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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 강화, 걱정되는 이유

금융위원회는 불황의 여파로 대기업 구조조정이 늘자, 올해부터 '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를 강화했습니다. 이 제도는 담보없이 빌린 돈이 많은 기업을 사전에 관리해 부실해지지 않도록 평가하는 제도로, 이번 강화조치에 따라 재무구조 평가방식이 바뀌고, '관리대상계열'이라는 별도 관리 그룹이 신설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모두 '취약한 대기업 그룹이 제때 감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전경련 역시 이런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감시 대상을 일률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피해자를 만들어내지는 않을까요? 
 

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기업, 정부, 구조조정, 대기업, 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

 

이번 조치로 인해 재무 구조에 문제가 없는 그룹들까지 불필요한 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개별 그룹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탓입니다. 이런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평가방식의 개선점 및 관리대상계열 제도의 운영상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선, 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의 우려가 되는 부분을 살펴보고 개선방향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제도,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에 따른 개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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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현행 부채비율 중심의 재무평가가 개별그룹의 다양한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종과 관계없이 부채비율이 높아질수록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 체결을 피하기 위한 기준점수가 함께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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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위 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듯이 이번 평가부터는 커트라인이 세분화되어 적용됩니다. 따라서 항공•해운 등 대규모 투자로 인해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을 가진 장치산업들은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전경련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이러한 평가구조는 여신회수 가능성에만 주목한 결과”라면서 “그룹의 주력업종에 따라 부채비율 구간을 다르게 설정해 기준점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채비율 산정 시 그룹 내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를 합산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문제입니다. 기업 관계자는 “워크아웃, 법정관리하에 있는 일부기업으로 인해 전체의 평가결과가 나빠져 그룹 내 우량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연대책임을 피하기 위해 워크아웃 등 별도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은 재무제표 합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채무계열의 평가의 우려점, 어떠한 개선이 필요할까

 

이번 주채무계열의 기업부실 사전방지제도 개선내용 중 하나인 비재무평가의 계량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성적으로 평가되었던 7개 항목(지배구조위험, 산업•재무항목 특수성, 영업추이 및 전망, 해외•금융계열사 상황, 우발채무 위험, 재무적 융통성, 기타) 각각에 대해 이번부터–2∼+2점의 점수가 매겨지는데요.

 

이에 대해 기업들은 비재무평가가 감점요인으로만 작용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 관계자는 “재무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넘더라도 비재무평가에서 최대–14점까지 깎일 수 있어, 최종적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며, “지금껏 비재무평가 시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졌는데, 주채권은행이 재무성적이 저조한 그룹에 대해 미래 성장성 등을 이유로 정부의견에 반하는 가산점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비재무평가를 포함한 전체 평가결과가 공개되어야 합니다. 지금 재무평가와는 달리 비재무항목까지 반영된 종합의견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요. 이제는 비재무요소가 점수의 형태로 재무약정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그 결과를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관리대상계열 신설, 기업에 낙인효과 끼칠 우려 제기돼

 

올해부터는 재무약정을 체결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점수를 받은 그룹을 관리대상계열에 포함시키게 됩니다. 기업은 주채권은행과 별도의 약정(정보제공약정)을 체결해야만 하는데요. 기업들은 관리대상계열 신설이 재무약정 체결그룹 확대와 동일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기업 관계자는 “관리대상계열은 재무약정 그룹보다 평가점수가 높지만, 시장에서는 구태여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무약정 그룹과 마찬가지로 낙인효과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조달금리 상승 등이 일어날 수 있어, 관리대상계열의 선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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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효과에 따른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업들은 관리대상계열 선정에 있어서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현행 재무구조 평가만으로 관리대상계열을 정하지 말고, 후보그룹에 한해 외부기관(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의 종합평가를 한 번 더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업 관계자는 “현재의 재무구조 평가체계가 한계를 가진 만큼, 제3자가 기업의 성장성, 미래 사업환경,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 등을 이차적으로 판단해 상태가 양호한 그룹에 대해서는 정보제공약정 체결을 유예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잘못된 방향의 제도는 바로 잡아야 합니다. 정부의 재무구조 개선 의지는 위기확산 방지와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지금의 평가체계 아래에서는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기업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이 오히려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던 소비와 시장경제가 다시 위축된 상황에서, 일률적인 재무구조 개선유도로 호황기를 겨냥한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좌절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 이야기한 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그룹에 한해 최소한으로 운영되어, 불필요한 피해를 받는 기업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금융조세팀 박병준 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