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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토크/대학생경제읽기

지적재산권법과 공정거래법의 상충관계

지난  2014년 2월,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 자신들의 표준특허를 침해했으므로 3세대(3G) 이동통신 표준특허를 사용하지 말라”며 제기한 특허 소송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삼성의 행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며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맞대응하며 공정위에 제출한 애플의 신고서가 기각된 것입니다.

 

(출처:컨슈머타임스)

 

얼핏 보면 삼성과 애플의 특허권 다툼 중 일어난 하나의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표준특허권자의 침해금지 청구행위가 지식재산권 남용행위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법간에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소송이 벌어진 것일까요? 이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두 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재산권은 지적 창작물을 보호하는 재산권으로서, 권리자에게 이를 독점적 혹은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산업의 발달 내지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제도 입니다. 따라서 지식재산권에 포함되는 특허권은 특허권자의 독점적인 지위를 인정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제한, 저해하는 독점 등의 행위를 규제하는 법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의하고 나니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지식재산권은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반면, 공정거래법은 독점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니까 서로 상충된 관계가 아닌가요?”

 

다시 앞에 애플과 삼성의 사례를 살펴봅시다. 삼성은 기업의 고유한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여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었고 이에 관련해서 애플에게 특허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2011.4.2)을 제기했습니다. 이러한 삼성의 행동에 대해 애플은 특허권남용으로 인해 시장의 경쟁질서를 방해한 것이라고 대응(2012.4.3)한 것이지요.

 

 

(출처:공정거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지적재산권 남용과 독점규제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9조(무체재산권의 행사범위) 이법의 규정은 「저작권법」,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 보호법」 또는 「상표법」 에 의한 권리의 정당한 행사라고 인정되는 행위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회는 정당한 지식재산제도에 의한 권리 행사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권리의 행사가 정당하지 못할 경우, 지적재산권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를 애플과 삼성의 이번 다툼에 대입해 보면 이렇게 됩니다. 삼성의 표준특허를 함부로 사용한 애플, 기술료만 낸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표준특허를 빌미로 소송까지 제기한 삼성. 표준특허의 보장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제한은 과연 상충되는 걸까요?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제 답은 ‘아니오’ 입니다. 지적재산권법은 발명과 창작을 위한 보상을 제공하고, 공정거래법은 불공정 경쟁이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여 경쟁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두 제도 모두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용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사회, 문화 발전을 도모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공정위가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특허분쟁 해결 협상의 경과와 협상에 대한 애플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애플이 협상에 성실히 임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때문에 삼성전자가 소송을 부당하게 이용해 애플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해야할 일도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죠.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 지식재산권의 실효적 보호와 적정한 보상는 필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지적재산권 보장이 독점방지보다 우선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개인이든 기업들이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국가가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그러한 노력을 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적재산권을 정당하지 않는 곳에 사용함으로써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막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역할입니다. 일례로, 2009년 공정의는 퀄컴에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이 경쟁기업의 모뎀칩을 사용하는 사업자에게 차별적인 기술료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CDMA 기술에 대한 사용료를 받는 것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이를 무기로 모뎀칩 시장에서 경쟁사를 쫓아내기 위해 기술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은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행위하는 해석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두 제도가 모순 없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지식정보화시대에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는 지적재산권 제도가 독점을 발생시키는 아이러니한 일이 없도록, 반대로 공정거래법 제도가 지식재산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참고문헌


백형기, “지적재산권법과 독점규제법의 충돌과 조화”, 정보화정책 제13권 제4호, 2006
송창현, “지식재산권 남용과 규제”, 글로벌경제 시대의 법률 가이드
최병규, “지적재산권과 경쟁법의 상호관계”, 지식재산21, 통권 제83호, 2004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참고자료

 

최진주, 전경련, 경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