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날씨가 덥거나 습해지면 실내로 기어들어 갑니다. 대개 공연을 보기로 한 날이면, 일찌감치 가서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일을 하거나 서점 근처에서 농땡이를 부리곤 한다지요. 갈수록 더워지는 걸 보면, 이러다 지구 종말이 오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 아닌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당장 하루하루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수밖에요.
이번 기회에는 그런 의미로 공연장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다소 냉정하게 평가할 생각이니 공연장을 고르실 때 참고하면 좋을 듯해요. 대신 좋은 공연장 뿐 아니라 가급적 피하고 싶은 공연장도 같이 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대극장대상이에요. 소극장의 경우 열악한 곳이 더 많긴 하지만, 기대치가 대극장만큼 높지는 않으니까요.
1) 엘지아트센터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 근 10년간 가장 선호하는 공연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군말 없이 다들 <엘지아트센터>라고 말할 것입니다. 사실은 좀 어이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공연장은 항상 비슷했는데, 그 이후 생긴 공연장들이 다 이에 미치지 못하거든요. 심지어 돈을 더 많이 들였음 직한(?) 공연장들도 말이죠. 어쨌거나 한동안은 이 공연장이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려 여기엔 최고의 매니저님도 계시지요. 공연 시작 때마다 안내방송을 하는데, 이분의 팬들도 상당수 있답니다. 센스있는 멘트로 유명하고, 어록도 바글바글 많답니다.
(출처:LG아트센터 공식 홈페이지)
무엇보다 LG 아트센터를 빛나게 하는 건, 매년 연초 오픈하는 기획공연입니다. CoMPAS라고도 불리는데, 흔히 접하기 힘든 반짝이는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답니다. 분야별로 프로그램이 나오는데, 다들 훌륭하죠. 물론 호불호가 좀 갈리는 작품들도 있습니다만, 매년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보여 주는 거 같아요.
어쨌거나 시야장애가 문제 되는 사석도 없고, 음향도 훌륭한 공연장입니다. 접근도도 나쁘지 않고요. 개인적으로는 중앙블럭 6열~10열을 추천합니다. 중앙블록은 어디든 괜찮습니다만, 이즈음은 정말 동급 최강이지요. 그리고 홈페이지 예매를 권해드리는데요. 언제든 날짜, 좌석변경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수수료도 면제.
2) 두산아트센터
대극장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두산아트센터도 정말 좋은 공연장입니다. 무엇보다 어디도 따라올 수 없는 환상의 화장실을 구비하고 있지요. 하하. 연강홀은 한참 공연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흥행성적이 안 좋았는데, 점차 회복되고 있는 분위기더군요. 이 공연장의 특이한 점은 공연 중에 습도조절을 위해 가습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크기도 적절하고, 나름 시야도 좋습니다. 공연을 보기에 나쁘지 않지요. 음향도 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연강홀 2층은 비추. 여기만 리모델링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1층은 어디든 괜찮고요. 특히 중앙 통로 바로 뒷자리인 7열은 추천!
(출처:두산아트센터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소극장 SPACE111은 연극 인큐베이팅으로는 가장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트랩 기획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고요. 여기 라인업은 초연이라고 해도 꽤나 기대할만하지요. 매년 있는 주제기획 (올해는 불신시대였습니다.)도 매우 좋습니다. 인문학자들의 강연이 병행되는 것도 큰 특징이지요. 아, 그리고 1층에 위치한 갤러리 전시도 꽤 볼만합니다. 무료에 8시까지 운영하는데, 일찍올 경우 공연 전에 즐기기 좋아요. 큐레이터도 상시대기하고 있습니다.
접근도 역시 좋고요. 주변에 광장시장이 있다는 건 큰 매력입니다. 한 블록 정도 걷는다면 대학로도 가깝지요. =) 여기도 홈페이지 예매가 가능합니다. 수수료 무료. 다만 플래시로 되어 있어서 좀 불편하긴 합니다.
3) 명동예술극장
명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만, 중앙 즈음이라 지하철로 오면 조금씩 걸어야 합니다. 그래도 외면이 고풍스럽고, 겸사겸사 놀만 한 곳이 참 많은 위치이지요. 주말 낮공연을 보기 정말 좋습니다. 무엇보다 명동예술극장은 우아한(?) 라인업이 특징입니다. 신뢰할만한 고전 공연이 많이 올라가고요. 다만, 주변에 갈 곳이 많다고는 하나 정작 공연장 내부에는 대기 공간이 많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출처:명동예술극장 공식 홈페이지)
공연가격도 합리적이고, 공연장 서비스도 꽤 좋은 편이에요. 물론 공연장 홈페이지 티켓예매도 가능합니다. 웹진 운영도 꽤 잘되고 있지요. 종종 즐겨찾기 해놓으면 좋은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낭독공연도 많이 이뤄지고요.
이 밖에도 고만고만 괜찮은 공연장으로는 최근 <프랑켄슈타인>을 제작하여 히트시킨 충무아트홀(여긴 특히 중극장 블랙이 참 좋습니다. 식당을 개조했다는 블루는 좀 퀄리티가 떨어지고요. 대극장은 그냥 그럭저럭), 뮤지컬 전문공연장 샤롯데씨어터 정도있겠네요. 의외로 디큐브아트센터도 괜찮습니다. 최근에는 신시 공연이 많이 올라오지요. 예술의 전당은 규모대비로 생각해보자면, 토월극장이 꽤 좋습니다. 연극도 뮤지컬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 아주 깊은 무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지요. 그래서 특정 공연은 여기밖에 올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바람의 나라> 같은 공연이요.)
1) 블루스퀘어
(출처:블루스퀘어 공식 홈페이지)
아마도 최악의 공연장을 꼽으라면 이 공연장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삼성카드관과 삼성전자관 두 곳으로 운영되고 있지요. 돈도 많이 들인 공연장으로 알고 있는데, 이 공연장 처음 생기고 개막작 보러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이걸 도대체 공연장이라고 지은 것이냐...하는 불만만 가득 쏟아 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단 주차공간이 너무 없어서 사람들이 진입, 퇴장할 때 난리법석이랍니다. 주변 공터를 이용하여 주차를 대신하고 있는데 밤늦게나 눈이 오는 날 같은 경우는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일단 지상 없이 지하로만 이뤄져서 한강진역에서 바로 연결되는데, 지하철을 이용하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난리법석의 동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표소는 지상 1층에 있고, 객석 1층은 지하에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여러모로 우왕좌왕할 수밖에요.
그러나 이런 편의시설을 다 떠나서 최악은 공연장이 크기는 크되 내실이 없다는 점입니다. 옆으로 긴 무대에 좌석 간격이 좁다 보니 중앙블록 중앙에 자리를 잡으면 출입하기 힘들고, 시야도 엉망입니다. 머리 가리는 건 정말 예사. 삼성전자관도 만만치는 않아요. 사운드 역시 난리법석. 희한하게도 이 공연장에 꽤 좋은 작품이 많이 올라오는데도 공연장으로 인해 마이너스 되는 점이 너무 많아요. 이태원하고 가깝긴 하지만, 걸어서 오가기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고요. 건물 내 편의시설도 별로 없지요.
저는 그나마 6호선 라인에 집이 있어서 이동 거리가 적다는 유일무이한 장점만 가지고 있는 슬픈 공연장입니다. (실제 6호선이 활용도가 좀 낮다 보니, 이거에 불만 가진 분들도 있긴합니다.)
2) 유니버설아트센터
일단 아차산역. 서울 동쪽 끝에 있는 공연장입니다. 어디서든 멀지요. 잠실에 오는 분들 역시 쉽지 않은 곳입니다. 5호선 라인에있는 분들만 가까스로 좋은 공연이에요. 뭔가 엘레강스한 공연장 디자인이 신비롭긴 합니다만, 오직 그것뿐이에요.
(출처:유니버설아트센터 공식 홈페이지)
이 공연장은 원래 발레를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런데 간간히 뮤지컬이 올라옵니다. 사실 이 공연장의 경우는 작품이 올라오면 두 번갈 공연을 한 번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연장에 대한 불만이 많답니다. 주변 편의시설도 없고, 좌석도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시야장애도 많은 데다 음향시설도 엉망이라, 매번 불평이 많지요. 리모델링을 했다는데도 나아진 게 크게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사실 대극장이 많이 늘어가는 추세라 상대적으로 공연도 드물게 올라오긴합니다만, 사실 여러모로 참 난감한 공연장임에는 틀림없지요. 그나마도 이 공연장이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는 핑곗거리는 있지요. 주말 낮에 오면 같이 붙어있는 대공원 구경을 할 수 있어 그것은 좋습니다. 날씨 선선한 날 낮공연을 보고, 가로질러 산책하기 좋거든요. 그건 추천.
3) 국립극장
말 그대로 국립이 붙어 있는데도, 이 공연장은 참 난감한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공기 좋은(?) 남산등성이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자칫 공연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면 큰일 나요. 셔틀이 다니긴 합니다만, 공연 시작 20분 전까지만 운영합니다. 재빨리 움직여야 하죠. 걸어 올라가려면 헉헉대면서 최소 10분 이상을 걸어야 해요. 물론 주변시설은 전무. 동대입구역까지 내려오면 충무로 족발 거리가 있기는 합니다.
(출처:국립극장 공식 홈페이지)
일단 메인 공연장인 해오름극장은 규모가 너무 큰 공연장입니다. 5개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좌석이 1,800석 정도됩니다. 엘지아트센터가 1,000석 정도 된다고 하면, 꽤 큰 규모입죠. 대극장 해오름말고도 달오름, 별오름, 하늘극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기 특징이 있는데 여기에는 해오름만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사실 지원을 받아야 올릴 수 있는 공연들이 올라온다는 면에서는 꽤 좋은 공연장일 수 있습니다만, (특히, 국악이나 판소리 공연들도 많이 이뤄지거든요.) 여기의 문제는 그에 비해 공연장 좌석도 영 배치가 엉망이고, 시야장애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사실 양옆 사이드 블록은 잘못 앉으면 안 가느니만 못하지요. 그리고 공연장 사이즈가 애매하게 크다 보니, 잘 맞아 떨어지는 공연이 별로 없어요. 흑.
이 밖에도 워스트후보로는 대학로 유니플렉스도 있습니다. 지하 깊이 공연장이 있는데, 올라오는 통로가 너무 좁아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겠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삼성역에 있는 백암아트홀도 뮤지컬 올리기에는 무리인 공연장입니다만, 간간히 공연이 올라오더군요.
나가며
영화관의 경우, 어느 정도 규격이 정해지다 보니...크게 편차가 나지 않습니다만, 공연장의 경우 실제 라이브로 배우와 관객, 그리고 무대장치가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공연장의 퀄리티 또한 매우 중요한 평가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서비스의 차이도 가지각색이라 매번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곤하지요.
공연마다 전용극장이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런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지요. 그러다 보니 공연이 개막될 때마다 공연 매니아들이 주로 의견 나누는 것은 혹시 시야장애가 있는지, 음향사고는 없는지, 서비스는 어떤지 등이 되고는 합니다. 예전에 올라갔던 공연도 다시 점검해 봐야 할 사항이 꽤 많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신뢰 있는 공연장에 공연이 올라가면, 이 요소들을 안심할 수 있어 좋습니다. =)
사실 세종문화회관도 음향이 형편없기로 유명했었는데, 언젠가 소리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김동률 씨가 콘서트를 연 적이 있었어요. 그때 갔었는데 이 공연장에서 이런 소리가 날 수도 있구나 하고 정말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어느 공연장이든 철저히 준비한다면, 인재(?)는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보니, 이래저래 조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지지와 일방적인 비난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만, 적어도 후발주자 공연장의 경우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는 공연장을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발 관객들의 입장에서 동선과 객석시선을 조정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때때로 이렇게 돈을 쓰고, 어떻게 이렇게 날림으로 지어 놓은거지 하는 생각이 공연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든요. 흑. 이런 부분은 공연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부분이니, 이름 걸고 공연장을 세우는 주최 측에서도 잘 신경써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연장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기업이미지도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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