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원은 최고의 씬스틸러(scene stealer) 중 한 명입니다. 알다시피 김희원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대동소이합니다. 연기 스타일도 눈에 띄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볼 때마다 식상하지 않습니다. 마치 뭐가 들어올지 뻔히 알면서도 헛스윙 삼진을 당하게 되는 류현진의 체인지 업처럼, 김희원 특유의 악역 연기가 펼쳐질 거라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도 매번 강한 임펙트를 만드는 겁니다. 실제로 드라마 ‘미생’에서 처음 등장하자마자 몇 마디 대사를 내뱉지 않았음에도 시청자들은 '박과장(김희원)'을 쥐어 패고 싶어졌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김희원은 어느 작품에서든 등장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시청자의 비호감을 사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수많은 악역 전문(?) 연기자들이 존재하지만, 김희원만큼 캐릭터를 밑도 끝도 없이 미워 보이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출처:tvN 드라마 미생 캡쳐)
"고졸이라며? 운 좋네."
이런 김희원이 연기하는 ‘박과장’은 원작 웹툰에서 거의 유일한 악역이라 그 활약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재미있는 드라마를 더욱 쫄깃쫄깃하게 만들어 줄 게 분명할 테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박과장'처럼 대놓고 악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먹는 캐릭터들이 존재합니다.
이른바 ‘욕먹는 대리들’로 신입사원의 직속상사인 대리들이 욕을 바가지로 퍼먹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대기업에는 저런 대리들만 있냐며 요즘 같은 취업난에도 입사하기 무섭다는 시청자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대리들 중에서 현재 가장 욕을 먹고 있는 케이스가 찌질하게 '안영이(강소라)'를 괴롭히고 있는 '하대리(전속호)'이고, 최근 들어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한 케이스가 '한석율(변요한)'에게 일을 떠맡기고 있는 '성대리(태인호)'입니다. 그나마 8회까지만 해도 '장백기(강하늘)'를 교육하는 방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강대리(오민석)'는 9회를 통해 '욕먹는 대리'에서 벗어났습니다.
(출처:tvN 드라마 미생 캡쳐)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
"그럼 성공은요?"
"자기가 그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신입사원의 직속상사 중 유일하게 줄곧 욕을 먹지 않았던 케이스는 오로지 '장그래(임시완)'의 사수인 '김대리(김대명)'뿐이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부실한 스펙을 거론하면서 '장그래'의 기를 죽여놓기도 했지만, 대리 중에서 일을 꼼꼼히 가르쳐 주는 케이스는 '김대리'가 유일합니다. 직속상사로서 '김대리'의 최고 장점은 부하직원의 입장과 말을 들어줄 자세가 되어있다는 겁니다. 다른 대리들은 자신의 입장과 말을 부하직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합니다. 내가 상사고 내가 더 경험이 많으니 무조건 내 방식대로 따라오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일쑤입니다. 반면에 '김대리'는 '장그래'의 입장과 말을 먼저 듣고 최대한의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서 '김대리'는 심지어 퇴근 이후에 '장그래'의 집까지 따라갔을 정도입니다.
(출처:tvN 드라마 미생 캡쳐)
"장백기씨, 내일 봅시다."
'강대리(오민석)'는 자신의 방식과 말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기보다는 부하직원이 스스로 깨닫고 따라오기를 바랍니다. 즉, '김대리(김대명)'가 꼼꼼하게 첨삭지도해주는 스타일이라면, '강대리'는 그저 방향만 설정해준 채 나머지는 본인에게 맡겨 버리는 스타일이죠. 사실 부하직원 입장에서 '강대리'같은 방식은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그냥 속 시원히 말로 해주는 게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대리'의 방식은 한번 적응하면 '김대리'의 방식보다 부하직원의 성장을 더 빠르게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남이 가르쳐주어 알게 되는 것보다 스스로 깨우쳐 얻게 되는 경험이 더욱 값지고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미생’ 9회에서 빛을 발한 '강대리'의 모습 중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가르치는 방식에 대해 이미 백기를 든 '장백기(강하늘)'의 자존심만큼은 끝까지 지켜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출처:tvN 드라마 미생 캡쳐)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김대리(김대명)'의 방식이나 '강대리(오민석)'의 방식이나 모든 신입사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일례로 무역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회사에 들어온 '장그래(임시완)'에게 그저 방향만 설정해준 채 스스로 알아 따라오기를 바라는 '강대리'의 방식을 적용하면 과연 부하직원이 따라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틀린 말 없다는 옛말에도 ‘인사가 만사’라고 했습니다. 신입사원의 특성에 맞춰서 적당한 사수를 붙여줘야만 회사로서도 쓸만한 인재로 키워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반드시 꼭 하나만을 골라야만 한다면, ‘강대리’의 방식보다 '김대리'의 방식이 좀 더 안전해 보입니다. '장백기(강하늘)'의 경우처럼 사수가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인하여 신입사원이 교육과정 중에 회사를 그만둬 버리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김대리'역을 연기하는 김대명과 '강대리'역으로 출연하는 오민석은 무명 연기자입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테러범 목소리 연기를 했던 김대명은 드라마 ‘미생’을 통해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연기하게 됐습니다. 원작 웹툰과의 캐릭터 싱크로율이 ‘장그래’의 임시완 못지 않기 때문에 ‘만찢남’이라 불리며 요즘은 데뷔 후 처음으로 CF 제의까지 들어온다고 합니다. 드라마 ‘조선 총잡이(2014)’에서 ‘민영익’으로 등장한바 있었던 오민석도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역으로 잠깐씩 얼굴을 비치곤 하다가 ‘미생’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작년에 '응답하라 1994'가 정우, 유연석, 손호준 등 오랜 무명생활을 했던 연기자들을 스타로 만들었듯이, '미생'도 김대명, 오민석 등 무명 연기자들로 하여금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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