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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던 트랜스포머 4 리뷰 (스포有)

 


 

트랜스포머, 영화, 트랜스포머 리뷰, 스포일러

 

기대는 하지 않을지언정 보고 싶기는 했던 <트랜스포머 4>가 개봉했습니다. 결과는 근래 보기 드문 안 좋은 작품이었네요. 전에 이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보라고 권했던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요. 올해는 물론이고 제 블로그 인생을 통틀어 최대의 실수라고 정정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쓴 글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자책하긴 처음인 것 같네요;;;

 

<트랜스포머 4>는 왜 그리 실망스러웠을까요? 제가 보고 느낀 리뷰를 남깁니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를 볼 예정이거나, 결말을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주의해주세요!

 

 

 

온고지신, 답습

 

마이클 베이가 집중포화를 받고 있지만 실상 <트랜스포머 4>의 첫 번째 문제는 갈수록 나빠진 각본입니다. 단순함의 미학을 보여줬던 1편을 제외하고 뒤를 이은 속편들은 죄다 과도한 욕심을 부리면서 불필요한 이야기 전개를 가미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옹호하는 많은 사람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뭘 바라는 거야?"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 영화들은 속편을 거듭하면서 자신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외치는 형국입니다. 차라리 진짜 단순했다면 더 좋았겠는데 말입니다. 설상가상 매끄럽지 못했던 각본을 마이클 베이가 감당하지 못하면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저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되었네요.

 

<트랜스포머 4>의 경우에는 전편들, 특히 3편을 모조리 답습하다시피 합니다. 씨드 = 큐브(1편), 다이노봇 = 디베스테이터(2편), 전반부 락다운 = 쇼크웨이브(3편), 후반부 락다운 = 센티넬(3편), 조슈아 = 딜런(3편) 등입니다. 물론 저는 이 캐릭터들이 서로 외형적으로 닮았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각 영화에서의 역할과 비중을 약간 변형한 정도로 유사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디베스테이터가 그랬던 것처럼 <트랜스포머 4>의 다이노봇도 별 비중도 없이 그저 등장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마지막에 펼쳐졌던 락다운과 옵티머스 프라임의 일전은 어땠습니까? 과거에 센티넬이나 메가트론과 보여줬던 그것처럼 하이라이트라고 하기엔 참으로 김이 빠졌습니다.

 

트랜스포머, 캐릭터, 인간

 

인간, 캐릭터, 트랜스 포머

 

리뷰에서 인간 캐릭터의 난입이 이야기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분위기를 해쳤다고 말했습니다. 이 역시도 <트랜스퍼머 4>는 전편들의 과오를 고스란히 밟는 현상입니다. 다만, 3편의 딜런을 재활용한 것처럼 보이는 조슈아에게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말미에 개과천선하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트랜스포머 4>에게 약이 아닌 독이었습니다. "인간은 이런 가능성을 갖고 있으니 악하고 어리석어도 오토봇이 보호해야 한다"는 근거로 삼고 싶었는지, 자연스레 비중이 더 커지면서 마이클 베이의 전매특허인 몹쓸 유머를 가득 담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조슈아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등장했던 수(리빙빙)라는 캐릭터도 차라리 없는 게 나았습니다. 아직도 아시아인은 들러리일 뿐인 겁니다.

 

주인공 삼인방도 허수아비와 별다를 게 없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이전 시리즈의 샘과 그 연인의 조합이 한결 간단하고 이야기를 덜 해쳤습니다. 1편~3편의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트랜스포머 4>는 마크 월버그와 니콜라 펠츠 그리고 잭 레이너를 묶어서 가족주의를 전에 없이 강하게 고취하고자 합니다. 마이클베이가 <아마겟돈>을 통해 보여줬던 가족주의 중심의 스토리 흐름이 여기서도 보입니다. 진부하고 실망스러운 표현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 후안무치던 캐릭터에게 운전을 잘했다는 이유로 딸을 하사하는 것은 기가 찰 정도였습니다. 

 

트랜스포머, 영화, 4

 

속편, 포석, 트랜스포머 시리즈

 

<트랜스포머 4>의 백미라고는 하지만 억지로 건너간 홍콩에서 시작하는 라스트도 3편의 시카고 전투를 재연한 것이었습니다. 오토봇을 위협하는 락다운과 인간이 결탁했다는 설정도 3편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설득력이나 개연성에서 <트랜스포머 4>는 훨씬 뒤떨어지는 데다가 이미 본 이야기를 또 보게 한 꼴이니 배 이상으로 지루했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트랜스포머 4>의 락다운은 옵티머스 프라임을 잡는 대가로 무려 씨드를 주기로 하고 인간과 손을 잡았습니다. 과연 이게 설득력 있게 와 닿던가요? 락다운이 뭐가 아쉬워서 '트랜스포머의 천지창조'와 맞먹는 힘을 가진 씨드를 기꺼이 인간에게 주고 평화롭게 사라진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외려 <맨 오브 스틸>의 조드처럼 슈퍼맨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구를 박살 내겠다고 협박을 하던가, 3편의 디셉티콘처럼 "인간은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니 얼른 오토봇을 내몰아라"고 하는 게 훨씬 그럴듯합니다. 아무리 봐도 락다운이 박애주의자나 평화주의자는 결코 아니니 말입니다. 결국 이런 씨알도 안 먹힐 설정을 <트랜스포머 4>에 갖다 붙힌 건 속편을 염두에 둔 무리한 포석에 불과합니다.

 

굳이 스탠리 투치가 연기한 조슈아를 락다운과 협력하게 해 쓸데없는 개그나 늘어놓았으면서도 <트랜스포머 4>에 심은 이유 역시 동일합니다. 조슈아 덕분에 갈바트론으로 환생한 메가트론이 마지막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즉 씨드를 매개체로 한 락다운 → 조슈아 → 갈바트론으로 이어진 관계는 <트랜스포머 5>를 대놓고 예고하는 데 필요했을 뿐입니다. 막상 각각으로 쪼개서 보면 세 캐릭터가 <트랜스포머 4>에서 하는 역할이라는 게 참 보잘것없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조슈아는 이전 삼부작의 시몬스처럼 재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한데 섞어서 이야기를 직조했으니 영화의 완성도는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도 속편을 넘어 <시니스터 식스>까지 내다보고 무리한 전개를 일삼았으나, <트랜스포머 4>는 정말 막무가내로 쑤셔 넣기만 했습니다.

 

트랜스포머, 3, 범블비

 

헐리우드, 상업영화

 

저는 에런 크루거의 이와 같은 집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속편의 제작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드러낼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추측의 여지로 남겨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컨대 <트랜스포머 4>에서는 조슈아가 락다운과 거래하여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는지 정도만 알리는 걸로 충분했습니다. 나머지 조슈아의 역할 아닌 역할은 그대로 둘 수도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5>는 "알고 보니 그가 트랜스포뮴으로 생산한 갈바트론에 메가트론의 영혼이 들어갔더라"고 하면서 시작하면 됩니다. 구태여 이번에 갈바트론과 스팅어를 보여주고 시답잖은 이야기와 유머로 시간을 늘리지 않았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홍콩에서의 결전에 갈바트론과 스팅어가 꼭 필요했던 건 아니잖아요?  대규모 전투를 보여줄 요량이었다면 락다운에게 끄나풀 몇 명을 붙여주는 걸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만족하지 못하고 억지에 다름없을 정도로 갈바트론과 스팅어에 이어 다이노봇까지 별 의미 없이 나열하는 데 급급했던 건, 제임스 카메론과 피터 잭슨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했던 이야기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보여주기'에만 집착한 결과입니다. 즉, 영상이 영화의 전부인 것인냥 만들어 낸 거죠. 전형적인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면모를 보여준 부분이기도 합니다.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이게 다가 아닙니다. <트랜스포머 4>에는 온갖 PPL(Product PLacement)이 가득합니다. 트랜스포머가 변신하는 자동차가 대부분 GM 산하의 모델이라는 건 다 아실 겁니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와 관련 기업이 공동 마켓팅을 펼쳐 이익을 얻는 건 산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 4>는 마치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가 맥락 없이 PPL을 일삼는 것처럼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조슈아가 보여준 트랜스포뮴은 비츠 바이 닥터 드레의 스피커로 변신하고, 마크 월버그는 버드 라이트 맥주를 마십니다. 이 외에도 빅토리아 시크릿, 삼성, 엡손의 제품이나 로고가 무차별적으로 수두룩하게 등장합니다. 오죽하면 북미에선 "PPL의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비판합니다.

 

한편 <트랜스포머 4>에서 마크 월버그의 딸로 등장한 니콜라 펠츠(현재는 만 19세)는 미성년자로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란 놈은 "로미오와 줄리엣 법 덕분에 문제될 게 없거든요!"라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반박합니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인종도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습니다. 더욱이 이런 설정이 미성년자 캐릭터의 쭉쭉빵빵 몸매를 보여주면서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면죄부로 사용한 것 같다는 의구심도 든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어? 얘 몸매가 끝내주네. 이걸 감출 순 없지. 내가 누구야? 나 마이클 베이야! 일단 여자 배우는 최대한 벗고 노출해야 해. 근데 미성년자라고? 뭐 어때. 로미오와 줄리엣 법이 있으니 그걸 방패막이로 삼고 남자친구랑 사귀는 데 하자 없는 걸로 얼버무리면 돼!"라고 상상하는 건 제가 너무한 걸까요?

 

아무튼 <트랜스포머 4>는 여러모로 자본주의의 집합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항상 "상업영화도 그 나름의 가치와 용도는 있다"고 주장했던 저지만 <트랜스포머 4>의 수준이라면 글쎄요. 망설여지네요. 

 

이 영화가 재미없고 엉망이라는 걸 넘어서 그 이유와 바탕에 자본주의와의 심각한 타협과 수용이 있다는 점에서 <트랜스포머 4>는 개인적으로 형편없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네요.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트랜스포머 4>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퇴보시켰다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트랜스포머가 흥행에서 성공하긴 하겠지만 적어도 관객반응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단순하게 변신로봇만으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이걸로 명백해졌으니까요. 아이맥스 3D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글쎄요... 다른 건 접고 그걸 보러 가겠다고 했던 저조차도 지쳐서 나가떨어졌습니다.

 

트랜스포머, 리뷰, 악평, 평점

 

마이클 베이, 에런 크루거

 

에런 크루거는 <트랜스포머 2~4>의 모든 각본에 참여했습니다. 최근에 그는 "로봇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논리적인 전개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물론 두 소재가 상상의 산물이니 어느 정도 일리는 있으나, 영화 속 '이야기'에는 적어도 개연성, 합리성, 타당성 등이 있어야 합니다. 다수의 관객이 원하는 '논리'는 에런 크루거가 토로한 것과는 다릅니다. 단적인 예로 옵티머스 프라임은 락다운의 공격을 받고 치명상을 입은 채 끌려갔습니다. 용케 오토봇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곧 지구로 돌아왔던 락다운과 멀쩡한 기체로 맞서 싸워 이깁니다. 언제부터 옵티머스 프라임에게 자연치유 능력이 생겼나요?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입니다.

 

설사 논리적이지 못한 소재를 도입하더라도 "현실에 이런 것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와 같은 고민과 의문이 필요합니다. 소재의 논리성과 이야기의 논리성은 별개란 말이고, 그 둘을 조화시키는 게 창작입니다. 제아무리 영화가 가상이나 공상의 소재를 다루더라도 관객이 공감하지 못하고 몰입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외면하는 게 당연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 진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서 "현실적"이라는 평을 얻은 건 아니잖아요? 에런 크루거와 마이클 베이는 이런 차이를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트랜스포머에게 철저한 고증이나 과학적 논리에 근거한 이야기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트랜스포머 5>에 이미 참여가 확정된 에런 크루거는 여러 가지 의도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융합시키려 하지 말고, 아주 단순할지언정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 긴장의 유지를 저해시키지 않는 각본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물론 이 부탁이자 희망은 제작사인 파라마운트가 제일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덧)

제 기억이 맞다면 마이클 베이는 <트랜스포머 4>를 끝으로 물러납니다. 막 제작에 들어간다고 했을 당시에 발언을 번복하고 남은 것에 대해 새로운 삼부작을 위한 셋업은 마치고 떠나기로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진 두고 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감독에게 넘겨서 변신을 꾀하는 게 이 시리즈를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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