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의 반열에 오르는 대단한 성취를 이룩했지만,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겨울 추위만큼이나 썰렁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2012년에도 내내 불확실한 변수와 맞닥뜨리면서 ‘혼돈의 시기’를 헤쳐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 하나하나가 갖는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세계경제의 화약고 유로존 재정위기가 그렇고, 세계경제의 두 축 미국경제의 침체 장기화에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여기에 신흥국의 성장률 하락과 불안한 외환시장, 그리고 더욱 커진 북한·이란 리스크에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한 해에 치루게 된 정치·사회적 여건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에 타격을 입힐 잠재적 위협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이와 함께 낮은 고용률과 고질적인 청년실업은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 제고가 2012년에도 여전히 최우선 경제정책과제가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임은 자명하다. 당장이 급한 정치권은 정부재정을 확대하여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는 카드를 쓰겠지만, 무상복지에 대한 거센 요구로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인지라 한계는 뻔하고 지속가능성도 의문이다. 임시방편용이 아닌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다.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내수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투자가 서비스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서비스산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생산성이 증대하여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산업화되면 투자 - 고용 - 소득 - 소비 - 시장확대 -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내수도 확충하고 ‘버젓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비스 빅뱅(Big Bang)’이다. 이 때문에 지난 10여 년간 경제계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서비스분야 발전을 화두로 꺼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비전은 미흡했고 규제와 공공성의 논리로 철옹성을 쌓은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려는 의지와 전략 역시 부족했다.
2012년 한 해, 유권자들은 표를 달라는 정치권에 당당하게 외쳐야 한다. 어떻게 버젓한 일자리를 만들어낼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어떻게 만들어낼지 당신들의 생각을 말하라고 말이다. 그 구상이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만한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한다. 기존의 논법, 고답적인 관행, 그리고 자신의 몫 지키기에 매여서 ‘서비스 빅뱅’을 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암울한 미래로 걸어 들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사회구성원 모두 네 탓하지 말고 내가 먼저 한다는 자세, 더 많이 가진 자들이 먼저 변화하고 솔선수범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들어내도록 하자. 그리고 2012년 선거의 해를 새로운 사회계약을 쓰는 축제의 해로 만들자. 2013년 집권하는 정치세력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국민이 그들에게 위임한 서비스 빅뱅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실천에 옮긴다면, 후세의 역사는 2012년을 ‘대한민국 서비스 빅뱅의 원년’으로 기록할 것이다.
최병일 /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 출처 : 월간전경련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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