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달라서 아직 정확한 개념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일부 정치인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가 재벌해체-순환출자 금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기업의 순환출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이 순환출자가 정확히 어떤 것이며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사진출처: SBS)
우리나라 대기업이 처음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채택하고 있지는 않았다. 처음에 대기업들은 계열사끼리 상호출자를 했다. 상호출자는 두 회사가 서로 자본금을 대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A사가 B사에 투자했는데, 다시 B사가 A사에 투자하면 상호출자이다.
하지만 정부는 1986년에 법으로 30대 기업의 상호출자를 금지했다. 상호출자는 뚜렷한 단점이 있다. 기업 지배구조가 왜곡되고 출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두 회사 모두 정상경영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정부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개인지분까지 줄일 것을 요구했다. 1994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서 소유지배구조 우수기업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이 지배구조를 현행 순환출자로 바꿀 수 밖에 없던 주요 사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상호출자를 금지하면서 회장일가의 지분까지 줄이게 되면 대기업은 그룹 전체 지배력 유지가 어려워진다. 만일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열사를 축소하거나 자본금을 많이 확충하려고 하다보면 어떻게 될까? 기업투자가 줄어서 경기가 안좋아지고 국민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대기업은 상호출자를 하지 않으면서도 계열사 간 출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선택된 방법이 바로 순환출자이다. 순환출자는 A사가 B사에 투자하면 B사가 다시 C사에 투자하고, C사는 다시 A사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런 순환출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1997년 외환위기때였다. 부채비율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정부정책에 맞추기 위해 대기업들은 전면적으로 자본금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여윳돈이 있는 기업들이 다른 계열 기업에 투자했다. 그렇게 상대적으로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을 줄인 것이다. 결국 이에 따라 순환출자의 연결고리가 많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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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97년 12월 30일자, 매일경제 1997년 12월 5일자, 매일경제 1997년 11월 28일자
결국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순환출자 A->B->C->D->E->F->A 같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는 예전에 경제상황과 정부 정책이 엇갈려서 만들어낸 것이다. 대기업이 인위적으로 가공자본을 만들려고 하거나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고 애쓴 결과물이 아니다.
순환출자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A그룹을 살펴보자.(원문출처:한경)
A그룹이 처음부터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를 의도했을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1997년 말까지만 해도 A그룹의 지배구조는 상당히 단순했다. A그룹은 신사업으로 계열사 R을 설립했는데, 이 R사의 경영성과가 좋지 못했다. 주식회사는 원칙적으로 ‘유한책임제’이다. 그룹회장이 계열사 R의 부실에 무한책임을 질 의무는 없다. 그렇지만 A그룹 회장은 지배구조와 직결된 핵심 주식을 사재출연 형태로 다수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가 만들어 진 것이다.
* 원문을 바탕으로 각색된 글입니다.
이렇듯 순환출자는 대기업이 일부러 의도해서 만든 구조가 아니다. 정부 정책에 따르면서 계열사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정책으로서 순환출자 구조를 없애라고 말한다. 순환츨자 해소를 위해서 우리 모두가 치러야 할 피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하려고 하면 국민경제에 어떤 피해와 위험이 있는지 다음 글에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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