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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토크/대학생경제읽기

게임과 애니메이션, 제2의 한류를 이끌려면...

‘아이온’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에서 만든 온라인 게임으로, 2008년 출시 이후 국내 온라인 게임 순위에서 160주가 넘게 1위를 차지했던 인기 게임입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2013년까지 누적 매출액은 1조원, 누적 영업이익 7,5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소나타 30만대 혹은 갤럭시 S3 377만대를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을 게임 하나로 거둔 셈입니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입니다. 2003년 첫 방영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120여 개국에 수출•방송되고 있으며, 2014년 현재 5번째 시리즈까지 방영되었습니다. 누적 매출은 무려 1조 2천억원.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각종 출판물, 완구, 인형극, 전시회, 테마파크,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해 아이들의 친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온과 뽀로로는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문화콘텐츠 산업은 추가 판매 비용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아이온의 순이익률은 투자액 대비 약 30배. 추가로 더 판매될 때 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문화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율은 2008년 39.88%, 2009년 41.41%, 2010년에는 41.55% 로 조사되었습니다.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인 15%~20%보다 훨씬 높은 편입니다.

 

또 문화콘텐츠는 하나가 성공할 경우 다양한 파생 상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앞서 말했듯 뽀로로는 출판, 영화, 연극, 광고,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다른 장르로 재창조되며 큰 파급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개인이나 작은 규모의 단체에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업유발계수(14.7)도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10.1)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콘텐츠 산업, 성장은 하고 있지만…

 

국민 소득 증가와 더불어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2012년 매출액은 약 89조원으로 전년대비 5.2% 성장하였으며, 2008∼12년 연평균 성장률은 8.2%에 달합니다. 수출액은 약 48억 달러로 전년대비 약 7.2%,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8.5%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중 게임 수출액은 26억 달러로 전체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음악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5%에 불과하지만, 2008년 이후 한류열풍의 영향으로 연평균 90%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세에도 우려되는 점들은 많습니다. 크게 나누자면 불법 복제물, 불필요한 규제, 국민들의 저평가라는 3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불법복제물 문제입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문화 콘텐츠의 국내 불법복제물 유통량은 24억 742만 개로 전년대비 16.6% 증가하였고, 2010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라인 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게임 회사들은 해커들이 게임의 소스 코드를 복제하여 사설로 운영하는 프리서버에 항상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러한 프리서버는 최근 기업형으로까지 진화했으며, 이로 인한 게임 산업의 피해는 연간 약 1,633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국민들이 콘텐츠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화작가의 고료나 애니메이션의 TV 방영료가 지나치게 낮아 다른 관련 상품의 로얄티로 수익성을 보전해야만 합니다. 일례로 뽀로로의 매출액 중 방영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10%가 되지 않습니다. 유럽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전체 매출 가운데 방영권료가 30∼40%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규제 또한 문화 콘텐츠 산업을 옭아매는 장애물입니다. 최근 시행된 '셧다운제'와 '게임중독법'은 게임 산업 전체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분기 73억의 영업손실을 떠안았습니다. 다른 여러 게임업체들도 세제 헤택 및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국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제로 인해 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투자가 끊기고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서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들은 콘텐츠 사업에도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점진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K팝과 영화가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비교적 많은 성공작을 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 애니메이션 산업과 게임 산업은 아직까진 성공작도 적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인식이라는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뽀로로를 이은 로보카 폴리, 변신자동차 또봇 등의 성공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모두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성인들이 애니메이션을 어린아이들의 콘텐츠로 생각하던 고정관념을 굳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아이온,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즈와 같은 게임들 또한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나 폭력성과 중독성을 이유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오히려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주제와 플랫폼으로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들임으로써 산업의 확대와 함께 부정정인 인식을 해소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관람불가 애니메이션 ‘창’은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호평과 함께 평점 9점을 기록하며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만의 콘텐츠가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게임 ‘마법천자문’은 게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즐겁게 한문을 학습하도록 도와줌으로써 게임이 폭력적이거나 학습을 저해한다는 인식을 깨는데 일조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는 콘텐츠 산업인 만큼 제작자들의 남다른 시선과 다양한 시도가 각 산업을 발전시키는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다행인 점은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이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면서 관심과 지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성이 정부의 핵심 목표인 창조경제에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4년 발표한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 펀드’ 에서는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해서 문화콘텐츠 투자를 활성화 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올해 영화를 포함한 문체부의 콘텐츠펀드 계획은 5개 분야 전체 2,000억 원 규모로, 그 중에서도 애니•만화•캐릭터 및 제작 초기 분야의 지원은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를 알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이 같은 투자는 만성적인 투자부족을 겪고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특히 대부분 벤쳐 투자에 의존해왔던 애니메이션 산업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 지원만으로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미흡하고 불필요한 규제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문화산업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좀 더 힘써서 산업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시급합니다.

 

마지막으로 양질의 문화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단시간에 인위적으로 바뀌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가능성마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웹툰이 인기를 누리면서 만화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플랫폼에서 참신한 주제의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작은 성공이 모이고 모일 때, 문화콘텐츠는 한류 열풍의 새로운 바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