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강동원 VS 유해진, 두근두근 기대되는 타짜들의 두 번째 맞대결

470만 잠수사 vs 600만 멱살잡이

 

올여름 극장가를 달군 빅4 중 군도와 해적의 상황이 기가 막힐 정도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빅4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해 서로 물고 물리기 전까지만 해도, 최강으로 꼽혔던 영화는 군도였고, 기대치가 비교적 떨어진 영화는 해적이었죠. 그럴 만했던 것이 믿고 보는 하정우에 강동원까지 더해졌고 여기에 범죄와의 전쟁을 성공으로 이끈 윤종빈 사단이 다시 모여 만든 군도는 천만은 어렵더라도 470만을 기록했던 범죄와의 전쟁은 훨씬 뛰어넘을 거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 해적은 과연 될까? 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군도와 명량에 이어서 3번째 사극인 데다, 명량, 해무와는 해양 블록버스터라는 점마저도 겹쳤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빅4 중 유일하게 여성 원톱 영화로 홍보되었기에, 흥행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군도는 기대 이하의 성적인 470만으로 마감했고 해적은 기사회생하며 현재 600만을 넘긴 상태입니다. 빅4가 개봉하기 전 알려졌던 제작비-손익분기점에 따르면 군도는 손익분기점에 대략 80만 정도가 모자라며, 해적은 손익분기점을 대략 70만 정도 오버한 것으로 계산됩니다. (참고로 군도의 배급사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처럼 두 영화가 당초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원인 혹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군도 vs 해적의 대결은 하정우 vs 손예진의 대결이 아니었습니다.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들인 강동원 vs 유해진의 대결이었죠. 그런데 강동원은 하정우를 끌고 잠수를 타버린 데 반해, 유해진은 손예진의 멱살을 잡고 영화를 건져냈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우울했다. 작품마다 목표를 정하는 데 그 작품(군도)을 만들 때 정말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만든 영화였다. 그게 안 되니까 반성도 많이 했다. 감독님도 많이 힘들어했다."

- 강동원

 

알다시피 군도는 강동원을 향한 감독의 지나친 애정이 망친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영화를 보러 간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해주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는 강동원에 힘을 쏟다 보니, 하정우에 대한 신뢰도 깨지고, 군도: 민란의 시대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카타르시스조차 관객들에게 선사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강동원은 군도에서 늘 하던 대로했습니다. 극강의 비주얼로 관객의 눈을 최대한 즐겁게 만들어 주었죠. 문제는 하정우에게 몰아주어야 할 대사와 감정연기마저도 강동원에게 몰아주다 보니, 하정우는 무매력이 되고 영화 러닝타임은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결과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지만, 한쪽으로 쏠린 영화 전개가 영화의 멱살을 잡고 잠수해버리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애초 철봉이(유해진) 바다 수영을 설명하는 내용은 있었지만 '음파 음파'는 애드리브다."

- 이석훈 감독

 

해적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습니다. 일주일 전에 개봉한 명량이 워낙 대단한 흥행 기세를 보임으로써 상대적으로 해적이 묻혔고 흥행실패가 점쳐졌지요. 그러나 일주일 후에 개봉한 해무가 다크호스로 점쳐지던 당초 예상을 뒤엎고 흥행몰이에 어려움을 겪자 해적에게 기사회생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해무에 스크린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던 해적은 마침 해무 이후에 개봉되는 영화 중에 흥행대작이 없었기에, 명량과 더불어 쌍끌이 흥행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손익분기점 돌파도 어려워 보였던 해적이 현재 600만을 넘으며 순항 중입니다. 이런 행운도 영화 자체가 재미있어야 가능한데, 유해진이 러닝타임 내내 등장할 때마다 빵빵 터트리며 영화에 재미를 부여해 줍니다. 한마디로 유해진이 손예진뿐만 아니라 바다에 수장될 뻔했던 영화를 멱살잡이하여 건져 올린 겁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 vs 타짜-신의 손

 

우연치고는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 강동원과 유해진을 그냥 놔주기 싫었나 봅니다. 여름 극장가 블록버스터 대결에 이어서 추석  극장가 대결에서도 강동원과 유해진이 맞붙게 됐습니다. 9월 3일에 나란히 개봉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과 타짜-신의 손은 추석극장가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기자 시사회를 마쳤는데, 타짜-신의 손의 반응을 살펴보니 이번에도 유해진의 멱살잡이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쯤 되면 믿고 보는 유해진이라는 말까지 나올 것 같습니다. 반면 두근두근 내 인생의 경우는 군도와 정반대인 상황입니다. 세금논란에 휩싸인 송혜교로 인하여 강동원이 영화의 멱살을 잡고 건져 올려야 하는 입장이 된 겁니다. 영화의 완성도는 높다고 하니 강동원의 흥행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인 듯합니다.

 


빅4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을 보면 한국영화의 흥행에서 이제 멱살잡이가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멱살잡이는 어마어마한 혹평 속에서도 690만을 동원한 김수현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죠. 수상한 그녀가 잘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860만을 기록한 것도 심은경의 멱살잡이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완성도 면에서는 좋지 못한 평가를 듣는 명량도 최민식의 멱살잡이가 1,6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죠. 이처럼 잘 만들어진 영화도 그 반대인 영화도 기대 이상의 흥행을 가능케 만드는 배우의 멱살잡이가 현재 대한민국 영화판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추석 극장가에서는 과연 누가 멱살잡이에 성공하여 대박을 칠까요? 현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는 타짜-신의 손의 유해진이지만, 정작 멱살잡이가 꼭 필요한 쪽은 두근두근 내 인생 쪽 같습니다. 

 

 

원본 포스팅 바로가기 ▶ http://goo.gl/gBFSz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