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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한미 경제계, 시급히 풀어야 할 4대 과제는?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뗄 수 없는 사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명백한 우방. 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세계 시장에선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것이 바로 미국이란 나라. 때론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질 때도 있고, 친숙하면서도 까칠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 나라. 그래서 우리에겐 대화가 필요합니다. 서로의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하며 풀어나갈 수 있는 대화가.

 

▲ 전경련은 미국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제26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국대사, 태미 오버비 미상의 부회장, 폴 제이콥스 위원장(퀄컴 회장), 조양호 위원장(한진그룹 회장), 엄치성 전경련 상무,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한국과 미국. 양국의 주요 현안을 비롯, 차세대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양국 재계가 모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가 11월 5일,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 센터에서 개최한 제26차 한미재계회의 총회 이야기입니다. 

 

회의에는 조양호 위원장(한진그룹 회장), 폴 제이콥스(Paul Jacobs) 위원장(퀄컴 회장) 등 양측 위원장을 비롯해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마크리퍼트(Mark Lippert) 신임 주한 미국대사, 커트 통(Kurt Tong) 미국무부 부차관보, 홀리 빈야드(Holly Vineyard) 미상무부 부차관보 등 양국 정부인사 및 양측 재계회의 위원 7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또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영오찬에 참석해 한국의 경제정책과 한미경제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전했습니다. 저녁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주최 환영만찬이 국회 사랑재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 제26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조양호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조양호 위원장의 개회사가 있었습니다.

 

조양호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미FTA 발효 이후 양국의 교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5월 한국은 대미수출 누적 1조 달러 대미수출 누적 1,001,493,678,000$(1965년-2014.5월 누적기준, 한국무역협회)를 달성했다."며 "양국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에너지, 관광 산업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교역 2조 달러(‘14.9월 현재 누적 1.8조 달러) 대미교역 누적 1,857,994,589,000$ (1965년~2014.9월 누적기준, 한국무역협회)를 곧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회의에서 양국은 주요 현안을 해결하고, 산업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회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한국 재계는 이번 총회에서 미국 측에 한미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4대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한미경제협력, 4대과제

 

세부적으로 미공항 입국심사 신속화,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미국산 콘덴세이트(초경질 원유) 수출 확대를 요청했고, 한국산 유정용 강관 반덤핑 판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는데요.

 

1. 한미 관광활성화 위한 미국 주요공항 입국 심사 신속화 요청

 

한국경제계가 제시한 한미경제협력 4대 과제. 그 첫 번째는 바로 미국 공항 입국심사 신속화입니다.

 

주요공항 입국심사 소요시간, 입국부스 운영현황

 

2014년 7월 21일, 美CBP(Customs and Border Protection:국토안보부)는 항공권에 부과하는 미국 보안검색 수수료를 2.5$에서 5.5$로 120%대폭 인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주요공항에 설치된 입국심사 부스는 아직도 절반 이하만 운영되고 있죠. 이것이 입국심사시 긴 시간이 소요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대한민국 등 비자면제프로그램 적용국가의 국민이 전자여행허가제(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로 입국하는 경우, 무인입국심사대(APC:Automated Passport Control)를 이용해 빠르게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 및 안내가 부족해 활용률이 저조한 실정이죠.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연 136만 명(2013년 기준)을 넘어선 지금, 양국 간 관광활성화를 위해 美CBP가 입국심사의 인원과 시설을 확충하고 입국심사를 신속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한국 경제계는 장시간(최대 80분, 인천공항은 평균 13분 소요)이 소요되는 미국 주요공항의 입국(Immigration 통과기준) 심사 신속화를 요청했습니다.

 

2. 유학생은 많은데, 취업비자 발급은 겨우 1.9%?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요청

 

한국경제계는 한미 FTA 효과 극대화를 위한 후속조치로 한국인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2012년 기준 미국내 한국인 유학생 수(72,295명)는 중국(194,029명), 인도(100,270명)에 이어 3위 International Students in the United States,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 IIE 2012
를 차지합니다. 퍼센트로는 9.5%나 되지요.

 

전문직 비자

 

그런데 한국에 발급되는 전문직 비자는 전체의 1.9% (2,662명, 2012년 기준)에 그칩니다. 미국 유학 후에도 한국인의 미국취업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은 호주, 캐나다 등 주요 FTA 상대국에 FTA협정의 일부로 전문직 비자 쿼터를 제공한 선례[캐나다(무제한), 멕시코(무제한), 싱가포르(5,400개), 칠레(1,400개), 호주(10,500개)]가 있는데요.

 

이 선례처럼 한국인 전문직 비자쿼터도 확대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우리 국민에 연간 15,000개의 비자를 제공하는 전문직 비자쿼터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이 상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3. 비처리된 콘덴세이트 수출 허용 요청

 

지난 6월 26일. 40년 만에 미국산 콘덴세이트 수출이 허용됐습니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 나오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를 말하는데요. 매장되어 있을 때는 기체로, 지상으로 끌어올려지면 액체가 되는 초경질 원유입니다. 미국산 콘덴세이트는 국제 시가에 비해 배럴당 약 5달러가 낮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종류탑 처리를 거치지 않은 콘덴세이트의 수출이 허용돼, 한국에서의 수입이 가능해진다면 낮은 원유 가격으로 우리 업계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에만 좋은일이냐고요? 아닙니다. 美석유협회의 검토결과 원유 수출은 미국내 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무역적자를 233억불 축소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합니다. 양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는 것이지요.

 

좋은 결과가 예상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 수출을 허가 받은 기업은 2업체 Pinoneer  Natural Resources와 Enterprise Product Partners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증류탑 처리를 거치지 않은 콘덴세이트는 미국산 원유 수출금지 정책에 의해 원유로 구분되어 수출이 불가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국내로의 원활한 콘덴세이트 도입도 어려운 상황이죠.

 

이에 한국 경제계는 미측에 콘덴세이트 수출은 한미 양국 경제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므로, 비처리된 콘덴세이트 또한 수출 허용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4. 부당한 한국산 유정용강관 반덤핑 판정 우려

 

한국 재계는 2014년 2월 18일 예비 판정시 덤핑 무혐의 판정을 받은 한국산 유정용 강관(OCTG)이 2014년 8월 22일 최종 덤핑 판정을 받은 것에 우려의 의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덤핑마진

 

수출동향

 

美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최종 덤핑 마진 계산 시, 한국과 관련 없는 다국적기업 테나리스社의 영업이익률을 적용해 반덤핑 판정을 했는데, 이는 WTO 조세와 무역에 관한 이행 협정과 상충하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양국의 경제협력확대를 위해 미국의 통상환경이 공정하게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에 재계는 우려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한미재계회의는 양국경제협력과 유대강화를 위해 1988년 설립된 대표적인 민간경제협의체입니다.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그 중심에 있지요. 한미재계회의는 한미 FTA 체결과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 등에 기여하기도 했으며, 양국 재계의 최상위 협력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미 재계회의, 한국, 미국, 수어지교

 

그간 한국과 미국 양국경제협력과 유대를 강화하는 데 앞장서온 한미재계회의. 이번 제26차 한미재계회의에서도 좋은 결과로 우리 경제에 자양분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오늘 한국경제계가 제시한 한미경제협력의 4대 과제를 풀어나갈 협력 방안이 빠른 시일내에 나오기를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국제협력팀 한유리 연구원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