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는 불신을 불러옵니다.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불신은 ‘남아도는 돈’이라는 오해에서 시작되는데요.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세후 이익에서 배당금과 성과급 등으로 지출한 금액을 제외하고 사내에 현금 또는 설비투자나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 형태로 남겨둔 돈을 말합니다. 여기서 명백히 알아둬야 할 것은 사내유보금은 맘대로 쓸 수 있는 현금의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내유보금을 모두 현금으로만 인식하고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유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오해도 한몫하는데요. 투자나 고용을 미루면서 현금만 쌓아 놓는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풀고 그저 ‘남는 돈’이 아닌 ‘미래를 위해 사용할 돈’이라는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오해1] 사내유보금이 30배나 늘었다고? → 2008년 대비 2.1배 증가에 그쳐
2009년 법인세 인하 후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30배 이상 증가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이러한 오해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이에 대해 기업들은 사내유보자산 대부분이 유·무형자산에 이미 투자되어 있으며, 쌓아둔 현금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1분기 사내유보자산은 2008년의 319조 원보다 2.1배 늘어난 667조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 2.8배 증가, 현대자동차 3.3배 증가, 포스코 1.4배 증가 등으로 상위 10대 기업의 사내유보자산은 평균 2.6배 늘어났습니다.
[오해2] 다 현금이라고? → 대부분 유·무형자산에 이미 투자되어 있어
사내유보자산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이 합산된 것으로, 기업들이 법인세 납부 후 순이익 중 배당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시키는 자산에 대한 회계장부상 용어일 뿐 절대 모두 현금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10년간 매년 1억 원씩 이익을 얻은 법인이 사내유보자산인 10억 원을 전액 투자했을 경우, 현금성자산은 ‘0’이지만 사내유보금은 ‘10억 원’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를 개인에 비유하자면, 근로자는 자신의 소득에서 세금을 제하고 남은 개인유보금을 모아 집이나 자동차 등을 구입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오해3] 우리나라만 현금비중이 크다고? → 현금성자산의 비중과 규모는 높지 않아
일반적으로 말하는 ‘쌓아둔 현금’은 현금성자산을 의미하는데요. 실제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사내유보금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기업들은 사내유보자산 대비 이러한 현금성자산의 비중은 25% 정도에 불과해 그 규모가 별로 높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1,086개 상장기업의 2015년 1분기 사내유보자산인 약 844조 원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은 약 212조 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한국 기업의 총자산 중 현금성자산 비중은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30대 그룹 현금성자산은 118조3천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9.6% 수준인데요. 이는 한 달 매출액인 102조 4천억 원에 불과합니다. 1,086개 상장기업의 현금성자산을 살펴봐도 매출액 대비 10.2% 규모로 한 달 매출액 106조 9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개인은 갑자기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 등을 위한 예비비 명목으로 저축을 하거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인데요. 기업의 현금성자산 역시 설비투자와 원재료 구입, 인건비, 차입금 상환 등에 필요한 예비금일 뿐 결코 여윳돈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현금뿐만 아니라 토지, 공장, 기계설비 등 유·무형의 다양한 자산형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은 돈’으로 오해하고 비판하기 보단, 기업들의 투자가 빛을 발하기를 지켜봐주세요.
* 본 포스팅은 전경련 재정금융팀 강수정 선임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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