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세상의 어떤 제도라도 이를 변경할 때에는 이해득실에 따라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촉발시킨 KTX 경쟁체제 도입 찬반논의는 원칙 대신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민영화의 이점은 특히나 효율성의 증대 및 이에 따른 소비자 이익에 있다. KTX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요금인상이 된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다. 하지만 이는 비용부담 주체의 변경에 따른 현상에 불과하다. 경쟁체제 도입으로 KTX 요금이 재조정되면 이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열차나 고속버스, 항공기 등 교통수단 간에도 수송 분담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사라진 국가정책방향의 원칙
세상의 어떤 제도라도 이를 변경하는 데는 상당한 조정비용이 따르고 또 이해득실에 따라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원칙이다. 최근 KTX에 경쟁체제도입에 대한 찬반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논의는 단순히 KTX 하나에 대한 정책 변경이 아니라 국가의 큰 정책 방향의 일부인 동시에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논의가 선거를 앞두고 일어나고 또 의견을 발표한 주체가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회’라고 하니 우려스럽다. 정책 결정에서 금기시해야 할 일이 '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가장 고통스런 시기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일삼는 공약을 듣는 일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달도 따다주고, 별도 따다주겠다’는 약속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민영화의 이점
KTX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1980년대 중반에 영국에서 공공부문의 기업들을 대거 민영화 하였다. 그 때 민영화의 원리로 내세운 것이 정부의 재정수입 확보, 강성인 공공노조의 약화, 국민들의 공기업 소유 확대 그리고 효율성의 증대였다.
공기업 민영화의 이유로 가장 확실한 것이 효율성의 증대이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독점산업이 되면 독점에 따른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그 비용은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독점기업이 민간기업이 아니고 공기업이면 그 부담은 소비자보다는 일반국민이 지게 된다. 공기업 개혁의 핵심에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경쟁체제 도입’이 들어있다.
1970년대 말부터 미국은 항공산업(airline industry)의 규제완화(deregulation)를 통하여 경쟁체제를 도입하였다.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에서 경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그 결과 경쟁의 격화로 항공산업의 불확실성이 일부 높아지기는 하였지만 비행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요금인하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특히 경쟁이 심화되자 항공사들은 '중심지와 부채살노선(hub and spoke)’ 전략을 통하여 항공기의 빈좌석을 줄이고 여객운송의 평균비용을 크게 낮추었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직항로보다 경유지가 있으면 요금이 저렴해지는 것은 항공기 빈좌석 감소를 통한 비용절감의 이익의 일부를 소비자가 공유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민영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공기업 민영화의 반대 이유로 요금인상이 자주 등장한다. 민영화 때문에 요금인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비용부담 주체의 변경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공기업에서 적자가 생길 때 정부가 이를 메워주는 것은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하여 일반 국민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다. KTX가 민영화 되어 일시적으로 요금인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국민의 부담을 줄여서 KTX 이용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KTX 이용자가 요금을 부담하는 것과 KTX와 관련 없는 제3자가 부담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공정하다고 할 것인가?
KTX 요금의 재조정은 새마을이나 무궁화 열차 그리고 고속버스 간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달리하게 하여 교통수단 간에 수송 분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비용을 더 지불하고 빠른 것을 이용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반대로 시간여유가 있는 사람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KTX 요금수준이 적정한 수준이라면 경쟁을 도입할 때 요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김진영 강원대학교 경제학 교수
* 출처 :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