 한중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① ’14년 2분기 판매량 기준, 우리나라는 중국에 1.2%p 뒤지고 있습니다.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기업 9곳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와 우리나라 삼성•LG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를 비교한 결과, 중국은 31.3%, 우리나라는 30.1%인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이는 고가 제품군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인기가 여전하고, 중저가 제품군에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겸비한 중국 업체들의 다양한 제품이 자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FTA, 한중 자동차 세계시장 점유율

 

② 자동차산업은 중국 기업이 생산한 차들만 따로 집계한 결과, ’09년에 추월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03년도에 우리나라는(337만대, 5.4%) 46만대 차이로 중국(291만대, 4.7%)보다 우위에 있었는데요. ’09년에 243만대 가량 격차를 보이며 역전당했습니다. 이후 ’13년도 우리나라의 생산량은 863만대(9.8%), 중국은 1,097만대(12.5%)를 생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해외 생산을 통해 세계 점유율을 9%까지 확대했으나 정체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해외메이커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FTA, 한중 석유화학 세계시장 점유율

 

③ 석유화학산업은 통상 에틸렌 생산능력을 국가별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석유화학산업은 ’03년 우리나라 585만톤(5.34%), 중국 578만톤(5.27%)으로 우리나라가 약간 우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04년 중국이 역전한 이후 ’13년에는 우리나라 835만톤(5.4%), 중국 1,876만톤(12.2%)으로 1,041만 톤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국의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에서도 큰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증가율은 3.6%, 중국의 증가율은 12.5%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에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4위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10차~12차 경제 5개년 계획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한 결과 우리나라를 추월하고 세계시장 2위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TA, 한중 조선해양 3대 지표 비교

 

④ 조선•해양산업에서도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앞질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수요 진작과 금융지원으로 조선•해양시장 3대 지표인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 전 부문에서 모두 세계 1위(’13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성장에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LNG선, 드릴십 등 아직은 중국에 앞서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민•관의 아낌없는 R&D투자를 통해 대중(對中) 기술격차를 벌려 놓아야만 합니다.

 

한편 아직은 이기고 있지만 앞으로가 고민되는 분야도 있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은 10년 전이나 지금(’13년)이나 여전히 중국에 앞서고 있는데요. 앞으로 중국의 성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더 벌려놓아야만 합니다.

 

FTA, 한중 반도체

 

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 반도체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자체 투자여력이 미흡한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1,200억 위안(약 20조 7,540억 원)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로써 반도체 산업에서의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도 웨어러블•사물인터넷•자동차 등 차세대 분야에서 늘어날 반도체 수요물량에 적시 대응해야 하며, 세계시장 선도자로서 살아남을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FTA, 한중, 디스플레이

 

⑥ 디스플레이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양국의 최근 5년 간(’08~’13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6%에 그쳤으나, 중국은 29.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국 LCD 패널기업에 대한 중국 지방정부의 투자 사례]

ㅇBOE : 8세대 베이징 공장 50%, 8세대 합비 공장 58% 등
ㅇCSOT : 8세대 선전 공장 30%
ㅇTianma : 4.5세대 우한 공장 90%, 4.5세대 청두 공장 70% 등

 

최근 중국 정부는 BOE, CSOT 등 자국 LCD패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서며 LCD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는 6세대 이하 LCD 유리기판 관세율을 4%에서 6%로 인상하는 등 자국 LCD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쫓아가고 있을까요? 중국이 원래 앞서던 분야에서는 오히려 그 격차가 더 벌어진 형국입니다. 10년 전에도 컸던 중국과의 규모 격차, 지금은 더 늘었는데요. 철강과 정유산업의 경우, 조강 생산량과 석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분석할 때 ’03년에 이미 중국이 더 큰 산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그 격차는 훨씬 많이 커졌습니다. 우리의 주력산업 대부분이 중국에 역전당한 데 반해, 원래 뒤쫓아가던 분야에서의 격차도 오히려 커진 겁니다.

 

한중 철강산업, FTA,

 

⑦ 중국의 철강산업은 10년 사이 세계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03년도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2.9%이지만 ’13년에는 이에 2배가 넘는 48.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요.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세계시장 점유율이 4.8%(’03)에서 4.1%(’13)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중국산 철강재는 우리나라 내수시장에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철강재의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제도적 미비로 인해 철강재 부문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03년 약 27억 달러 흑자에서 ’06년 적자전환 이후 ’13년 약 34억 달러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FTA, 한중 정유산업

 

⑧ 정유산업 또한 중국의 양적 성장이 눈부십니다. 석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국은 ’03년 6.6%에서 ’13년에는 약 2배 늘어난 13.3%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03년 2.8%에서 10년 후에는 0.2%p 늘어난 3.0%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체적으로 한국 주력산업이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빠르고 거세게 성장하는 중국,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한중 FTA 체결이 우리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근래 중국 제조업은 추격형 전략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갖춘 ‘제조업 2.0’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하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중국에 따라 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 체결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주력산업을 다시 구출할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유 본부장은 지금의 위기를 터닝포인트로 만들기 위해 먼저 “기업은 중국과 격차를 벌릴 핵심기술력 확보와 기존 사업영역 이외 새로운 사업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올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평균 나이는 55세로 2019년이면 환갑”이라며, “사람의 평균수명과 달리, 제품과 기술의 수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주력산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유환익 본부장은 “엔터테인먼트•헬스케어 등 새로운 국가대표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면 민•관이 함께 ‘새산업 운동’을 추진하여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요.

 

FTA,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무섭게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중국. 이제 우리 기업이 활약할 무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시장을 잡아먹을지도 모를 거대 국가와 우리는 FTA를 맺었습니다. 이 한중 FTA라는 커다란 마당에서 한판 신명나게 뛰어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부의 대전환이 일어나는 지금, 산업과 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주목받는 지금, 과연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중 FTA가 그것을 발견할 계기가 되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미래산업팀 김태형 연구원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