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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준법지원인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이철행|전경련 경제본부 기업정책팀장
법무부는 금년 4월 개정된 상법에서 도입하기로 한 준법지원인 제도와 관련하여 준법 지원인 적용대상 기업과 준법지원인의 자격 등을 규정하는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 다. 각계의 의견이 수렴된 시행령을 만들기 위해 법무부는 법조계, 학계, 경제계 전문가들 로‘준법경영 법제개선단’을 구성하여 금년 9월까지 총 6차례 회의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준법지원인 적용대상 기업의 범위에 대한 경제계와 변호사 업계의 이견 차가 너무 커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준법경영 법제개선단’회의가 종료되었다.
 
이이에 따라 법무부는 최종적인 결정을 유보한 상태에서 지난 9월 30일 공청회를 개최하 였다. 공청회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가‘준법경영 법제개선단’위원들로 구성되 어 있었기 때문에 공청회에서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오히려 각종 업종단체들의 대표들이 공청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해 해당 업계가 준법지원인 대상에 포 함되어야 함을 역설함에 따라 밥그릇 논쟁만 더욱 가중되었다. 예를 들어 공인회계사, 법 무사 등 각종 직역단체가 큰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경제계는 새로 도입된 준법지원인 제도가 제정과정에서 흠결이 많이 있는 제도 임을 적시했다. 입법과정에서 법에서 요구하는 공청회도 개최되지 않았고, 정부입법안과 의원입법안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이를 수용해야 할 기업 등과의 충분한 논의나 사회적 동 의 없이 상법개정안에 포함되어 국회를 통과했다. 변호사와 5년 이상 경력의 법대 교수가 상근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특정 전문직종의 이익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 까지 거론했던 사안이었다.
 
또한 경제계는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일정한 자격을 가진 준법지원인 등 특정 한 형태의 준법통제제도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며, 일반 적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도임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회사법을 살펴보면, 준법통제제도를 법제화한 사례는 없다. 미국에서는 판례 및 연방양형지침에서 규정한 인센티브에 따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다만 미 국변호사협회의 모범회사법, 미국변호사회가 발표한 <이사 가이드북>에서 내부통제 관 련 근거를 마련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일본은 자본금 5억 엔 또는 부채 200억 엔 이상의 주식회사와 위원회 설치회사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내부통제체제의 구축에 관한 기본방침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통제담당임원의 자 격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독일 주식법에서는 회사의 집 행이사진은 내부감시장치의 설치를 포함하여 회사의 존속 에 대한 위험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리스크 관리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에 한해 준법지원인을 두는 것이 바람직
준법지원인 제도는 이상과 같이 문제가 많은 제도이지 만, 대통령께서 기업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시행령을 만들 것을 주문하면서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 공표 되었기 때문에 이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5개 경 제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 회, 코스닥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난 9월 21일 자 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에만 준법지원인 제도를 도입 해달라는 것과 준법지원인의 자격에 대해서도 기업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법시행령에 만들어 줄 것을 법무부 등 정부 부처에 건의하였다.
 
경제계는 준법경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 다. 우리 기업들이 준법경영을 잘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제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은 맞다. 그러나 경제단체들은 기업부담을 최소화하면 서 제도의 유효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안착시키기 위해 서는 준법지원인 의무적용 대상기업의 범위를 상장회사 특례기준인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한해서 시 범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들은 현재에도 일반 상장회사와는 다 른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상법상 사외이사 선임에서 있어서 이사 총수의 과반수 이상과 3명 이상을 두어야 한다는 것과 엄격한 요건의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 무화되어 있다.
 
다만,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라고 하더라도 내부통제제도의 일환으로 유사한 성격을 지닌‘준법감시 인’의 선임이 의무화된 금융회사에 대해서 동 제도를 도입 하는 것은 이중규제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준법지원인 제 도의 적용을 면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준법지원인의 자격과 관련하여서도 변호사와 5 년 이상 경력의 법대 교수로 한정하지 말고 대통령령에서 규정할 수 있는 자격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부 경제계와 학계에서는 준법지원인 제도의 정당성에 대 하여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즉, 법조인 출신 국회의 원들이 변호사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기업들에게 새로운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준법지원인은 다양한 업종과 형태의 회사경영을 적법하고 적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법적 지식과 경험을 지닌 전문가라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법률전공자로서 일정기간 상장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법무 또는 감사업무에 종사한 자나 국제 변호사 등을 준법지원인의 자격요건에 포함시킴으로써 특 정 직역을 위한 제도라는 의혹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 법적 강제가 아닌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자율적 도입을 권장해야
한편, 준법지원인 제도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공시통제 제도 등 다른 내부통제체제와의 중복 문제 및 본연의 역할 정립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 아울러 준법통제시스템 은 법적 강제가 아닌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자율적 도입 을 권장해야 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준법통제시스 템의 확산을 통해 기업의 준법경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준법통제시스템을 설치·운용하는 회사에 대하여 다양한 민·형사상 및 행정상의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방안 이 효율적일 것이다. 미국과 같이 대규모 기업이 준법통제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연방양형기준과 연계를 통해 벌금 을 감액해 주고, 아울러 법원에서 이사의 감시의무 해태의 판단기준으로 고려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을 감면해 주고 있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기업은 이익이 된다고 한다면 준법통제제도를 법에서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이를 도입하려 할 것이며, 이렇게 될 때 준법통제시스템은 그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행 (전경련 경제본부 기업정책팀장)

* 출처 : 월간전경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