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스토리/칼럼노트

[한이의 경제외교 여행기] 아시아 용들의 만남, 한-대만경제협력위원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나라, 대만

요즘 사드 문제로 중국과 외교 및 경제 관계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자 생산국인 중국과 한국이 수교를 맺은 것은 불과 25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강력한 우방국이기 때문이죠. 사회주의가 몰락해 가던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것은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대만과 단교하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타이완(Taiwan·대만)과 타이(Thai·태국)를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대만은 당시 정치, 외교적 측면 외에 경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10대 교역국에 속할 만큼 비중이 있는 국가였답니다.



대만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1960년대 말부터 우리 경제인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66년 한국에서 열린 ‘아·태각료회의(ASPAC)’부터 아·태지역 협력문제가 크게 대두되었는데요. 전경련의 전신인 경제인협회는 때맞춰 ‘아·태경협추진위원회’를 설립해 경제사절단을 꾸려 가장 먼저 대만을 찾았습니다. 경상남북도 정도의 국토 면적에 당시 인구가 2,200만 명밖에 되지 않는 나라임에도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던 대만은 우리 경제인들에게 큰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1968년 5월, 전경련과 중화민국공상협진회는 서울에서 1차 합동회의를 가진 후부터 단교 전까지 ‘한ㆍ대만경제협력위원회’매년 번갈아가며 양국에서 합동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합동회의를 통해, 양국은 많은 경제 현안을 우호적으로 해결했는데요. 


제3차 한·중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1970.11.10~11)


그중 자동차 수입쿼터 확대는 합동회의 때마다 매번 제기되던 사안이었습니다. 당시 대만은 자국의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산 완성차의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는 원칙적으로 수입을 금지하되 한국 자동차는 우호관계를 감안해 매년 정부 간 경제 각료 회담에서 쿼터량을 정해 그 범위 내에서만 수입을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일본산 자동차는 현지조립 형태로 무제한 수입되고 있어서 실제로는 한국산 자동차만이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한국 측 위원회는 이와 같은 불합리한 점을 들어 시정을 요청했고, 그 결과 1990년대 들어서는 수입 제한을 완전히 철폐시키는 성과를 거두었죠. 그러나 통상 분야에서 주로 발생했던 양국 간 현안들이 대부분 해결되고 한국 기업들의 타이페이 시 지하철공사 참여 등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대만 진출 확대가 활발히 모색되던 시점인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이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음으로써 한국과 대만 관계는 한순간에 최악의 관계로 반전되고 말았습니다.



공식 외교채널을 대신하는 민간 외교관으로 거듭나다!

갑작스런 단교 이후 대만과의 관계 복원을 위한 전경련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됐고, 2000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간 정권교체가 실현되면서 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민진당은 한ㆍ대만 간 관계에 매우 유연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그해 5월 천수이벤 총통 취임축하 사절단으로 참석한 경제인들은 한ㆍ대만 경제협력위원회의 복원에 대해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제25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한·대만 관계 복원 이후 가진 첫 경협위 (2000.11.6)


그리고 6개월 뒤인 11월, 한ㆍ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가 재개됐습니다. 이로써 8년 만에 전경련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경제협력 관계를 회복하게 된 겁니다. 단교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음에도 현재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한국과 대만의 관계는 긴밀해지고 있습니다. 2003년 상호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됐고, 항공편도 늘어나 종전 인천·타오위안 외에 김포·쑹산(타이베이), 부산·가오슝 등을 잇는 정기 항공노선이 증설됐습니다. 상호 방문객 수도 200만 명을 바라봅니다. 경제·무역 부문 교류도 증가 추세로, 단교 이전보다 경제·무역·관광 등 민간 교류 기반의 실질적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한ㆍ대만 경제협력위원회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다가오는 9월 7일 제42차 한ㆍ대만 경제협력위원회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양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경제인들의 지혜와 기업가정신이 빛을 발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