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룹 창업주의 아들이자 기업가,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이끌어낸 FIFA 부회장, 7선 국회의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정몽준 의원이 생각하는 21세기형 리더십은 무엇일까요? 전경련 안창경 연구원과 정몽준 의원의 대화를 한번 들어 보시죠.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정을 몽땅 준 남자 정몽준입니다.
정을 몽땅 준 남자요?
지난 총선 때 지역구의 어떤 어르신께서 저를 그렇게 부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디 나갈 때마다 그분 말씀을 인용해 자기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소개 멘트네요. 저도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를 어떻게 소개해야 될까요? 의원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죠. 유라시아 대륙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나라가 강대국의 갖은 위협과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제강국 반열에 올라와 있잖아요. 물론 지난 5천년동안 수치스럽고 숨기고 싶은 순간들도 더러 있었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밝다는 거에요. 골드만삭스나 아시아개발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하니까요.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지 약 100년만에 세계2위의 경제강국이라니. 기적의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국사람들은 우리나라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묘사하곤 하죠. 광복이후, 짧은 시간만에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 각 분야에서 열심히 땀흘려온 기업과 국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요. 저희 아버지 정주영 회장님만 하더라도 식인종이 득실대던 파푸아뉴기니부터, 알래스카, 태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셨거든요. 그 당시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없고, 대학에서 공학을 제대로 배운 사람도 없었지요. 하지만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만 가지고 맨몸으로 부딪혔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그 당시 태국 현장에서 고생 많이 하셨대요.
아무튼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경부고속도로 깔고, 여기까지 온거죠. 요즘 잠재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대로 성장이 정체되는 게 아니냐 하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 저력이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앞으로도 우리가 만드는 기적은 계속 될 것 같아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기적이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사회구성원을 통합하고 이끌어나가는 영웅 혹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광화문에는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두 분의 동상이 세워져 있잖아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앞으로도 이런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아무리 뛰어난 인물도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해요. 결국 앞으로는 뛰어난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기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1세기에는 예전과는 다른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과거에는 카리스마 있고 본인의 소신을 정확히 관철시키는 영웅이 사회를 이끌어갔지요. 그런데 21세기,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주어진 환경과 정부조직을 잘 컨트롤하는 사람인거죠.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남다른 비전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까지 고민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1996년 우리나라의 OECD 가입에 모두가 환호했을 때, 누군가는 멕시코형 외환위기의 발발을 염려했었거든요.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실제로 1998년에 외환위기가 발생하기도 했고요.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자는 구성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에 대해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 과거 클린턴 대통령도 It's the economy, stupid!(이젠 경제야, 바보야!) 라는 문구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잖아요.
그렇죠. 경제가 곧 민생이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경제 전문가임을 자처하지만 실제로 시장경제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시장경제는 수백만개의 신호등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교통체계와 같거든요. 한두명이 이를 직관적, 즉흥적 관점에서 통제하려 한다면,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가 발생합니다. 결국에는 교통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처럼 국가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간혹 시장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하지만, 정부의 개입에도 시장축출형 개입과 시장친화형 개입이 있으며, 그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해요.
그럼 우리는 경제문제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월드뱅크가 사용하는 용어 중 나눔성장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상당수 국민이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그 성장의 혜택을 다함께 나눈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가 이 나눔성장에 성공한 나라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우리 자신을 잘 이해하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결국 경제가 잘 되려면, ‘절약-저축-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선순환구조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의지를 잘 살려야 하거든요. 혹자는 우리나라 수출의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는데, 전 신흥국의 수많은 중산층을 우리의 잠재고객으로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위험요인은 없을까요?
바로 남북관계죠. 요즘 종북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정치인들 중에서도 김일성, 김정일을 지나치게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금 걱정스러워요. 사람들은 저보고 아버지는 금강산 사업하고, 쌀도 주고, 소도 주고 하셨는데, 너는 왜 이리 북에 대해 엄격하냐? 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은 우리나라를 노리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끊임없이 도발하는데, 햇볕정책을 논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발상이에요.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도 중요하지만, 햇볕정책의 제 1원칙, 북한의 무력도발과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입장이 먼저 관철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차세대 리더에게는 남북관계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현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을 한마디로 정리해주시겠어요?
앞서 리더가 갖춰야할 여러 가지 덕목을 이야기했지만, 결국에는 정직과 책임의 리더십이 핵심인 것 같아요. 서두에 말했던 시스템에 의한 국가경영을 위해서는 늘 국민과 소통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가 항상 정직해야겠지요. 그리고 정치인들은 모두 인기를 쫒기 마련이지만 막연한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해요. 포퓰리즘이란 게 당장은 좋아보여도 미지근한 물에 갇힌 개구리가 결국 삶아져 죽듯, 우리사회를 서서히 망칠 위험이 있거든요.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도 중요하지만, 햇볕정책의 제 1원칙, 북한의 무력도발과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입장이 먼저 관철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차세대 리더에게는 남북관계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고요.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도 중요하지만, 햇볕정책의 제 1원칙, 북한의 무력도발과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입장이 먼저 관철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차세대 리더에게는 남북관계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고요.
지금까지 정을 몽땅 준 남자, 정몽준 의원님이 생각하는 21세기형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앞으로도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왕성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이 글은 2012년 6월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제 5회 KERI포럼, '21세기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 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가상 카카오톡 대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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