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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규제개혁 - 포지티브 규제는 NO, 산업에 네거티브 창의성을 더하라!

개구쟁이 아이의 엄마가 잔소리합니다. “이거랑 이건 하면 안 돼. 그것 외에 나머지는 뭐든 해도 된다!”

또 다른 엄마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랑 이것만 해야 해. 나머지는 하면 안 된다!”


두 엄마 잔소리의 차이점을 발견하셨나요? 첫 번째 엄마의 교육방침은 ‘원칙은 허용하되 예외는 금지’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입니다. 두 번째 엄마는 ‘원칙은 금지하고 예외는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왠지 단어의 어감만 들어서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보다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열거된 것만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보다 훨씬 많은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창의성을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규제개혁, 네거티브 규제 전환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때

산업의 창의적 발전을 막는 포지티브 규제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산업이 창의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한데요. 현재 우리나라 규제방식은 대부분 법령에 열거된 사항만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분야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는 선진국에 뒤처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없이는 신산업 부문의 발전과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어려운 것이죠! 실제로 해외와 비슷한 시기에 핀테크의 태동이 이루어졌지만 포지티브 규제방식으로 인해 국내 핀테크 발전은 뒤처지고 있으며, 국내의 높은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ICT와 다른 분야의 융합된 산업 발전도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경련이 발표한 ‘네거티브 규제방식 추진동향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는 특히 신사업 분야에서 포지티브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포지티브 규제에 가로막혀 신사업 성장이 더딘 대표적인 분야는 융복합 기술이 강조되는 핀테크,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등입니다.


사례 1. 전자화폐 - 갖추어야 할 요건만 열거하다 정작 상용화 놓쳐

최근 비트코인 기술을 응용하여 국내 최초로 가상화폐인 ‘독도코인’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규제의 벽에 막혀 법적인 전자화폐로 인정받지 못했는데요. 이제 막 개발된 독도코인은 전자금융거래법상 ‘2개 이상 광역지자체의 500개 이상 가맹점에서 이용’되고 있거나 ‘구입할 수 있는 재화·용역의 범위가 5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열거식 전자화폐 규정을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죠. 즉, 미국의 ‘페이팔(Paypal)’을 지향하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생겨나거나, 독도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개발되더라도, 화폐가 널리 사용되기 전에는 법적인 전자화폐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영국은 전자화폐를 ‘발행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전적 가치로 대표되는 전자적으로 저장된 화폐’로 포괄적으로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유형의 전자화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전자화폐에 대한 규정중심의 정의를 포괄적 규정으로 전환, 법적 전자화폐의 정의와 시장에서 통용되는 전자화폐의 정의를 일치시켜 핀테크 발전을 지원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례 2. 크라우드 펀딩 - 포지티브 금융규제로 수용 지연

포지티브 금융규제로 수용 지연되는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딩 펀딩은 SNS 서비스를 이용,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 등의 플랫폼을 통해 다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하는데요. 원칙중심 규제방식을 따르고 있는 영국에서는 네거티브 규제 덕분에 세계 최초의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업체인 ‘조파(Zopa)’와 최초의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업체인 ‘크라우드큐브(Crowdcube)’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크라우딩 펀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국내에서는 규정중심의 포지티브 규제로 법적 근거가 없어 자본시장통합법을 개정, 관련 조항을 추가해야만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법 개정안이 발의된 후 약 2년의 세월이 걸린 셈인데요. 이렇듯 원칙중심의 포지티브 규제방식은 유권해석을 통한 신개념이나 새로운 분야를 즉각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례 3. 신재생에너지 - 히트펌프 생산·투자를 저해하는 포지티브 정의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이미 상용화된 하수·하천수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사업추진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정의에는 태양, 수력, 해양 등 8가지만 재생에너지로 규정하고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수·하천수와 공기의 온도 차를 이용한 재생에너지는 탄소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기존 에너지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재생에너지와 다를 바가 없지만, 별도의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차별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관련 설비인 히트펌프 생산 및 투자를 저해하고 전체 재생에너지 기술발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례 4. 융복합 신사업 - 원칙적으로 금지된 새로운 시도

진료기록 연람에 대한 포지티브 규제로 U헬스케어 발전에 장애


현재 의료법에 의하면, 진료기록 열람을 원칙금지 및 예외허용의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어 예외허용에 포함되지 않는 유무선 통신을 통한 열람이 어려워 U헬스케어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또, 자동차 임시운행과 자동차 조향장치 기준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자율주행자동차의 일반도로 시험주행이 금지되어 있어 이와 관련된 산업발달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U헬스케어나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융복합 신사업은 나열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고 있는 지금의 규제로 인해 새로운 시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발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는 융복합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건 해도 되고 나머지는 하지 못하는 포지티브 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무엇보다 저성장 시대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창조경제를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으로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어야 합니다. 미래 유망 산업인 신성장동력을 꽃피우기 위한 첫걸음,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됩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규제개혁팀 최원락 부장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