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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특별강연>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본회 부설 국제경영원은 2월 17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를 초청한 가운데 ‘김정일 사후 북한정세와 한반도 통일문제’를 주제로 조찬경연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강연에서 이 박사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우리는 통일한국이 되면 바로 강대국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날 강연 내용을 요약·정리해 소개합니다.

 

통일을 위해선 미국과의 동맹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 


북한을 철권통치하던 김정일이 죽었다. 김정일이 죽었다고 발표된 당일, 12시부터 밤 11시까 지 신문사와 방송국으로부터 전화 60통을 받았는데, 물어보는 질문이 한결같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였다. 나는 그 질문은 틀렸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질문은 적어도 한국인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구경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래는 우리 가 객관적으로 분석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북한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북 한의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것은 어떻게 되더라 도 그대로 두면 안 되는 것이다. 적어도 어떻게 만들어야 될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 가를 생각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김정은 정권이 성공할 때는 무슨 문제가 생기고 실패할 때는 무슨 문제가 생길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전략적 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김정은 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

 

1980년대 우리나라 운동권의 대부이자 인권운동가인 김영환 씨는 “김정은의 정권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김정일의 경우는 아버지의 친구들인 혁명 1세대가 도와줬으나, 김정은에게는 그런 지지자가 없으며, 카리스마도 없고, 민심을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제트스키를 즐겨 타며 “인민들도 이것을 타는가?”라고 물어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어찌 인민을 지휘할 수 있겠는가.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3대 세습 은 불가능한 일이며, 권력쟁탈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세습이 성공할 가능성은 10% 이하, 치명적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은 60~70%라고 말했는데, 나는 이에 적극 동의한다.

 

 

북한의 사상은 ‘전체주의’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만든 것은 신정주의이다. 이는 대통령을 예수님에 버금가게 만들어놓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신정정치(theocracy)를 하고 있다. 유훈 통치라고도 하는데, 죽은 사람이 권위의 원천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권위를 빌렸듯이, 김정은은 김일성의 권위를 가지고 통치하는 나라를 만들었다.

 

이러한 나라의 특징은 ① 인간생활의 모든 국 면을 규제하는 공식 이데올로기가 존재한다. ② 1인 지배의 유일 대중정당이다. ③ 당과 비밀경찰에 의한 테러체제이다. ④ 대중매체의 독점이 이루어진다. ⑤ 무장력의 독점이 이루어진다. ⑥ 전체 경 제의 중앙통제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전체주의 국가의 기본인데, 북한은 이것을 가장 완벽하게 갖춘 체제를 만들었다. 그래서 집단지도체제로 갈 수 없다. 중요한 지도자가 한 사람만 있기 때문에, 국가 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사람이 없을 때 나머지는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그런데 김정은이 과거 김정일이 한 것을 해낼 수 있을까? 나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경제개방을 못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는 개방을 하면 북한 주민들은 다 잘살 수 있으나 김정은이 못살기 때문이다. 북한의 딜레마는 나라를 살리는 방법과 정권을 살리는 방법 이 반대라는 것에 있다. 국민을 살리자니 정권이 죽고, 정권을 살리자니 국민이 죽는다. 그런데 이 둘을 어떻게 다 살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택한 것이 나진-선봉, 신의주, 금강산, 개성을 경제 개발구역으로 개방한 것이다. 이곳들은 북한의 네 군데 끝자락을 간신히 연 것이다. 체제를 변화 시키지 않고 이 이상은 바꿀 수가 없다. 김정은 자체가 죽기 때문이다.

 

 

햇볕정책? 북한의 대남공격과 전혀 무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이 폭파됐다. 그 후 9월 28일에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대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막내아들도 대장으로 진급했다. 이는 천안함 사건이 김 정은을 위해서 한 것임을 나타낸다. 북한에서는 천안함 사건을 그들이 했다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장군들이, ‘김정은이 이 나라를 끌고 갈 수 있겠나?’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 사건 이후, “천안함은 쟤가 했대, 대단한 놈이야! 배도 한 방에 보내고 남한에서도 꼼짝 못했잖아, 대통령도 가만 히 있었고… 이게 다 쟤가 꾸며서 한 거야. 대장감이야. 나라 맡겨도 되겠어!”하며,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정당화 시키고 미화하는 근거로 천안함 사건을 활용했다.

 

햇볕정책을 안 해서 북한이 도발한다고 생각하는가? 그 렇지 않다. 우리는 북한에게 221번 세게 맞았다. 나눠 보 면 1년에 3.8번이다. 햇볕정책 기간 동안에는 평균 4.1번 맞았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4.6번 맞았다. 결국 북한의 군 사도발은 북한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 우리의 대북정책하 고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내부적 문제가 생겼거나, 먹을 것 이 없을 때, 미국과 대화하고 싶을 때, 그때 도발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남조선 인민들은 전 쟁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총을 ‘빵’ 쏘면 다 도망간다. 비 록 지금은 식량과 기름이 부족하지만 휴전선만 넘으면 남조선을 쉽게 먹을 수 있다.” 이는 김정일의 이야기가 아 니라, 손자병법에 그대로 나와있는 말이다. ‘유능한 장수 는 적의 쌀로 아군을 배부르게 한다, 유능한 장수는 적 의 물자로 전쟁한다. 전략이란 본질적으로 기만이다.’ 웃 기는 얘기이다. 우리가 잘하면 웃기는 얘기이고, 잘 못하 면 맞는 얘기인데, 천안함 사태 당시 우리 국민들의 모습 은 김정일의 생각에 들어맞았겠지만 연평도 포격사건은 그 판단이 잘못됐음을 알려줬다. 이 사건이 난 이후에 우 리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이율곡과 이순신, 그리고 고구 려의 정신이 일깨워진 것이다. 그때 특히 우리 젊은이들 이 분노했다. 요새 20대들은 진보적 성향인데, 북한에 대 해서만은 극우파이다. “북한에 쌀 보낼까?”하면 “그 돈으 로 우리 등록금 인하해주세요”라고 한다. 물론 그들이 경 제적으로는 사회주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상당히 반북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통일한국을 향한 길, 지금이 기회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력을 12위로 본다. 지정학적으로 불 리한 위치임에도 세계 12위이면서 버티고 살 수 있는 이유 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군사력으 로 세계 2위이다. 중국은 자타 공인하는 2등이다. 일본의 능력도 거의 중국하고 같다. 물론 경제력은 중국보다 10배 부자이다. 이런 세계적인 강대국 사이에 둘러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의 국력이 약한데, 앞으로 이를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통일이다. 통일을 하면 우리나라는 우리 힘만으로도 일본이나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프랑스의 국력쯤 되기 때문에, 그 정도면 일본이나 중국이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통일이라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이유에는 지정한적인 근거가 있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가 통일이 된 모습을 ‘망치’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분단된 한반 도, 잘라진 망치가 중국에 안전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지정학적으로 통일된 한반도를 단도처럼 생각한다. 이것 이 일본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그래서 단도가 분질러져 있는 상황이 일본에게는 안전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은 우리나라를 구조적으로 통일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일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미국은 한반도를 통일시켜야 되겠다는 쪽으로 대전략의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에 있어 한반도의 통일은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북한 이 너무 미운 것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고 싶은데, 마침 북한이 흔들리고 있으니 이를 대한민국 이 책임지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점점 커지면서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이 통일된 한반도가 미 국 편이면 중국의 도전은 그대로 중립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는 미국이 보기에 중요 한 땅이다. 미국은 과거에는 일본을 가지고 중국을, 중국이 강해지면 일본을 가지고 아시아의 질 서를 유지했다. 한국은 워낙 약하기 때문에 포함이 안 됐다. 중국 편이든 일본 편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 사람들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미국이 보기에 한반도를 통일시켜야겠다는 계산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을 컨트 롤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정학적으로 기회가 온 것이다. 김정일이 죽고 북한 정권이 강 하지 못한 것이 바로 찬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북한의 대남전략은 무엇일까? 미국이 보기에 통일된 한반도가 미국이 아닐 것 같다면 통일을 시키겠는가? 미국에게 불리한 조건을 가진 정권이 북한에 들어설 때, 미국의 한반도 통일정책은 지연되며, 통일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은 바로 이것이다. 남 한이 친미 국가로 남아있지 않는 것이 북한이 미국의 통일정책에 넘어가지 않는 전략의 첩경이 다. 국제정세와 맞물려 돌아가는 전략 속에서 한·미 FTA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이런 제반 문제 들을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의 사망을 북한의 대남전략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 상황을 능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미국에게 한반도 통일의 최소조건이 무엇이냐면, 통일된 한반도는 미국 편이어야 한다는 것 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미국 편을 할 수도 있고, 중국이 더 싫다고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거래 를 하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을 하려면 보통의 전략을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비스마 르크나 제갈량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김정은은 그 정도까지는 못갈 것으로 보인다. 통일한국의 인구는 독일과 맞먹고, 군사력은 프랑스와 맞먹으며, 영토는 영국과 비슷하다. 이 것이 우리가 통일한국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이 절대적 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