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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공공사업의 또 다른 포퓰리즘

 
옥동석|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
공공사업 의 포퓰리즘은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공공사업을 일부 지역 또는 이해관계인들의 특정 이익을 위해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공사업 수혜자가 공공사업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하고, 또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객관적 타당성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그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 이들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공공사업 선택의 포퓰리즘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은 분산식 예산편성이 보편적으로 이뤄져
공공사업의 또 다른 포퓰리즘은 공공사업 예산편성에서 나타난다. 각각의 사업비가 10억 원인 10개의 공공사업이 있고, 집행 가능한 예산이 매년 10억 원씩 10년간 100억 원이라고 하자. 총 1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대비된다. 첫 번째 방법은 10개의 공공사업 각각에 매년 1억 원씩 투입하여 10년 뒤에 모든 사업들을 동시에 준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매년 한 개의 사업에 10억 원을 집중투입, 완공시켜 10개의 사업들을 매년 순차적으로 준공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을 ‘분산식 예산편성’이라 하고, 두 번째 방법을 ‘집중식 예산편성’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집중식 예산편성이 분산식 예산편성보다 더 낫다는 것은 자명하다. 분산식 예산편성에서는 10년이 경과할 때까지 어떠한 사업도 준공되지 않아 사업의 편익이 일체 나타나지 않는다. 또 분산식 예산편성에서는 10개 사업의 누적 공사기간이 100년(10개×10년)이지만 집중식 예산편성에서는 누적 공사기간이 10년(10개×1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관리비 등 간접비용이 분산식에서는 터무니없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분산식 예산편성 하에서는 신규 사업을 사업시행 목록에 추가하기가 용이하다. 앞의 예에서 볼 때 분산식 예산편성 하에서는 각 사업의 매년 예산을 900만 원씩 줄여 11번째 사업에 9,000만 원을 편성할 수 있다. 그러나 집중식 예산편성에서는 매년 한 개의 사업을 준공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11번째 사업에 단돈 100만 원도 편성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매년 새로운 사업들이 목록에 쉽게 추가되기 때문에 분산식 예산편성에서는 공공사업의 준공시점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분산식 예산편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공사업 책임자(Project Manager)에게 그 총사업비를 예산으로 일괄 제공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업 책임자는 사업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업의 총비용을 한꺼번에 예산자금으로 제공하는 이러한 예산편성을 ‘총비용 예산정책(Full Funding Policy)’이라 한다. 자본시설물에 대해 그 ‘유용한 부분(a useful segment)’을 완성하기에 충분한 예산을 반드시 전액으로 편성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미국, 일본 등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보편적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공사업에 대해 ‘총비용 예산정책’을 채택하지 않고, ‘단편적(piecemeal) 예산정책’을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채택된 공공사업에 대해 매년 단편적인 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업 책임자는 공공사업 전체를 기획하며 ‘다년도 일괄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시설물 전체가 완공되어야 의미가 있는 공공사업에 대해 연차별로 단편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총 공사금액을 부기하고 당해 연도의 예산 범위 안에서 공사를 이행하도록 하는 계약을 국가계약법에서는 장기계속계약이라 한다. 원래 장기계속계약은 전기, 가스, 수도, 통신 등과 같이 특정 사업자로부터 서비스를 계속하여 제공받는 경우에 적용되는 계약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공사에 적용하여 ‘분산식 예산편성’을 방치하는데, 이에 따른 사회적 낭비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다.
 
물론 사업의 성격에 따라서는 대형 공공사업에서 수 개의 공사계약이 체결되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획득하는 시설물이 정형적인 것이 아니고 또 사업에 대한 미래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경우에는 공공사업에서 수 개의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서도 공공사업의 ‘총비용 예산정책’이 포기될 수는 없다. 공공사업의 총책임자에게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총사업비를 예산자원으로 제공하고, 사업 책임자가 주어진 예산자원 하에서 최적의 정부조달을 위한 계약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분산식 예산편성의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피해 인식토록 해야
‘총비용 예산정책’과 ‘집중식 예산편성’에 대한 반박 논리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산식 예산편성’은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족시킨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다. 앞의 예로써 설명한다면 10개의 사업이 동시에 착공되고 동시에 준공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 시각에 불과하다. 모두가 차례를 지켜 ‘집중식 예산편성’이 이루어졌더라면 모두의 편익은 분명히 더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사업의 또 다른 포퓰리즘, ‘분산식 예산편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의 장기적이고도 궁극적인 피해를 우리 모두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마치 마약처럼 우리에게 단기적인 위로를 주지만 결국은 모두를 피폐하게 만드는 해악이라는 사실을,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꾸준히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 dsock@incheon.ac.kr)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