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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일감몰아주기? 기업의 효율성을 보장해야하는 이유는?





노벨경제학 수상자 로날드 코우즈는 스승 플랜트로부터 이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경제 시스템은 가격 메커니즘에 의해 조정된다, 그리고 경제 시스템은 자율적으로 작동된다.


로날드코우즈(사진출처: 아하경제)


그런데 코우즈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접하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가격 메커니즘에 의해서 거래와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반면에 기업 안에서는 내부적인 거래 및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그는 가격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격을 발견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코우즈는 이전 경제학자들이 모르고 지나쳤던 비용의 개념을 정립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입니다.

정보의 탐색과 확인, 협상과 결정, 집행과 같이 기업이 하는 모든 행위들에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시장에서 효율적 주체와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는 기업에게 위험요소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효율적으로 거래를 해 왔던 주체와 계속해서 거래하기 마련입니다.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계열사들끼리의 거래, 즉 ‘내부 거래’입니다. 내부거래는 또한 일감몰아주기라는 단어로도 불립니다.

기업이 특정한 경제 주체와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그 자체로 효율적 경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나름대로의 효율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것이지요.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도움이 되지 않는 협력을 계속 할 이유가 없습니다.

코우즈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내부거래는 거래비용을 가장 작게 만드는 매우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기업행위입니다. 비용이 낮아지면 득을 보는 것은 시장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효율성을 찾아가려는 행위를 ‘일감몰아주기’라는 이름으로 제한하려 합니다. 내부 거래, 혹은 계열사 간 거래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기업을 소유한 오너(owner)의 지분이 많은 계열 회사와 거래하도록 지시하게 되면 오너의 이익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익을 추구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기업 내부 거래는 증여세 대상입니다. 시장 가격이 100원인 물건을 오너의 자식이 있는 계열사 간의 거래에서 훨씬 비싼 300원, 아니 500원에 사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종의 증여가 가능해집니다. 이런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내부거래가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것과 같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사진출처: 아주경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업의 계열사 간 거래는 거래 비용을 최소화 하여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증여를 위한 꼼수가 본질이 아닙니다. 만약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지원행위가 회사 이익에 반하거나, 경쟁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것을 입증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떤 행위가 경쟁을 제한한 것인지 아니면 효율적 기업행위인지 입증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기업의 불법적인 행위가 걱정되고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벼락에 맞을 확률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외출 금지를 내리고 있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이런 웃지 못할 일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효율적 기업 행위인지,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 행위인지를 구분해줄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한 법적인 입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규제를 하기 전에 기준을 마련하고, 입증 능력을 키워가려는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선 제한하고 보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업활동(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이 뿐만이 아닙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는 것도 어떤 기준에서 선정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경제력집중도가 높다는 이유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때 제시되는 경제력집중도를 산출하는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기업 집단의 매출을 GDP로 나누어서 경제력집중도를 산정합니다. 분모인 GDP에는 해외생산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 매출에는 포함이 되지요. 결국 매출이 늘수록 경제력 집중도는 높게 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기준으로 규제의 논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업의 행위를 경제민주화라는 대중적 주문 아래서 제한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정부의 입증 능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원천 봉쇄 같은 규제는 경제 주체들을 위축시킵니다. 경쟁을 막거나 기업이익을 침해하는 일부 행위는 철저히 규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규제 범위가 너무 커져서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게 됩니다. 혹시 우리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행위를 하는 건 아닐까요?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변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