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스토리/칼럼노트

[한이의 경제외교 여행기] OECD의 독립자문기구 BIAC(비아크)를 소개합니다!


전쟁 직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한 후진국이었던 한국이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요? 바로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 회원국이 된 순간부터입니다.


OECD 가입은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 선진국의 자격을 갖추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선진국 진입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죠. 회원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장점도 많은데요. OECD는 회원국들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치 경제에 관한 지혜를 공유하므로 선진 정책을 보다 수월하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또 OECD의 규범을 따름으로써 국제거래 비용과 위험을 크게 줄여 경제발전을 가속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OECD는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다른 국제기구와는 달리 다원적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 인권의 존중 등 OECD가 요구하는 자격요건을 갖춘 나라만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지금도 세계에서 35개국만이 OECD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이 OECD 회원국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번에는 그 배경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OECD에 가입되기 3년 전인 1993년 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실.


“BIAC 정기총회에서 한국과 멕시코를 회원가입 가능국으로 지정했다고 하니 어서 실무단을 꾸려서 파리로 갑시다.”


정례 회장단 회의의 분위기는 다소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BIAC(Business and Industry Advisory Committee)는 1962년 OECD 정책결정 과정에 민간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자문기구인데요. 미국의 국제경영협의회,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약칭 경단련), 영국의 CBI(영국경제인연합회) 및 BDI(독일경제인연합회), CNPF(프랑스경제인연합회) 등 세계 주요 민간 경제단체로 구성된 비정부기구로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당시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한국은 여러 면에서 자신감이 충만해져 있었습니다. 특히 경제 규모도 커지고 기술 및 제품 경쟁력이 향상되어 선진국의 생산품에 못지않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개발도상국’이라는 편견 때문에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급성장한 경제 규모에 맞게 사회 전 분야에서 선진 정책이 도입되어야 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전경련은 BIAC(비아크) 가입을 위해 미국, 일본 등 여러 경제단체들과 협력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드디어 ‘회원 가능국 지정’ 소식을 듣게 된 거죠.



얼마 후, 1994년 3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AC 정기총회에는 조규하 전경련 부회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합니다. 옵저버는 예산 등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물론 각종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정부가 OECD에 가입하면 정회원 자격을 부여받게 되는 것인데요. 전경련은 옵저버 자격으로 회원국들의 경제 사업 활동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확보했고, 여러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대응 전략 마련 등은 물론이고 정부의 OECD 가입을 측면에서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2년 뒤인 1996년 우리나라는 OECD의 29번째 회원 가입국이 됩니다.



한국 경제계의 목소리를 전하다 



한국이 OECD 회원국이 되면서 전경련은 BIAC의 정회원이 되었는데, BIAC 회원이 된다는 것은 OECD의 회원국인 선진국들 간에 수립·시행되는 경제정책에 한국 경제계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전경련은 2002년 BIAC 창립 40주년 총회, 2016년 OECD 가입 20주년 기념 만찬과 이사회를 서울에서 개최해 우리나라의 발언권과 활동을 크게 강화했는데요. BIAC가 35개 OECD 회원국의 42개 민간단체를 회원으로 둔 지금도 부회장 자격으로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우선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전 세계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방안 모색을 위해 BIAC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얼마 전 파리에서 열린 BIAC 총회에서는 BIAC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김윤 삼양사 회장이 자유무역주의 수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 경제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