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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쿠바, 잘 지냈습니까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계기로 쿠바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쿠바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었다. 북한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이자 미국에 꿋꿋하게 저항하는 피델 카스트로 정권, 그리고 사회주의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 정도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물론 스포츠팬이라면 야구와 배구에 관한 한 쿠바가 세계 최강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쿠바는 낯선 나라다. 이렇듯 정치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미지의 나라였던 쿠바가 최근 우리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일례로 인터넷 동호회만 1천여 개에 이를 만큼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살사는 바로 쿠바를 대표하는 춤이자 음악이다. 살사 외에도 재즈, 룸바, 메렝게, 맘보가 댄스 또는 음악 마니아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쿠바에서도 지난 2013년부터 쿠바 국영방송이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하면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2013년 11월 쿠바에서 열린 아바나 국제 박람회에 참석차 쿠바를 방문한 탤런트 윤상현 씨가 공항에 나타나자 입국 수속이 마비되는 등 사상 초유의 상황이 빚어진 것은 쿠바 내 드라마 한류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이 같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2014년에는 한국문화클럽이 아바나 시내에 문을 열고, 현재 약 1,300여 명의 한류 팬클럽 회원이 두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양국 간 문화 교류에 힘입어 경제협력도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아바나 국제 박람회에 1996년 이후 17년째 꾸준히 참여해 오고 있으며, 2015년에는 처음으로 한국의 무역투자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KSP 1차 협력 사업이 시작되었다. 올해 10월 31일에는 전경련이 쿠바상공회의소와 함께 쿠바 아바나에서 제1차 민간 경제협력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는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혁명 이후 우리나라와 교류가 단절된 지 57년 만의 일로 양국 경제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의료바이오, 식품, 농기계, 에너지 등 쿠바의 주요 사업 분야에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다수 참여했고, 쿠바 측에서도 쿠바 대외무역부 산하 21개 수출입 공기업의 지주회사이자 쿠바 총수입의 1/3을 담당하는 헤꼬맥스(Gecomex) 등 주요 공기업도 참석했다. 쿠바시장에서는 품목별 권한을 가진 국영기업만이 수입, 유통, 판매 권한을 가지고 있어 쿠바 국영기업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데, 이번 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對쿠바 수출 네트워크가 마련된 것이다.

한국은 쿠바의 아시아 3대 교역국 중 하나다. 미수교 상태임에도 한국은 발전기부품, 자동차와 부품, 가전제품 등을 쿠바로 수출했고 설탕, 럼주 등을 수입해 중국, 베트남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무역상대국이 됐다. 반면 한국과 쿠바 간 교역 액수를 보면 2015년 기준 5천7백만 달러로 한국 전체 교역량의 0.1%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쿠바는 북미와 남미 대륙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물류 허브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세계적 수준의 의료바이오 기술, 풍부한 광물자원 등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한국과 쿠바 간 교역 및 투자 확대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의 무상교육 정책으로 문맹률이 1%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노동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잠재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쿠바와 이번에 출범한 경제협력위원회를 계기로 경제교류가 확대되고, 민간부문의 인적 교류도 더 늘어날 것을 기대해본다.

알고 보면 쿠바는 우리와 인연이 깊은 나라다. 1921년 멕시코를 떠나온 288명의 한인 노동자들이 쿠바에 정착하며 한인 이민이 시작된 이후 현재는 쿠바 전역에 1,000여 명의 한인 후손들이 살고 있다. 2005년에는 전력난으로 시달리고 있던 쿠바에 현대중공업이 전력발전설비를 설치하면서 쿠바 전체 전기 소비량의 30%를 공급했고, 이에 고마움을 느낀 쿠바는 자신들의 10페소 지폐에 현대중공업의 발전설비를 그려 넣기도 했다. 올해 3월 미국 대통령으로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도착해서 트위터를 통해 제일 먼저 한 말은 ‘케 볼라 쿠바’(Que bola Cuba, 쿠바 잘 지냈습니까)였다. 우리 경제인들도 이번 제1차 한-쿠바 경제협력위원회를 계기로 멀리 있지만 깊은 인연을 가진 쿠바에 지속적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넬 것이다. “쿠바, 잘 지냈습니까. 앞으로 쿠바와의 다양한 교류가 기대됩니다.” 라고..


엄치성(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