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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중국 부동산 구매취소 확산과 경착륙 우려

김태완 | 한국경제신문 북경특파원
중국 의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올랐던 중국의 부 동산 가격은 지난 4월 정부가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극약처방을 쓰면서 조금씩 상 승세가 둔화되더니 최근에는 거품이 심했던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 이고 있다. 정부는 물가상승을 이유로 은행대출을 줄이는 등 긴축조치를 유지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될 조짐이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세가 최근 경기둔화 현상으로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경제의 뇌관 중 하나인 지방정부의 부채는 10조 7,000억 위안에 달한다. 이들은 재정수입의 상당부분을 부동산 임대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지방정부의 재정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 들이 은행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중국 은행들이 부실화되고 이는 다시 시중의 자금경색 현상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 주택구매 취소(退房) 현상 확산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동쪽으로 약 27km 떨어진 통저우취(通州區) 징마오궈 지청(京貿國際成). 30여 층의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약 5,00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이곳에서 베이징 시내까지 1시간이면 진입할 수 있어 베드타운으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지난해 초 처음 분양을 시작했을 때 이 아파트 가격은 ㎡당 2만 5,000위안(450만 원)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광풍으로 들썩였던 이 지역은 요즘 입주자들의 시위로 바람 잘 날이 없다고 북 경만보가 최근 보도했다. 이 지역의 일부 아파트 가격이 ㎡당 1만 5,000위안까지 떨어지자, 입주자들이 부동산 개발상에 주택구매 취소(退房)와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에 베이징에서는 모두 631채의 주택의 구매가 취소됐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40% 증가한 것 이다.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상하이, 난징, 항저우 등에서 최근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주택구매 취소’현상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항저우에는 지난 9월 초부터 집값이 내려가면서 10월에 20여 건의 주택구매 취소 현상 이 나타났다. 난징의 주택구매 취소 건수도 이달에 53건이 나 됐다. 이들 지역의 신규 아파트 가격은 최근 고점 대비 20~30%나 폭락했다.
 
상하이 자딩(嘉定)시 룽후리청(龍湖麗城)이라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10월 22일 300여 명의 주택구매자들이 분양사 무소로 몰려와 구매계약 취소를 요구했다. 이 아파트의 가 격이 최근 며칠 사이에 ㎡당 1만 8,500위안에서 1만 4,000 위안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택 구매자들은 며칠새 100 만 위안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며 집단적으로 구매계약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동방일보는“2008년 금융위기 당 시 상하이 인근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폭은 보통 10~20% 수 준이었고 30% 떨어진 곳은 극소수였다”며“올해 집값이 30% 이상 떨어진 신규 아파트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도 더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택구매 취소가 실제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 일 반적인 주택계약서에 따르면, 구매자가 계약을 취소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매취소를 요구하 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 구매취소 조치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개발상들도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구매자에게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 고 문제를 덮는 경우가 많다고 중국신문망이 전했다.
+ 3대 제한정책 효과
최근 중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 유는 중국 정부가 구매제한(限購), 대출제한(限貸), 가격제 한(限價) 등 전방위 부동산 억제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 이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의 긴축기조와 맞물려 부동산 시 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말 베이징을 시작으로 부동산 가 격이 급등한 대도시들을 대상으로 구매제한령을 발동했 다. 이 조치에 따라 해당 시에 호적을 가진 가정은 2채, 1년 이상 거주하면서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납부한 가정은 1채 까지만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외지인들은 아예 주택을 구 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조치는 최근 규모가 비교적 적은 2, 3급 도시로도 확대됐다. 또 상하이와 충칭에는 고급 주택소유자들에게 집값의 일부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보유세도 도입됐다.
 
정부가 돈줄을 죄고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 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중물가가 크게 오르자 지난해 10월 부터 금리를 4차례나 올렸고 은행의 지불준비율도 사상 최 고수준인 21.5%까지 끌어올렸다. 또 지난 2월 첫 주택구입 자에 대한 대출금리 우대조치를 폐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국유은행을 통해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금리를 기준금리보 다 5% 더 높게 적용하도록 했다. 또 정부는 토지를 개발상 에게 임대해줄 때 분양할 주택가격의 상한선과 크기 등을 미리 정해놓는 가격제한주택(限價房)을 대량으로 공급하 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만 1,000만 가구의 서민임대주택 (保障房)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 부동산 억제책 지속될까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최근“현재가 부동산 시 장 억제에서 관건이 되는 시기”라며,“ 주택값 안정화 정책 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는 의견이 많다.
 
최근 중국경제가 산업생산의 둔화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 동산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비 중이 크다.
 
최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에서도 한 쪽에서 구매제한령의 폐지 또는 완화 방안을 제시하자 바 로 다음날 부동산 보유세의 전국 확대 적용 필요성이 나오 는 등 정책상 혼란상황이 표출되기도 했다. 판젠핑(范劍平)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부 주임은“정부가 경제에 부담 을 줄 정도로 부동산 가격을 묶지는 않을 것”이라며“내년 에도 연간 기준으로 4% 정도의 안정적인 가격 상승세를 유 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가 물가 때문에 부동산 가격 정책을 수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아직 6%대로 정부의 목표치인 4%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긴축 기조를 좀처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최근 류밍캉(劉明康)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 주석이“부동산 가격이 40% 하락해도 중국 은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도 그만큼 부동산 가격의 폭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국제신용평가 회사인 S&P는 최근 중국 부동산 판매량이 내년 상반기에 30% 하락 되고, 가격은 10%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완 (한국경제신문 북경특파원)

* 출처 : 월간전경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