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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중소기업 살리기, 경쟁력 확보가 제일 중요합니다.


신석훈 박사, 경제민주화 특강, 한국경제연구원

                                                                 
안녕하세요?
최근 정치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경제민주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갈등유형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갈등을 크게 분류하면 수직적 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수평적 경쟁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도급 거래관계에서 초래되는 갈등은 전자에 해당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논쟁과 같은 골목상권보호는 후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1. 하도급 거래보호정책의 문제점

하도급 거래에서는 납품단가와 관련된 갈등이 많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상생’ 관계로 만들 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규제해 반사적으로 중소기업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입니다.

과연 이러한 정책들로 상생이 가능할까요? 하도급 거래의 본질이 ‘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거래당사자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계약관계를 맺습니다. 계약을 통해 양 당사자 모두 혜택을 봅니다. 기업 사이의 계약은 거래 당사자들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춘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도급, 신석훈 박사, 경제민주화 특강, 한국경제연구원


물론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완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도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압박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행사가 사기나 강박(제110조)에 해당한다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제103조), 상대방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계약인 경우(제104조), 계약상의 권리를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행사하지 아니하고 남용한 경우(제2조) 등에 해당한다면 명백한 불법입니다. 이것은 민법을 위반하는 불공정행위로서 무효나 취소사유가 되고 중소 납품업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민법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법인 하도급법에서 과징금과 형벌과 같은 강력한 제재수단을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하도급 계약관계를 이렇게 강하게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대기업과의 계약에서 대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대기업을 규제해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자칫하면 그 부작용이 중소기업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아닌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진 정책만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력에 바탕을 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 달리 하도급법상의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청 중소기업마저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이들을 사업 파트너로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신석훈 박사, 경제민주화 특강, 한국경제연구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거래관계의 본질은 계약입니다. 당사자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경우에만 동반성장하며 상생을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지위로는 상생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오히려 중소기업에게 더욱 도움이 됩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과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이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2. 골목상권보호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골목상권’이 어느 업종까지 인가 하는 점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빵집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골목상권에 이러한 업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경점, 꽃집, 서점 등 우리 동네에는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크기의 점포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 라는 어려운 고민을 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이 대기업이나 대형점포 업주들과 경쟁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보호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입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유통점 보호라는 정책목표를 대기업이나 대형마트 규제를 통해서만 풀려고 하면 안됩니다. 이럴 경우 소비자의 이익 침해가 항상 문제로 남습니다. 소비자 이익으로 끝나는 경쟁 보호가 아닌 경쟁자 보호에 정책적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신석훈 박사, 경제민주화 특강, 한국경제연구원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입과 영업시간 등을 제한할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봅니다. 또한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영세 납품업자, 매장 직원 등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WTO나 FTA 때문에 규제할 수 없는 외국계 업체들만 자유롭게 활동하며 골목상권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경쟁을 제한’하여 골목상권을 보호하려는 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중소업자들이 자신들만의 장점을 살려 대형업자들과 차별화된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쟁 활성화 정책’만이 지속성을 가지며 골목상권뿐 아니라 소비자,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전반에 도움이 됩니다.

진정한 경제민주화 방법은 정치논리에 기초한 따뜻한 가슴보다는 정책적 논리에 기초한 냉철한 머리에서부터 찾아야 합니다.


신석훈 박사(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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