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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다시 한번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할 때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2011년도 벌써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해마다 12월 달력을 마주하게 되면 지난 1년 여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해에 대한 소망을 그리게 되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인지상정인가 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던 세계경제는 연초부터 중동지역 정정불안으로 촉발된 국제원자재가격 급등,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확산, 유럽 재정위기심화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충격요인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회복세가 둔화되고 재침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은 재정•통화 등 정책대응 여력이 별로 없는 가운데 주택시장과 고용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선진국 주택가격은 금융위기 이전 고점대비 20~30% 하락한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고, 금융위기로 급등했던 실업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고용시장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세계경제 회복세를 견인해 왔던 신흥국은 아직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정책과 선진국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조금씩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8월에 접어들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70년 만에 처음으로 강등되고, 그리스 디폴트와 이태리•스페인으로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시장불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최근 EU 정상회의를 통해 그리스 채무 탕감률을 50%로 상향조정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1조 유로로 증액하는 등 큰 틀에 합의함으로써 불안감이 다소 완화되기도 하였으나, 합의안을 실행하는 데 난관이 많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동구권까지 위험이 확대되고 있어 재정위기 해결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세계경제 위기로 대부분 국가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는 양호한 재정건전성, 충분한 외환보유액, 기업의 높은 경쟁력 등에 힘입어 신용등급 전망이 오히려 상향조정 되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강화 및 통화 스와프 등 외환확보 노력과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과 고용창출 노력이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고용 시장은 ’10년 취업자가 32만 3,000명 증가한 데 이어 ’11년 10월 현재 전년동월 대비 50만 1,000명 증가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세계경제 회복세 둔화 및 재정위기 불확실성 지속, 그리고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취약요인으로 지적되는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 관리 강화, 9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해소, 금융회사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한 노력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특히 현재 세계경제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유럽국가의 재정위기를 반면 교사로 삼아, 포퓰리즘적 복지논쟁에 휘둘리지 말고 지속 가능한 복지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노력도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 반세기 우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발전을 이룩했지만, 방심하면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위험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주시하여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모든 경제주체들이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할 때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