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전국적으로 진행되었던 금 모으기 운동, 혹시 기억하시나요? 당시 한국은 외환 보유액이 부족해 IMF(국제통화기금)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당시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아끼던 돌 반지까지 자발적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전 국민의 뜻이 모인 덕분에 2001년 8월, 약 3년 8개월 만에 IMF 자금 전액을 조기 상환하면서 IMF 관리 체제를 완전히 종료시키는 기적을 일으켰죠. 이른바 ‘한강의 기적’에 이은 두 번째 기적입니다.
그런데, 연평균 10%의 고성장을 하던 우리나라가 왜 그런 외환위기를 겪게 됐을까요?
경제 위기라고 하면 보통은 경기 후퇴가 계기가 되어 나타나는 침체나 불황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1997년 우리가 겪었던 외환 위기는 이와 달리 국제 헤지펀드에 의해 발생한 인위적인 경제 위기였습니다. 아시아 통화가 과대평가 되어 있다고 판단한 국제 헤지 펀드들이 차익을 노리고 외환 시장에 엄청난 공매도 주문을 냈던 겁니다. 결국 자국의 통화 가치를 유지하지 못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가장 먼저 위기를 맞은 건 태국! 그리고 그 위기가 곧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갑자기 왜 20년 전 외환 위기 얘기를 하느냐고요?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서 세계 금융 질서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미국 등 강대국들로 구성된 G7(독일,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이 1년에 한 차례 정도 정상회의를 열어 세계 경제 문제를 논의했는데, 아시아의 외환위기 사태는 이 7개국만으로 더 이상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드러낸 것이죠.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교역량은 급감하고 투자가 위축되었고, 금융자산은 조금이라도 안전한 지역을 찾아 대거 이동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느 한 국가가 위기에 대한 처방을 내놓아도 시장으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떠한 위험이 어떻게 도사리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도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G20인데요.
G20(Group of 20)이란, 선진 경제국 G7에 12개 신흥 시장국(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터키, 한국, 호주)과 의장국인 유럽 연합(EU) 등이 더해진 20개국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IMF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20개국이 모인 것입니다. 이들 국가의 총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며, 20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90%에 이르며, 전 세계 교역량의 80%가 이들 20개국을 통하여 이루어질 정도로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죠.
이들은 다자간 금융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지난 2008년 미국 워싱턴에서 첫 정상 회의를 열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재무장관들이 모여 국제적 협력을 논의하던 것을 정상급 회의로 격상한 겁니다.
이어 2010년 11월에는 서울에서 제5차 G20 정상 회의가 열렸습니다.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많은 논의가 진행되었는데요. 처음으로 G7에 속하지 않은 나라가 회의를 개최했다는 점, 시의 적절한 주제들이 다뤄졌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기도 했죠. 이때 G20 정상회의와 더불어 B20(G20 Business Summit)도 서울에서 개최되었는데요. B20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안하여 시작된 회의로,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참가국의 주요 기업 CEO들을 초청해 가지는 경제계 간 회의를 말합니다.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교역과 직접투자, 금융안정, 녹색성장,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4개 의제를 다룬 이 회의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 방크 회장, 스티브 그린 HSBC 회장, 피터 브라벡 네슬레 회장 등 34개국의 12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회의를 통해 우리 기업과 전경련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욱 확장되었는데요. 4차 산업혁명의 선구자인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이 같은 기업인 참여 프로세스에 대해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역사적인 업적이라며 높이 평가하기도 했답니다.
글로벌 경제 정책 공조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G20! 의장국이 매년 바뀌어도 경제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며 높이 신뢰받고 있는 이유는 B20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B20의 경제단체들은 단순히 G20의 정책 자문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글로벌 환경 구축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한 규제 개혁, 제도 개선, 대정부 건의 등 자국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는 각국의 경제단체들인 만큼 서로의 역량과 경험을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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