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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법 개정 폭탄, 기업들은 몰랐다

지난 2013년 말 지방세법이 개정됨에 따라 법인의 지방소득세 공제·감면이 전면 배제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기업부담은 연 9500억원 가량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데요. 이토록 짊어져야할 부담이 한번에 크게 늘어남에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이를 사전에 제대로 공지받지 못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볼까요?

 

A사는 그동안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 11억 원(국세 10억 + 지방세 1억)을 국내 법인세(국세) 및 지방법인세에서 공제받아왔습니다. 이미 해당국가에 납부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정 지방세법이 이를 공제해주지 않도록 개정되면서, 이제 11억 원 중 지방법인세에 해당하는 1억 원을 국내에서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A사는 “외국납부세액공제는 기업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외국에서 부담한 세금을 국내 법인세에서 제외하는 단순계산과정일 뿐이며,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동일한 소득에 대해 두 번 과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항변했습니다.

 

B사는 작년 공정자동화 시설에 3,000억 원을 투자해 지방법인세 9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실적부진으로 공제받을 세금 자체가 없게 되자 이를 올해 공제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작년말 지방세법 개정으로 법인에 대한 이월세액공제가 사라지면서 9억 원 공제는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B사 관계자는 “정책이 갑자기 바뀌어, 받기로 되어있었던 혜택을 한 순간에 못받게 되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배경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작년말 개정된 지방세법은 지방소득세 공제•감면 지방세특례제한법(이하 ‘지특법’)에 규정하도록 했는데, 개정 지특법은 모든 공제•감면의 대상을 '개인'으로만 한정해 버렸습니다. 따라서 법인 기업들은 더이상 지방세를 공제•감면 받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충분한 논의없이 이뤄진 일방적 지방세법 개정의 문제점


문제는 이런 지방세법 개정이 기업과 정부 간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세법 개정 관련 기업 애로조사'에 따르면, 10개 중 6개 기업(58.6%)이 이번 법인지방소득세 공제·감면 배제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매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기업이 전체의 5분의 1(19.4%)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기업부담이 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개정 논의과정 중에 인지했다고 답한 기업은 겨우 3.7%. 응답업체의 91.4%는 작년 12월말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응답업체의 절반인 49.6%가 지방세법 개정 사실을 아예 몰랐다고 대답했습니다. 개정 직전/직후에 알게된 업체는 41.8% 입니다. 국세의 경우에는 공제항목을 정비할 때 아무리 피해를 보는 기업수가 적더라도 1년여의 논의과정을 거친다는데, 이번엔 제대로 알고 있는 업체가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급작스런 세법개정, 기업들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되고 있을까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셋 중 하나(33.6%)는 이전보다 더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54.5%는 비슷하다는 반응이고, 부담을 덜었다는 기업은 11.9%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전경련에 따르면, 2013년 주요 세법개정 항목이 주는 부담(7,758억원)보다 이번 공제•감면 배제의 부담(9,500억원)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올해 지방세법 개정으로 인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9,500억원의 부담은 지난해 법인지방소득세 납부액 4.5조원의 21%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사실상의 증세, 중소 기업들도 부담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의 증세(87.7%)라는 의견입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뤄진 조치는 외국 기업들이 정책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향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을 높여놨습니다. 게다가 이번 법안 개정은 대기업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법인'이 아예 배제되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 역시 무거운 부담을 떠안게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전경련이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경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난 4월, 내국법인에 대해서도 지특법상 공제•감면을 허용해줄 것을 안전행정부에 건의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기업들은 최소한 지방세법으로 ‘이월세액공제(29.7%)’, ‘외국납부세액공제(29.6%)’,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27.7%)’ 등은 내국 법인도 감세 대상으로 포함시켜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기업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지방세법 개정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들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뜨릴 우려가 큽니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내수와 지역 경제 활성화 역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속한 해결책을 찾아야할 시점입니다. 충분한 논의가 없이 이뤄진 법개정에 대한 정부의 후속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금융조세팀 박병준 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