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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극단 푸른달의 <손순, 아이를 묻다> 작은 관심이 만든 가능성

얼마 전 공연계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사연을 하나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극단 푸른달의 <손순, 아이를 묻다> 공연에 대한 미담이지요. 아마도 이 극단 이름이나 작품 모두 생소할 겁니다.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닌 사람들에게도 말이죠. 아주 작고 영세한 극단에서 올리는 작은 작품이였기 때문입니다. 공연계가 예전보다 많이 팽창했다고 하고, 유명 배우들의 개런티도 오르고 있고,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 참여도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로 대부분의 연극 공연장은 적자를 면키 힘든 상황이지요. 이 푸른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극단 푸른달 로고

이미지 출처 : 푸른달 공식 블로그


사실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처음 알게 된 작품입니다. 푸른달은 알고 있었죠. 대표 박진신 씨의 <마임 모놀로그>란 작품을 들었거든요. 사실 예매까지 했다가 일 때문에 가지 못 했던 작품이라 아쉬움과 함께 기억하는 이름이죠(그 당시 제가 마임에 좀 관심이 있었거든요).

어쨌거나, 극단 푸른달과 대표 박진신 씨, 이 극단이 올린 <손순, 아이를 묻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 미담을 만들어 낸 디시인사이드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이야기를 오늘은 해보고자 합니다.


작은 극단과 적은 관객, 그리고 한편의 글

이 이야기는 모두 ‘작고’ 또 ‘적은’ 존재로부터 시작합니다. 일단 작은 극단 푸른달이 부산에서 <보물상자>라는 공연을 올렸고요. 그 공연에 4명의 관객이 들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커뮤니티 포털 사이드 '디시인사이드'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일명 연뮤갤)에 리뷰를 올렸습니다. 이 하나의 글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적은 관객, 어쩌면 그보다도 적었을 공연에 대한 관심 때문에 아마도 극단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웠겠지요. 그러던 중, 공연 관계자 중 한 명이 이 글을 박대표에게 보여준 겁니다. 울컥하는 마음에 박진신 씨는 감사의 마음과 함께 작품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게 되죠. 인터넷에 이미 있는 글이니 이건 제 설명보다는 진짜 글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링크를 올립니다. (바로가기)

이 글의 조회수와 댓글이 증명하듯, 이 게시판에 이리저리 드나들던 공연 마니아들이 이 글에 열렬히 호응을 시작하지요. 사실 저는 이 글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 블로그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분의 경우 엄청나게 슬픈 어조로 이걸 지인들과 같이 읽고 정말 우울하게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함께 써 두셨더랬죠. 사실 글이 올라갈 당시만도 그랬으니까요. 저도 읽으면서 역시 공연 종사자랄 수는 없지만, 공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팬으로서 같이 우울해 했습니다. 사실, 전 일개 개인 팬일 뿐이고, 제가 하나 가서 본들 많이 구조적으로 변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물론, 일일이 작은 공연을 따라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좋은 연극과 관객이 만들어낸 기적,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

극단 푸른달의 손순, 아이를 묻다 포스터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였더라는 게 이 이후의 일들이죠. 하나둘 십시일반으로 모였던 일반 관객들은 현재 푸른달이 공연하는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의 사전예매를 넘어 남은 전회차를 매진시켰고, 가지가지 재주를 가진 관객들은 모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홍보를 앞서 도와주는 등의 ‘자원봉사’를 앞장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별다른 재주는 없다 보니, 조금 더 돈을 보태 저와 제 엄마와 같이 갈 티켓을 예매하는 것으로 화답했지만요. 그렇게 모인 작은 작은 관객들이 이어 연장 공연을 만들어 냈답니다. 그리고 원래 폐관작으로 기획되었던 이 작품을 넘어 이후의 작품까지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냈지요.


극단 푸른달의 손순 커튼콜 모습

이미지 출처 : 푸른달 공식 블로그


이런저런 언론지상에 이 푸른달과 박진신 대표의 미담이 소개되었고, 관객들이 줄을 이어 이 작품을 관람했습니다. 무려 저는 원래 보러 가려고 했던 날 매진이 된 바람에, 연장 회차가 있는 날로 예매 변경을 했다죠. 다정다정한 문자가 와서 힘내시라고 답변을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극단은 기사회생하여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그 작품도 많은 이들의 애정과 관심 속에 무대에 올라가리라 기대합니다.



연극계를 지켜보는 이의 기대와 걱정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건 박진신 대표도 인터뷰에서 많이 언급해 주셨더군요. 이런 관심이 영원하긴 힘들다는 것입니다. 물론, 푸른달의 경우 이미 한번 크게 노출이 되었고, 많은 팬들이 생겼을 테니 지속적으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은 차근차근 쌓아갈 좋은 계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학로의 푸른달 같은 극단이 비단 이 극단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 아마도 모두들 하고 있겠지요.


뮤지컬 이야기쇼, 극단 푸른달의 공연 후 인터뷰


이 극단 개별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구조적인 문제일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연극을 하고 싶어 시작한 사람들이 굶고 주리더라도 연극을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무대에 올리고, 망하고 또 힘들게 지내는 게 왜 우리 걱정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치부해버릴 문제가 아닙니다. 흔히 우리는 쉬이 ‘복지’를 이야기하고 ‘사회보장’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그냥 그렇게 양껏 지날 문젠 아니라는 것이죠. 단순히 공연이 안 되어서, 극단이 문을 닫아서, 라는 문제이기 보다 실제 우리나라 공연계의 현실은 공연계 종사자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요구합니다. 물론 좀 규모 있는 기획사의 빵빵한 재정적 지원을 밑받침하는 곳은 그나마도 사정이 나은지 모르겠지만, 실제 그렇게 밀어닥치는 작품들에 사실 근근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던 숨은 보석 같은 작품과 극단들이 밀려나고 있는 것도 슬픈 현실이지요.

공연장 임대료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이걸 잡을 수 있는 어떤 대책도 사실 없는 상황. 결국, 그렇게 이들은 혜화역의 변방으로 계속 밀려나가는 중입니다. 아마도 그중 하나가 바로 이 ‘푸른달’이었겠지요.



나가며 : 그래도 계속 보내야 할 관심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뚜렷한 행동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번쩍 눈을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볼 수는 있을 겁니다. 큰 공연과 함께 작은 공연에 관심을 갖는 정성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즈음이죠. 사실, 저 역시 이번 사건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공연 팬이기도 하고, 또 공연을 좋아하는 블로거이기도 하니까요.

작은 작품을 더 많이 찾고, 많이 보고, 또 많이 이야기해야겠다. 그게 지금 제가 일단 급히 품은 생각입니다. 물론, 완벽한 만족에 도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게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적 재산을 좀 더 탄탄하게 쌓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시작이 있고, 그리고 약하고 힘든 시절을 겪게 마련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른이 아이를 보호하듯, 그리고 선배가 후배를 아껴주듯. 좀 더 힘이 있고, 여력이 있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이런 배려를 가지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미담이 여전히 이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을 품게 해주는 거 같습니다.

푸른달도, 그리고 손순도,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많은 작품들도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소셜파트너즈, 풀잎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