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에게 있어 와인은 아직 편하게 아무 때나 마시는 술은 아닐 듯 합니다. 남자친구가 와인 한 잔 하자고 하면 ‘오늘이 무슨 기념일인가?’ 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러니 당연히 직장인에게도 와인이란 편하게 고를 수 있는 술이 아닙니다. 모처럼 분위기 한번 내보려고 회식장소를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잡았습니다. 부장님이 본인은 어떤 와인이 좋은지 잘 모르겠으니 나더러 와인을 시키라고 합니다.
나도 전혀 모르는데! 라는 말은 입속에서만 맴돕니다. 와인 리스트를 들고 오는 검은 옷 웨이터가 갑자기 살생부를 들고오는 저승사자 같아 보입니다. 오지마! 라고 소리치고 싶어도 와인리스트는 이미 눈 앞에 있습니다. 영어도 아닌 이상한 알파벳의 홍수는 무슨 외계어 같지요.
음... 아아! 하고 뭔가 아는 척 메뉴를 들여다봐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옆의 가격표만 보고 있으니 웨이터가 비웃는 것만 같습니다. 이럴 때는 평소 와인에 대해서 공부라도 좀 할 걸 후회됩니다. 요즘은 영화 다 안봐도 본 척 할 수 있는 지식강좌도 있는데 와인은 그런 게 없는 걸까요? 와인을 사실 잘 몰라도 적당히 아는 척하며 고를 수 있는 방법 말이죠. 그런 분을 위해 간단한 팁을 준비했습니다.
1. 웨이터에게 묻는다.
역시 모르면 현장에서 묻는 게 좋습니다. 더듬거리거나 당황할 필요는 없지요. 아무 것도 모르니 가르쳐달라고 굽힐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웨이터에게 추천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추가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이 레드와인인지, 화이트와인인지 종류를 말해주고 당도나 떫은 정도, 원하는 가격대를 정해주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5만원 대 레드 와인 가운데 너무 드라이하지 않고 가벼운 느낌의 와인’을 원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2. 라벨을 잘 읽어보자.
와인 라벨은 국가별로 차이는 있어도 기본 표기법이 있습니다. 라벨에는 기본으로 포도의 수확연도와 품종, 생산자명, 생산지역, 와인등급이 표시됩니다.
라벨의 연도는 포도의 수확연도입니다. 빈티지라고도 하는 이것은 수확한 해의 기후에 따라 와인의 품질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표기하는 것입니다. 카르네 소비뇽, 피노누아르, 메를로, 진팔넬, 샤도네이 등은 모두 포도 품종이름입니다. 그리고 보르도, 보졸레, 부르노뉴 등은 와인 생산지역이지요. 그 뒤에 생산자명과 포도가 생산된 지역명이 순서대로 나옵니다.
이걸 응용하면 ‘포도의 작황이 좋았던 2005년 빈티지의 보르도산 와인인데 품종은 메를로니까 비교적 달콤하고 떫은 맛이 덜 해서 부드럽겠어.’ 같은 적당한 품평과 주문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함부로 이런 말을 하면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므로 자제해야 합니다.
3. 소주나 맥주 분위기로 가지 말자.
와인을 따를 때는 잔의 3분의 1 정도만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잔에 와인을 따른 후 와인의 색을 관찰해보십시오. 빛깔을 감상하듯 잠시 쳐다보다가 잔에 코를 대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향을 즐깁니다.
이후 와인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쓴맛, 신맛, 단맛을 혀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느껴보도록 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와인의 분위기에 제법 맞추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4. 천천히 와인 지식을 쌓자.
임시변통은 결코 오래가지 않습니다. 와인을 아는 것처럼 보이려면 정말 와인을 조금씩 마시며 공부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일단 화이트 와인부터 시작하십시오.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보다 단맛이 많이 나고 떫은 맛이 덜하므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즐기게 되면 레드와인 가운데 담백하고 가벼운 와인으로 범위를 넓힙니다. 가벼운 맛에서 드라이하고 무거운 맛으로 시도해가는 것입니다. 직장인 와인 동호회에 입해 활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듯 조금만 머리를 쓰면 와인을 접하는 자리에서도 당신의 교양을 의심받지 않고 잘 넘길 수 있습니다. 마신다기 보다는 음미하는 술로서 와인에 익숙해지는 건 어떨까요?
(참고 : 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 - 한옥경, 이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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