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수출전략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당시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수입대체화 전략을 추진할 때였다. 한국의 전략이 큰 성과를 거둠에 따라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014년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것은 기념비적인 성과였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우리 무역이 줄어들고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2015년 한해를 통틀어, 그리고 금년 7월까지 무려 19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과거 대내외 변수에 따라 수출이 감소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줄어든 적은 없었다.
그리고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기여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에 경제성장률이 3.7%였는데 수출의 기여도가 7.5%였다. 즉 수출이 성장률을 7.5%로 끌어올렸지만 다른 부문이 잘 안돼서 전체 성장률이 3.7%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해를 보면 성장률이 2.6%였는데 수출의 기여도가 0.4%였다. 수출이 부진한 상태에서 다른 분야가 그나마 잘돼서 겨우 2.6% 성장을 했다는 말이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맞나?
수출품목의 저출산·고령화와 특정국가에 편중된 수출구조!
수출의 내용 면에서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주력 수출 5대 품목이 석유제품,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인데 이 품목들이 10대 수출품에 진입한지 평균 36년이나 됐다. 수출 효자들이 있기는 있는데 신생아가 없고 늙어간다는 얘기다.
그리고 주요 13대 수출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78.6%였다. 일본(64.6%), 중국(62.3%), 미국(41.9%)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잘 팔리는 물건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별 수출 의존도도 걱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가 가장 수출을 가장 많이 하한 나라는 중국인데, 의존도가 32%에 달한다. 일본의 1위 수출대상국은 미국인데 의존도가 20%이고, 중국의 1위 대상국은 미국으로 의존도가 18%, 독일의 경우 1위 대상국인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10%였다.
한국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대외변수가 양호하다면 한국 수출이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대외변수, 즉 세계경제가 매우 안 좋다. 이런 상황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세계교역이 최악이라는 사실이다.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속 4년 동안 세계교역성장률이 세계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세계금융위기 같은 요인으로 한 두 해 동안 교역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졌던 적은 있지만 무려 4년 동안 연속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둘째,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이후 TBT(무역기술장벽), STC(특정무역현안)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보호주의는 세계경제의 침체로 인한 결과인 동시에 세계경제의 악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TPP 중단, 한미FTA 재협상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한국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셋째, 중국의 성장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난해 6%대에 진입했는데, 앞으로 5~6%대의 중저속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것이 IMF의 전망이다. 한국수출이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경제가 중저속성장으로 진입함에 따라 향후 새로운 활로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진입한 것이다.
수출 활로는 베트남과 인도에서!
이제 한국수출은 어떻게 해야 하나? 베트남과 인도를 주목해야 한다. 베트남은 최근 제2의 도이모이라고 불릴 만큼 경제발전에 적극적이다. 베트남의 적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FTA정책인데, 베트남은 세계 4대 경제권(미국, EU, 중국, 일본)과 높은 수준의 FTA를 맺었다. 이로써 베트남은 GDP 63조 달러의 세계시장과 연결돼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인도는 모리 총리 집권 이후 Make in India를 주창하고 있다. 현재의 15% 수준인 제조업 비중을 2022년까지 25%로 늘리고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외국기업의 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한국에게 인도라는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과 인도에 대한 FDI 성장률을 보면 05년부터 15년까지 10여 년 동안 연평균 19% 이상으로 중국의 6%보다 3배 이상 높다. 베트남과 인도의 성장전망이 더욱 밝아 보이는 이유는 노동시장 때문이다. 베트남과 인도의 제조업 근로자 급여는 월 200달러 전후인데, 이미 중국은 400달러를 넘어섰다. 중위 연령도 베트남과 인도는 20대 중후반으로 중국(35세)보다 훨씬 젊다.
우리 수출 역사를 보면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대미 수출로 먹고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 2000년대부터 대중 수출을 늘리면서 제2의 도약을 이뤘다. 앞으로 제3의 도약은 베트남, 인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무역 2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의 열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엄치성(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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