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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대기업 순환출자, 가공자본이 나쁘다고? - 1편


정치권과 대기업이 요즘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며 강요하는 순환출자 금지법에 대해서다. 정치인들은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공격한다. 순환출자가 가공자본을 만들어내서 경제를 왜곡시킨다는 논리이다.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전부 생소한 단어들이다. 그래서 순환출자, 가공자본에 대해서 알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대기업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어째서 정치권에서 시키는 대로 얌전히 순환출자를 끊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도 나쁜 지배구조와 가공자본을 만드는 대기업이 지금 엄청난 이익을 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 경제원리에 따르면 나쁜 구조를 가진 기업이 큰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차분히 한번 따져보자.

가공자본은 어떤 기업이 다른 기업에 출자를 하게 되면 생길 수밖에 없다. ? (출처: 자유경제원)



부자씨는 100억원을 투자해서 A회사를 설립했다. 이 때 A회사의 대차대조표에는 대변에 자본금으로 100억원,차변에 현금 자산으로 100억원이 잡힌다. 당연히 A회사의 경영권은 부자씨의 것이다. 부자씨는 그 100억원 중에서 80억원을 떼어 새로운 회사인 B를 설립한다. A회사는 그 80억원의 대가로 B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

B회사에 80억원을 출자했음에도 불구하고 A회사 장부의 대변에는 최초에 투자된 100억원의 자본금은 그대로 남는다. 반면 B사 장부의 대변에는 80억원의 자본금이 생겨났다. 부자씨가 투자한 돈은 100억원뿐인데, 두 회사 장부상의 자본금을 합한 금액은 180억원으로 늘었으니 그 차액 80억원은 가공자본금이 되는 셈이다.

가공자본금은 나쁠까. 그렇지 않다. 장부상으로 자본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부자씨의 재산을 늘린 것도 아니고, 그 과정에서 누가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두 회사의 실질적 자산 가치는 A회사의 사옥 20억원, B회사의 공장시설 80억원을 합친 100억원이다.


이렇듯 가공자본이란 특별히 나쁜 짓을 하려고 만들어내는 사기술 같은 게 아니다. 그저 기업활동을 하다보면 발생하는 요소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가공자본은 정치권에서 공격하는 순환출자 구조에서만 발생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가공자본은 순환출자와 관계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대기업의 순환출자만 특별히 가공자본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어떤 기업이든 다른 기업에 투자하게 되면 반드시 가공자본이 생긴다. 삼성과 현대 등의 대기업이 순환출자로 인한 가공자본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할 수 있다는 공격은 근거가 잘못된 셈이다.


예를 들어 국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계열기업간 출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환된 기업들의 지분구조를 보자.



(중소기업 순환출자구조 예시)


이들도 전부 가공자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순환출자는 곧 대기업의 전유물이고 가공자본으로 인해 나쁘니 금지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이 무색해진다. 이렇게 공자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요소이다.


(사진출처: 한국경제)


현재 순환출자 구조를 취하고 있는 대기업은 삼성, 현대, 롯데, 한화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기업이다. 삼성과 현대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순환출자 구조를 물건에 비유하면 단단히 연결되어 매우 잘 굴러가는 고리와 같다.

그런데 이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잘 작동하는 고리를 끊으라고 말한다. 가공자본이 발생해서 건강한 경제구조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근거없는 우려이다.


가공자본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기업의 부도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외부 투자자들이 속을 염려가 있다면 그것은 연결재무제표의 공시를 통해서 해결할 일이다. A나, B회사에 주식 투자를 하려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각 회사에 어떤 재산이 있고 앞으로의 전망이 어떤지가 문제이지, 자본금이 얼마로 되어 있는지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아닐 것이다. '경영자는 악하다'는 전제가 참 명제가 아니라면 가공자본의 형성을 이유로 순환출자를 금할 탄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사진출처: 시사인)


그런데 이 순환 출자구조도 사실은 처음부터 기업이 마음대로 만들어낸 구조가 아니다. 경제개발기의 정부정책과 맞물려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구조라는 데 문제가 있다. 순환출자가 어째서 생겼는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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