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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물가안정 위해선 총수요관리 나서야

 
김진국|배제대학교 아펜젤러국제학부 교수
물가상승 을 방치한다고 각종 매체에서 정부를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언제는 정부가 일일이 나서 시장에 개입한다고 뭐라 하고, 그런 소리 들을까봐 시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또 뒷짐지고 있다고 질타를 받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무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 인플레이션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경기 진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서 돈을 많이 푼 결과로 이미 통화량이 충분히 넘쳐흐르고 있고, 여기에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각종 원자재 수요 증대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급격한 불황 이후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으로 각국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굼뜨게 물가안정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성장우선 기조를 확실히 하면서 한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고 자찬했지만 빠른 회복에 따른 기회비용이 큰 것이 문제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정정책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통화량 증대로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이 확실한 상태에서도 우리 정부는 5% 성장에 3%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는 다짐을 올 들어 여러 번 했다. 그것이 정치적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전문가들은 드물었을 것이다. 행정부의 계속적인 성장우선 정책으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마저 성장의 고삐를 놓치지 않으려다가 금리인상이 늦어져 시장에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내지 못해 총수요를 증가시킨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저물가에 취해 물가안정이라는 타이틀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금융위기를 하루빨리 헤쳐 나가기 위해 이러저러한 정책으로 시장에 충분히 돈을 풀어놓은 것을 정부가 누구보다도 잘 알 텐데 성장과 물가를 모두 잡으려는 욕심 많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게 되었다. 상황이 어려운 데도 정부는 5% 성장을 목표로 물가안정을 기업들의 팔 비틀기로, 이제는 대중음식점까지 찾아다니면서 윽박지르며 해결하려 하니 보기에도 딱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집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 들어 공정위를 갑자기 물가 잡는 기관으로 탈바꿈시키더니 최근에는 대중음식점이 설렁탕, 김치찌개 가격을 한 번 올리고서 채소값 등이 떨어졌는데도 다시 내리지 않는다고 공정위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뚜렷한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점을 개업하기까지 행정절차가 복잡하여 진입이 쉽지 않은 점을 이해한다면 기존의 음식점 사업자가 가격을 배짱 있게 올릴 만도 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물가가 오른다고 쥐 잡듯 중소상공인, 특히 식당에까지 공무원들을 동원해 가격을 내리게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가는 시장의 경쟁 정도가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내려갈 것은 분명한 이치다. 그러나 만일 경쟁이 치열해져서 특히 소상공인들이 취급하는 서비스 가격이 내려가면 소상공인 영업이익을 위협한다면서, 예를 들어 대기업들이 외식업에 프랜차이즈업 형태로라도 진입하려 하면 적극적으로 팔 비틀기에 나선다.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물가 잡는다고 하면서 경쟁이 격화될 것 같으면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이나 상인들의 영업이익 보전을 위해 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니 당연히 물가가 쉽게 내려가기는 어려운 구조로 만든다. 작년 말의 통큰 치킨 사건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FTA를 통한 치열한 시장경쟁이 예상되면 우선 중소기업 혹은 우리 기업 살려야 한다며 정부관리뿐만 아니라 대중매체의 논조가 바뀌는 정도이니 멋모르는 독자는 헷갈릴 정도다. 물가잡자고 하면서 SSM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한다고, 대기업 혹은 재벌이 코흘리개들 주머니돈까지 가로채려 한다면서 나무란다. 유통의 혁신이 일어나야 구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해가지고 서야 언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 답답한 일이다.
+ 성장과 물가 모두 잡으려는 욕심 많은 정책이 문제
성장을 기본으로 하는 정부가 물가까지 잡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중소기업도 확실하게 보호하려 여러 장치를 만들다 보니 생산자물가가 올라갈 것은 확실하고 동시에 소비자물가도 시차를 두고 오를 것이 분명하다. 물가는 낮추자고 하면서 한편으론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면 동반성장위에서 뭐라 한다. 값을 충분히 쳐주라는 것이다. 가격을 충분히 쳐주면 결국 완제품의 가격은 올라갈 것이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이되어 물가는 올라갈 것 아닌가. 한편으로 동반성장도 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물가도 낮춰야 하고,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정부로서도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물가를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화량을 줄이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진작에 금리를 올려야 했고 이러한 신호를 시장에 확실하게 보내 총수요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지적이다.
 
또한 내년에 선거가 다가오니 정부로서는 돈을 풀려 할 것이다. 각종 무상복지 시리즈 정책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할 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국민의 세금이 무서운 줄 알고 공무원들이 예산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 예산을 줄여야 할 텐데, 공무원 수마저 계속 늘어 이제는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작은 정부를 내세웠던 현 정부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팽배해져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을 올리려하니 노조가 결성된 곳에서는 임금을 올리려 하고 제조업, 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가격을 올리려고 한다.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 정부예산 한 푼 쓰는 것을 어려워하고 공무원 한 사람 더 늘리는 것을 어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상이다 뭐다 하면서 정부 예산 늘릴 생각만 하다간 재정건전성은 말할 것도 없고 통화량까지 늘어나 물가잡기는 물 건너 간 얘기가 된다.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영이 선다.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편하게 쓰면서 대중음식점 사업자가 가격 올렸다고 혹은 담합했다고 지적하기는 민망한 일이다.
 
경제 틀을 경쟁체제로 만들어 총공급 늘리는 것도 중요
한-EU FTA가 발효되었지만 아직 국회에 대기 중인 한-미 FTA도 곧 비준 처리하여 우리 경제체제를 제대로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야 비로소 거시적으로 경제 틀이 일부나마 경쟁체제로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고,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한-중, 한-일 FTA까지 밀어붙인다면 우리 경제체제는 진정한 경쟁체제로 돌입할 수 있음과 동시에 이를 통한 경쟁력 있는 제조업, 서비스업에 농업까지 가세해 성장 동력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총공급의 증가로 물가안정 문제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는 밑거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 되면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치졸한 기업 팔 비틀기는 자연스럽게 그만해도 될 것이다.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복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진국 (배제대학교 아펜젤러국제학부 교수, jgkim@pcu.ac.kr)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