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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직장 내 유재석이 돼라! 유재석에게 배우는 직장인 리더십

부침이 심한 예능계에서 오랜 시간 정상에 서 있는 국민 MC 유재석. 사람들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그를 가리켜 ‘유느님’이라 부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능수능란 이끄는 모습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데요. 하지만 그가 진정한 ‘유느님’이 될 수 있었던 건 자신을 내려놓고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진정한 리더십 덕분이 아닐까요. 유재석의 성공비결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리더십, 소셜프렌즈 ‘김태훈’ 님이 소개합니다.


유재석이 잘되는 이유, 탈(脫)자아 리더십


무턱대고 유재석 미담을 늘어놓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조목조목 현상과 사고방식을 분석하며 접근하려 합니다. 한국 연예계에서 유재석 씨처럼 오랫동안 일인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여전히 시청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인물이 또 있을까요. 1991년에 데뷔하여 26년간 상승세를 유지하는 유재석 씨와 그의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을 저는 ‘탈(脫)자아 리더십’이라고 명명하려 합니다.

탈자아(脫自我)란 자기 자신을 내가 아닌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 객관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유재석 씨(이하 유재석)의 진행을 보면 유독 이러한 탈자아적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그동안 많이 거론된 인본주의적 사고나 덕장에 대한 분석은 이번 글에선 잠시 미뤄두고 이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프로그램 전체의 진행과 구성에 맞춘 유재석식 조직운용

현재 유재석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떠올려보면 놀랍게도 캐릭터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방송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려고 공들이는 다른 출연자와 달리 유재석은 프로그램의 중심인물인 것에 비해 이런 특정 이미지가 명확히 느껴지지 않는데요. 일인자답게 여타 인물들보다 더 강력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처음엔 ‘유재석이 다른 사람들의 캐릭터를 잘 만들고 살려주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분명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니 유재석의 놀라운 점은 자기를 잊고 ‘프로그램 전체의 진행과 구성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출연진과 스탭 및 PD, 심지어 자기 스스로까지 프로그램이라는 장기판 위의 하나의 말처럼 생각하고 운용합니다. 그럼, 유재석이 있는 촬영 현장을 한 번 살펴볼까요?


#1. 파란색으로 표시된 출연진들의 관점에서 본 촬영 현장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출연진의 역할이다


한창 프로그램이 촬영 중인 스튜디오에서 여러 명의 출연진과 스탭, PD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무대의 각 인물은 자신의 캐릭터를 살려 어떻게 자신을 돋보이게 할지 고민하며 행동합니다. 많은 출연진이 원샷(혼자 화면에 나오는 것)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오디오가 물리지 않게(다른 말소리 등과 겹쳐지지 않게) 타이밍을 잘 봐가며 적절히 멘트를 치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겹치면 이에 대한 불만을 장난스럽게 얘기하기도 하죠. 이들의 관점은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내가 보는 무대, 내가 보는 상대 캐릭터, 내가 보는 스탭들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 강력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재미가 쇼의 주요 테마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이를 중심에서 이끄는 유재석의 관점은 어떨까요?


#2. 빨간색으로 표시된 유재석의 관점에서 본 촬영 현장


유재석은 무대 안에 있지만, 무대 밖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며 캐릭터를 운용하는 관점을 취합니다. 말하자면, 조감도처럼 공중에서 무대와 촬영세트를 내려다보면서 전체적인 진행을 생각하는 것이죠. 그럼 현재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떠한지, 방송 분량이 얼마나 나왔는지, 누가 튀고 누가 말을 못 하고 있는지 등등이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 맞춰 출연진들에게 말을 걸고 조용히 시키고 자기 자신도 그중 한 명으로서 행동합니다.

분위기가 처지면 코믹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주위가 산만해져 있으면 본인이 나서서 멘트를 치며 집중을 시키고, 전반적으로 출연진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면 스스로 망가지며 분위기를 쇄신시킵니다. 또 재미없는 질문이 반복되면 작가에게 사인을 보내는 등 진행 도중 PD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마다치 않습니다. 말마따나 '유느님'처럼 전체 촬영 상황을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한 명 한 명의 역할을 살리고 조절하며 프로그램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운용합니다.


#3. 무대 전체를 내려다보는 사고를 하는 유재석의 운용방식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유재석의 관점이 다른 출연진들처럼 유재석 본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의 이미지처럼 ‘자신을 떠나’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즉, 탈자아의 관점에서 행동하고 있는 거죠. 그 목적은 더도 덜도 아닌 ‘프로그램이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것’ 하나입니다. ‘당연한 거 아냐? 누구나 그렇게 행동해야지’ 라고 생각이 되시나요? 그럼 이 상황을 다른 예를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회사의 상황입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오케스트라식 효율적 조율

#1. 일반적인 회사 내 프로젝트 플로우


한 회사가 신제품 개발을 위한 팀이 결성되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좋은 팀원 1은 기술력을 강조하며 기술이 전면에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본인의 역할이 확실하고 공고해지겠죠. 디자인에 강한 팀원 2는 완벽한 디자인에 기술을 담아주기를 바랍니다. 기술 때문에 디자인이 손상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요. 홍보담당 팀원 3은 개발보다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홍보할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홍보 때문에 좋은 제품 말아먹었다는 소리는 듣기 싫습니다. 여기에 팀장 역시 얼른 이 신제품을 화려하게 개발해서 모두 자신의 공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시라면 지금의 이 스토리 많이 보셨을 겁니다. 자, 이 상황은 위에서 말씀드린 ‘출연진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강조하면서, 원샷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오디오가 물리지 않게 타이밍에 맞춰 치고 들어가려는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만일 유재석 팀장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요?


#2. 유재석이 팀장이라면? 프로젝트를 이끄는 절대 리더

팀장 유재석은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전체를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자신의 캐릭터와 팀원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각자 잘하는 부분이 돋보이도록 일을 분담합니다. 팀원 1이 기술 이야기를 계속해서 팀원 2가 지루해한다는 것을 파악하면 팀원 2에게 질문을 던져 그의 의견을 뽑아냅니다. 개발에는 관심이 없고 홍보만 생각하고 있는 팀원 3에게는 개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는 등 참여를 독려합니다. 전반적인 팀원들의 흥미도가 떨어지면 본인이 앞장서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를 열어 집중도를 높입니다. 또, 팀원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필요에 따라 다른 부서 및 상사와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상의하고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탈자아 상태에서 전체의 목적을 위해 팀원(출연진)과 본인, 심지어 외부 인력(스탭과 PD)을 운용하고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 일을 팀장(유재석)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이 잘되고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잘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어느 순간, 우리 모두는 리더가 된다!


‘이건 리더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나랑은 상관없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어떤 순간에선 리더가 되는 상황과 맞닥뜨립니다.

7살짜리 꼬마 아이도 5살짜리 동생과 손잡고 걸어가면 그 순간 리더가 됩니다. 동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죠. 중학생 축구팀에도 누군가는 리더가 돼야 하며, 아이를 데리고 장을 보러 나간 엄마도 아이들의 리더이고, 가족 행사를 고민하는 아버지도 가족과 친척의 리더가 됩니다. 7살 아이가 내가 먹고 싶은 사탕 사러 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으면 동생 손을 놓치게 됩니다. 중학생들이 서로 자기가 골을 넣겠다고 패스하지 않는다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가족행사를 본인의 스케줄에만 맞춰 준비하는 아버지는 가족의 원성을 살 수 있습니다. 리더가 자아를 강력하게 가진 상태에서 자기 입장과 관점만 고수하면 그 프로젝트는 잘못되기 십상인 것이죠.

누구나 자기 기준과 입장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편하고 즐겁고 내가 잘 되는 방법같이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한 발만 떨어져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전체 프로젝트의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탈자아 리더십, 마음먹기 달린 것

다시 말해 리더는 ‘탈자아 관점에서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가진 기술력만 생각하지 않고 전체 프로젝트를 바라보면서 ‘이 부분은 기술보다 디자인의 손을 들어줘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프로젝트는 내 것이 되고 자신도 모르게 리더가 되어갑니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잠시 나를 놓은 상태에서 그것이 잘 되게 만드는 방향을 고민하면 답은 나오거든요.

유재석 씨가 무한도전에서 입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는 것은 ‘시청자 여러분들께 웃음을 드리기 위해'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이 프로그램이 10년이 넘도록 최고의 쇼 프로그램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우뚝 서기 위해 행동하면 프로그램이 망하고 나도 따라 망합니다.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내가 성공하게 됩니다. 물론 조직의 성공이 나의 성공으로 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뮤지컬 연출가인 박칼린 씨의 말이 생각나네요.


사필귀정, 나는 많은 오해를 겪었지만 결국 일은 바로잡아지고, 3년 정도 걸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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