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스토리/칼럼노트

반값등록금? 나라살림을 생각하시옵소서!


단도직언


이 나라 백성의 8할이 대학 교육을 갈망하매, 젊은 백성이면 당연히 ‘대학생’ 이 되는 형국으로 인하여 나라님의 ‘대학생’ 사랑이 지극한 요즘입니다. 그러나 대학생 사랑이 도를 넘어 집착으로 이어지며, 급기야 ‘반값등록금’ 라는 기상천외한 배포를 보여주시니, 나라님의 정성에 소인이 감탄 어린 염려의 마음을 올립니다.

이 나라가 대학을 당연지사로 여기는 풍토라 한들 ‘대학생’은 특권이 아닌 줄 아뢰옵니다. 더욱이 부잣집 자제에게 나랏돈으로 교육을 시키려 하신다니요. 무릇 복지 후생을 위한 돈이란 가난한 자를 위해 먼저 쓰여야 한다는 통념과도 어긋나옵니다.

무엇보다 반값등록금이라 한들 그것을 통하여 도달하려는 목표를 모르겠사옵니다. 어떤 목표가 있다 한들 단지 반값으로 후려쳐서는 근본적인 답이 되질 않사옵니다.

너도나도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 하면서 등록금 부담을 반절이나 해소해주겠다니요. 결국 만백성이 대학을 들어가려 할 것이요, 모두 다 대학 교육을 받은 이후에는 석사 증명서 따기에 열을 올려 학벌 문제는 더욱 커져만 갈 것이 뻔하옵니다.

소인,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직업 전선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히려 집안 사정이 좋은 친구를 위하여 소인이 세금을 내고 있는 형국이니, 더 큰 문제이옵니다. 힘든 젊은 층을 위하는 정책이라 하면  소인 같은 사람부터 그 혜택이 돌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못하는 역차별에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입니다. 나라가 호의를 베풀어서 이 법의 효과가 집단 전체에 이르도록 방법을 다시 생각해 주시옵소서.

반값등록금이야 미봉책에 불과하옵니다.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판단되면, 왜 높아졌는지 대한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런데 그저 “등록금이 비싸다며? 반절 깎아주지 머.” 라는 기상천외한 표몰이를 하고 계시니 이게 어인 일이옵니까.

반값등록금을 실행하면 무엇이 그토록 변할 수 있는지를 먼저 말씀해 주시옵소서. 찰나동안이야 힘든 마음이 조금은 달래질수 있을 지 모르겠사오나, 분명 어디선가 나라 살림에 ‘빵꾸’가 날 것이옵니다.


서당도


얼마 전 두 세 미만의 아이들을 위하야 ‘무상 보육’을 주장했던 한 고을이 부족한 재정 문제와 준비되지 않은 능력으로 인하야 백기를 들며 ‘GG 선언’을 하였사옵니다.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디 나라 살림의 목소리도 들어주시옵소서!

부족한 재원을 증세를 통하여 충당한다고는 하나, 일단 나라님부터 세금을 제대로 안내시는 마당에 백성들이 제대로 낼 리 만무합니다. 또한 세금 징수비용이 발생하고, 저항도 만만치 않아 실질적인 효과가 미비하다는 선비들의 연구가 수북함을 헤아려주시옵소서.

돈이 더 긴요하게 쓰여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고민해도 모자랄 형국입니다. 모두의 등록금을 줄여준들,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효과가 나는지에 대해서 책임 있게 주장할 수 있는 나라님이 있으면 나와 보라하고 싶사옵니다. 일단 나라님으로 당선 되면 장땡인 것입니까?

말로만 내 뱉은 정책에 대하여 그 누구하나 책임을 지지 못하는 마당입니다. 백성들을 볼모로 이 나라를 실험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나라님을 안 잡아 가고 귀신은 무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등록금의 동결을 주장하던 무리들이 있었사옵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동결조차 하지 못했던 터에 ‘반값’을 들고 나왔사옵니다. 세상의 이치들과 만물의 움직임이 단순히 ‘가격’ 하나 변했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닐 터이며, 그것을 막는다고 한들 그동안 나라의 세금이 쓰이던 다른 곳이 부득이 하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은 너무나도 자명한 이치입니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여 대학의 재정이 줄어든다면 나라는 응당 손실에 대한 보전을 해주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보전을 해줄 수 있으며, 또 언제까지 보전을 해주실 생각이신지 여쭙고 싶사옵니다.

안 되는 것에 대하여 솔직하게 털어 놓고, 실패의 원인을 찾아 볼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된다고 뻥을 치며, 이것이 대안이라 뻥을 치는 사람들에게 ‘KIN’을 선물 드리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의 나라 곳간 살림이 내일도 영원하리라는 착각에 빠져 사는 듯 하옵니다. 오늘 내 지갑에 100만냥이 있다고 한들, 내일도 내 지갑에 100만냥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도대체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행하려 하시는 나라님은 무슨 생각이시며, 이런 문제를 모르면서도 나라님을 하겠다는 배짱은 무엇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사옵니다. 

소인이 앙망하옵니다. 인정과 솔직한 평가 속에서 더욱 더 좋은 정책이 탄생할 수 있음을 기억해주시옵소서. 


[변도령의 단도직言]


이천십이년구월스물일곱날

 ‘靑雲' 변종국 올림



자유광장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