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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더욱 현실적인 목표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는 누구나 잘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잘 산다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가 결핍되면 잘 산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우리가 사는 지구 전체로 확대시켜 볼까요. 잘 살기 위해서는 환경정책을 통해 지구의 건강을 지키면서 경제개발을 통해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지구가 황폐해지면 경제적 부유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반대로 삶이 빈궁하면 지구가 잘 보존된다고 해도 행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현재 세계 각국이 협의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환경보존에 공감하면서도 경제발전에 대한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관련 이미지


2015년 6월 11일, 한국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안’을 발표했습니다. 환경보존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 합의인 교토협약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만 재계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산업피해를 들어 감축목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이어서 6월 16일에 있었던 경제계 의견발표 자리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의견이 교환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간 구체적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정부는 2015년 상반기에 감축목표를 확정해서 유엔(UN)에 제출하기 위해 4개의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마련했습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8억 5,060만 톤을 기준으로 각각 14.7%(1안)~31.3%(4안)까지가 있습니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정부가 2009년 정한 2020년 배출 목표량(5억4300만t)보다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최초 목표가 다소 무리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입니다.


정부의 감축 목표안 질문 이미지


문제는 이런 최소 감축량도 재계에서 합리적이고 실행가능한 방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방침을 세우는 것은 정부지만 실제로 부담을 지며 이행하는 것은 관련 업계입니다. 정부에서 내놓은 방침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 경제단체는 전형적인 중화학기업부터 첨단 IT업계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 업계는 가장 완화된 1안도 경제발전을 둔화시킨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정부의 감축 목표안 답변 이미지


온실가스는 일상적으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발전소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 등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됩니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원론적으로는 제품생산을 줄이거나 에너지를 적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품생산이 줄거나 에너지를 적게 만들면 경제 전 분야에 걸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합니다.


업계에서는 정부 1안은 한국 경제가 2030년까지 3.08% 성장함을 전제로 하는데 1안 달성과정에서 GDP 0.22%가 다시 감소해서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이 2%대로 줄어든다고 전망합니다.


정부 배출 전망치나 감축률 이견 질문 이미지


온실가스 협약은 배출목표량에 따라 배출권을 할당하고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배출할당량을 넘으면 기업이 그만큼 비용을 들여 배출권을 구입해야 합니다.


정부 배출 전망치나 감축률 이견 답변 이미지


현재 할당된 배출권은 할당대상 업체의 신청량에 비해 너무 부족하기에 막대한 과징금 부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과정에서 업계의 고통과 희생이 많아질 거란 의미입니다.


기업 피해사례 질문 이미지


현재 525개 업체가 배출권 거래제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약 200개 업체가 너무 적은 할당량을 견디지 못해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업체도 생산과 투자 축소, 공장 이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감축 목표 때문에 기업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 피해사례 답변 이미지


다소 아쉬운 부분은 산업부에서 재계 의견을 반영해 감축안을 제시했다고 말하는데 막상 재계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는 점입니다. 부처 성격상 환경부는 당연히 반발하겠지만, 기업들과 소통하고 있는 산업부는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합니다. 정부에서 이렇듯 재계와 엇박자를 내는 것은 각국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기존의 2020년 목표보다 후퇴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감축 계획 후퇴 질문 이미지


하지만 재계는 한국이 2020년 배출전망 대비 30% 감축을 ‘약속(commit)’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우리가 ‘의지를 밝힌 것(communicate)’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서 변경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지금 한창 경제개발 중인 중국은 이산화탄소 기준의 감축목표가 아니라 에너지원 단위, 즉 효율을 높이겠다는 쪽으로 목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감축 계획 후퇴 답변 이미지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명분에 너무 휩싸여 구체적인 목표량 설정에서 현실성을 자꾸만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원전과 신기술을 이용하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산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방사능 누출 우려 때문에 원전 한 기를 제대로 만들기 어렵고, 신기술은 비용 대비 효율이 모자라 활용이 힘듭니다.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면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IT업계는 어떨까요? 디스플레이, 반도체 업계도 감축목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IT업계는 온실가스 배출이 경미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바일 기기를 위해서는 고효율 배터리를 제작하거나 금속 재질로 아름다운 케이스를 만들고 고품질 디스플레이를 제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화학적 처리를 하게 됩니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해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가거나 생산이 늦어지면 공장이 해외이전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산업으로 각광 받는 클라우드 산업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편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아시아 시장을 위해 한국을 중요한 포인트로 데이터 관련 클라우드 센터 건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기준이 강화되고 규제가 늘어나면 이런 첨단 기술투자도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의견에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무리한 목표로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해서는 안됩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욕만 앞서 실현 가능성이 적은 약속을 하기보다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정부는 최전선에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며 경제발전도 해야 하는 재계와 보다 많은 소통을 해야 합니다. 머리를 맞대고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목표치를 정해서 국제사회에 내보이고 실천해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합니다. 지혜를 모아서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경제발전도 제대로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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