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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집 살때, 차 살때 ‘울며 겨자먹기’? 시장원리 역행하는 강제성 채권의 문제점

강제성 채권에 대해 아시나요? 집을 사거나 차를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채권을 말하는데요. 이러한 채권들은 매입한 뒤 일정 수수료를 내고 금융기관에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과거에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공공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현재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데요. 이에 준조세 형태로 개인과 기업에게 알게 모르게 부담을 주고 있는 이러한 강제성 채권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강제성 채권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택·자동차 등의 등기 또는 각종 인·허가 시 매입 강제
국민주택1종채권 이미지

#1. 최근 아파트를 매입한 A씨는 부동산 소유권 등기를 하기 위해 국민주택1종채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했습니다. 5억 2천만 원에 구입한 아파트에 부과된 채권은 897만 원이었는데요. 목돈 지출이 부담스러워 은행의 권유로 채권을 사자마자 되팔았지만 거래수수료, 시세차손 등을 포함한 본인 부담금으로 11만7천 원을 내야 했습니다. 왜 사야 하는지도 모른 채 구경도 못 한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손해는 고스란히 A씨의 몫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강제성 채권에 대해 생소해 하지만, 대부분 집이나 차를 살 때 적어도 1번 이상 강제성 채권을 구입하게 되는데요. 강제성 채권에는 부동산 등기 또는 각종 인·허가, 면허 취득 시 구입하는 국민주택1종채권 그리고 자동차 등기 또는 각종 인·허가, 면허, 취득 시 구입하는 도시철도채권과 지역개발채권이 있습니다. 강제성 채권이라는 명칭은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국민들에게 강제로 매입하도록 한 특징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특히, 국민들이 2014년 한 해 동안 구입한 강제성 채권은 약 16조 원이었으며 작년에는 약 20조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사실상 준조세, 국민 부담 높이는 강제성 채권 의무 매입

강제성 채권은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비해 이자율도 낮습니다. 국민들에게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비합리적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2016년 9월 897만 원을 시중은행 정기예금(1.60%, 단리 5년)에 투자하면 세전이자는 71만7,600원이지만, 국민주택채권(1.25%, 복리 5년)의 만기 세전이자는 57만4,816원에 불과합니다. 또, 강제성 채권 매입자들은 원치 않은 채권매입에 부담을 느끼거나 낮은 이자율로 인해 강제성 채권을 구입 즉시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되팔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되팔 때의 시세가 채권 구입가격보다 낮아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올해 9월 29일 기준, 구입 시 1만 원인 국민주택1종채권을 되팔면 9,893원)

이처럼 강제성 채권 의무 매입을 통해 발생한 손해는 기업과 국민들이 부담한 사실상의 준조세로 2014년에는 약 7천억 원, 2015년에는 4천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주택채권 매도 시 매도금액의 0.3%를, 지역개발채권과 도시철도채권 매도 시 매도금액의 0.6%를 거래수수료로 금융기관에 납부해야 합니다.


불합리한 매입 기준과 매입 금액으로 형평성 논란
지역개발채권 관련 이미지

#2. B씨는 유해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고자 수렵면허와 엽총소지허가를 받기 위해 국민주택채권(13만 원)이나 도시철도채권(19만5천 원)을 반드시 구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야생동물보호나 자연보호 사업을 위한 납부도 아닌, 수렵과는 전혀 관련 없는 채권을 왜 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3. 서울에 사는 C씨는 2천만 원을 주고 차를 구입한 뒤 자동차 등록을 위해 지역개발채권을 160만 원에 매입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은 1년간 채권 매입을 면제해 준다는 소식에 허탈하기만 했는데요. 똑같은 자동차를 구입해도 사는 지역에 따라 부담 금액이 다른 이유가 궁금합니다.


강제성 채권 사업목적과 무관한 국민들도 행정허가 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강제성 채권을 매입해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엽총소지허가, 사행행위영업허가, 주류판매제조업, 측량업, 수렵면허 등의 경우, 국민주택채권 또는 도시철도채권을 매입하도록 되어 있으나 사실상 허가·면허의 내용과 구입하는 강제성 채권의 사업목적과는 관련성이 없는데요. 또한,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개발채권의 경우에는 지자체별로 부과하는 매입금액이 다르거나 매입을 면제해 주기도 해 어떤 지자체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금전부담이 다른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 지역개발채권 매입면제 지자체 : 경기도(2,000cc 이상 비영업용 승용차 제외한 모든 차량의 신규·이전등록 시), 인천광역시 (2,000cc 이상 비영업용 승용차 제외한 모든 차량의 신규 등록 시), 창원시(2,000cc 미만 비영업용 승용차의 신규 등록 시) 등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제도 유지 타당성 고려해야

자금조달도 어려웠고, 어렵게 자금을 조달했다 하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감당할 수 없었던 과거엔 강제성 채권제도가 공공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발전하고 이자율이 하락하는 등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강제성 채권제도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낮아지고 충분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졌는데요. 따라서 이젠 시장원리에 반하는 강제성 채권제도를 폐지하고 필요한 자금은 시장원리에 따라 조달해야 할 때입니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국민 부담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규제개혁팀 문상은 연구원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