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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한국의 컬덕트 ③] 하이엔드 오디오 아스텔앤컨 시리즈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의 일부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고가에 판매되는 오디오입니다. 보통 수 백만 원에서 억 단위를 호가하기도 하고,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주문 생산을 하는 특화된 오디오입니다. 워낙 고가인 까닭에 많은 명성을 지닌 해외 업체만 살아남은 좁은 시장이죠. 여기에 등장한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아스텔앤컨입니다. 아스텔앤컨은 지난 2012년 69만 원짜리 AK100이라는 제품을 출시했고, 뒤를 이어 AK120, 그리고 AK240을 출시했습니다. AK240의 출시가는 무려 278만 원입니다. 이는 포터블 오디오 역사상 최고가입니다. 이 제품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한국산 제품이라는 것이고, 아스텔앤컨 브랜드를 만든 곳이 다름 아닌 아이리버라는 점입니다.

 

▲ AK100 (출처:아이리버 아스텔앤컨 공식 홈페이지)

 

아스텔앤컨, 왜 비쌀까?

 

아스텔앤컨이 비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뛰어난 만듦새입니다. 아스텔앤컨 AK240은 두랄루민이라는 소재를 깎아서 만듭니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고급 소재입니다. 내부 용량은 256GB나 됩니다. 현재 고급 노트북도 256GB가 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오디오 포맷 중에서 가장 용량이 높고 고음질인 DSD파일의 (네이티브) 재생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포터블 플레이어였습니다.

 

▲ AK240 (출처:아이리버 아스텔앤컨 공식 홈페이지)

 

높은 기술력과 뛰어난 음질 덕분에 전 세계 오디오 잡지들은 AK240에 대해서 일제히 칭찬릴레이를 벌였죠. 국내보다 해외에서 판매가 오히려 좋았고요. 특히 일본의 네티즌들은 "왜 우리나라(일본) 기업인 소니 같은 데서는 이런 제품을 못 만드느냐?"며 볼멘소리를 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의 제품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대중 명품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제품의 완성도와 음질이 뛰어난 제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후발주자에게 역전당한 한국

 

잘 모르는 분도 계시지만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한국의 새한미디어가 1998년에 만들었습니다. MP3 플레이어에 있어 한국은 종주국이었죠. 아이리버 역시 1999년 설립된 MP3 플레이어 1세대 회사입니다. 애플의 아이팟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1년이었고, 초창기에도 한국 제품들은 여전히 세계를 주름잡았습니다. 그러나 한국 제품은 소프트웨어나 제품의 완성도보다는 기능과 가격 경쟁에만 몰두했습니다.

 

제품 본질에 충실하기보다는 동영상 재생이나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죠. 반면 후발주자였던 애플은 흔한 FM 라디오 재생도 지원하지 않지만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고, 좀 더 사용이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갈고 닦습니다. 그리고 2005년 아이팟 나노라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MP3플레이어 업체들을 모조리 고사시키기에 이릅니다. 아이팟 나노는 6.9mm라는 얇은 두께와 4GB에 이르는 플래시 메모리로 많은 음악을 저장할 수 있었고,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수억 곡의 음원을 지원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했고요. 한국산 MP3 플레이어들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본질에 집중하다

 

아스텔앤컨이라는 브랜드는 아이리버가 2012년 새로이 런칭한 고급 포터블 오디오 브랜드입니다. 계속되는 매출 하락으로 위기에 빠진 아이리버가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1년여 만에 개발한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동영상 재생이나 FM 라디오 같은 부가적 기능이 전무합니다. 오로지 뛰어난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내부 용량은 기존 MP3 플레이어에 비해 몇 배나 더 많고, 24bit 192 Khz의 일반 MP3 플레이어로는 재생이 안 되는 HD 음원도 재생이 가능했습니다. 몸체도 진동을 최소화해서 음질향상에 도움을 주는 알루미늄이나 두랄루민의 고급소재를 사용한 것도 국내 제품 중에는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또, 번들 이어폰도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고급 오디오는 고가의 헤드폰으로 들어야지만 제대로 된 음질감상이 가능하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포커스를 오로지 오로지 좋은 음질에 맞춘 제품입니다. 처음 시장의 반응은 어리둥절했습니다. 60만 원이 넘는 고가에다가 번들 이어폰도 들어 있지 않고, 동영상 재생도 안 되는 제품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독특함이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였습니다. 포터블 오디오가 흔히 겪게 되는 애플 아이팟과의 비교도 피해 갔습니다. 목적이 다른 기기니까요. 아스텔앤컨은 입소문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의 음악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어냅니다. 잡스러운 부가기능이 아닌 제품 본질로 승부하는 것, 그리고 제품의 완성도를 극한까지 올리는 것. 저가의 중국산 제품과 엄청난 자본력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입니다.


 

▲ AK120 (출처:아이리버 아스텔앤컨 공식 홈페이지)

 

한국에서 태어난 대중 명품

 

한국이라는 나라와 명품은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유럽이나 일본의 제품만이 명품이라는 사대주의를 가진 사람도 많죠. 그러나 아스텔앤컨은 포터블 플레이어 분야에서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명품입니다.

 

어떻게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아스텔앤컨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아이리버는 1999년 탄생했습니다. 오랜 역사는 아니지만 디지털 오디오(특히 디지털 포맷 재생)의 역사만 한정한다면 거의 시초격인 역사입니다. 아스텔앤컨은 비록 1년이 살짝 넘은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아이리버라는 카테고리 '원조'회사가 모회사입니다. MP3 플레이어의 종주국인 한국에서 직접 만들며, 일정 부분 수작업과 고급 소재가 쓰입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만듦새와 음질에서는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제품입니다.

 

포터블 제품 중에서는 스튜디오 퀄리티 파일 재생, DSD 재생에 있어서 혁신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명품의 요건을 갖춘 제품입니다. 그리고 아스텔앤컨은 엄격한 브랜드 관리와 기술적 혁신, 그리고 마니아들을 충족시키는 음질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아스텔앤컨이 진정한 명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끝없는 기술혁신과 품질 유지, 그리고 엄격한 관리로 한국의 명품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