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캠퍼스토크/대학생경제읽기

지진 예측에 실패한 이탈리아 과학자들과 배임죄의 관계는?


지진 예측에 실패한 이탈리아 과학자들과 배임죄의 관계는?





2009 4 6일 이탈리아 라퀼라 지방에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대규모 천재지변을 예측하지 못한 이탈리아의 과학자 6명과 공무원은 최고 6년형과 129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피해를 받은 라퀼라 지진 피해 주민들은 정의가 실현되었다며 좋아했다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지진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과학자들에게 떠맡겼다는 의견이 있었다또한, 세계 과학계에서는 과학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과학자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 경영자들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소신껏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들에게 지진 피해의 책임을 물어 결국 금고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영인들도 이와 비슷하게 배임죄라는 죄목으로 경영활동 중에 책임을 지게 되기도 한다. 


배임죄는 다른 사람의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를 어기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경우 혹은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입히게 될 때 성립하는 법이다. 국내 기업 C의 경영자인 A씨는 'C계열사를 돕기 위해 자금을 부당지원했다' 는 내용으로 배임죄로 기소되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배임죄의 모호성 


배임죄는 그 회사의 채권자와 소액 주주 보호, 금융결제 합리화 등등의 순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임죄 본연의 문제점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법 조항의 범위가 넓고 모호하기 때문인데 최근 번복되고 있는 배임죄 관련 재판을 보면 배임죄의 적용 및 처벌 기준의 불명확성이 가진 심각성에 대해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 기업 C의 경영자인 A씨는 배임죄에 대한 재판을 받을 때마다 무죄와 유죄가 번복되고 있다. C사의 위장계열사를 돕기 위해 계열사들이 9,000억 원의 자금을 부당지원했다는 죄였다. 이에 대해 1심에서는 실질적인 손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는 A씨가 위장계열사의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알고 있었지만, C의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이로인해 손해를 입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른 배임죄 재판에서도 무죄와 유죄 판결이 자꾸 뒤집히는 것을 볼 때, 배임죄의 정의에 대한 모호한 규정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의 경우는?

 

 

현재 배임죄를 법률로 규정하는 나라는 독일, 일본, 한국 이렇게 세 나라가 있다. 이외의 다른 나라들은 벌금 등의 민사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독일과 일본의 배임죄 적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보다 배임죄 처벌 규정이 비교적 명확하며 처벌 강도도 낮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의 배임죄주체는 법률에 따라 위임을 받은 관계에 의해 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타인의 사무처리자라고 정의하여 모두가 대상이 될 수 있는 규정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배임죄는 제삼자에 손해를 끼칠 목적이 뚜렷해야만 배임죄에 적용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또한 손해 발생의 가능성만 있어도 배임죄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법률보다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배임죄가 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악영향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292개사를 조사한 결과 49% 배임처벌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배임죄의 처벌을 피하려다가 경영상의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우선, 기업의 의사결정이 지연이 될 수 있다. 배임죄를 피하고자 의사결정과정마다 법률 자문단의 의견을 얻다 보면 사업의 진행이 지연될 것이다. 


둘째,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보수화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도전을 꺼리는 보수경영으로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셋째, 투자위축과 신규 사업 진출 좌절의 문제점도 있다. 새로운 투자는 경기를 활성화 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일조하는 장점이 있지만, 배임죄에 기업인들은 소신것 신규투자를 결정하기 힘들어 지는 것이다.


 



끝으로 글의 서론에 소개했던 이탈리아 대지진을 예측해내지 못해 금고 6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베르나르도 베르나르디니스 박사는 2012년 과학 잡지 네이처지에서 올해 가장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또한, 이 사건은 MBC의 서프라이즈 프로그램의 황당한 진실 이야기에서도 소개되었다. 이는 배임죄와 관련하여서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 본 게시물은 자유광장 서포터즈 학생들의 제작물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