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삼성전자.
▲ 오픈소스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좌)와 오픈소스 DBMS 마리아 DB(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는 대표적인 오픈소스 모바일 운영체제이고 마리아DB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오픈소스 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이다. 최근 3개 IT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모두 각각 오픈스택, 하둡, 리눅스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그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IT 계열에 관심이 적은 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IT 관련 시장에서는 혁신을 주도하는 원동력으로 평가받으며 하나의 흐름으로써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OSS) : 저작권자가 소스코드를 공개하여 누구나 특별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 복제, 배포, 수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 : 다수의 컴퓨터 사용자들이 컴퓨터에 수록한 수많은 자료를 쉽고 빠르게 추가·수정·삭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 자유 소프트웨어의 개념을 주장한 리차드 스톨만(우) (출처:UCSB Innovate 사이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1980년대 중반 리차드 스톨만이 주장한 자유 소프트웨어(free software)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는데 여기에서의 “free”는 “무료”의 의미가 아닌 “자유”의 의미이다. 그런데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 해커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이미지로 인해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에 1998년 OSI(Open Source Initiative)***가 만들어지고 새롭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Sun, IBM 등 IT산업의 주요 멤버들을 참여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많은 성공을 이루었다. 이후 리눅스가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아감에 따라 업계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무시할 수 없는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재빠르게 판단한 기업들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산방식을 이용하여 이익을 챙기거나 업계의 조류와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OSI(Open Source Initiative) : 공개 소스 정의(OSD)의 관리 및 촉진을 담당하는 비영리 조합. OSI가 인증하는 공개 소스 소프트웨어(OSS) 인증 마크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공개 소스라는 것을 증명하고, 복제, 재배포 및 개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공개 소스의 기본 이념을 구현하는 단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IDC(International Data Coporation)****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 전 세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매출은 29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22.4%씩 성장해 2013년에는 81억 달러를 상회하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빠른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개방성이라는 특징에서 나오는 두 가지 큰 이점 때문이다.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 IT 및 통신, 컨슈머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공신력 있는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이다.
우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소유총비용(TCO)*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특성상 라이선스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도입비용 또한 적다. 도입 초기의 관리/유지 비용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TCO 절감 효과는 상당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국내 조사에서도 정보시스템 분야에서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사용이 비공개 소프트웨어에 비해 63%의 총소유비용 절감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로버트프랜시스 그룹이 전 세계 2천여 개의 웹서버 운영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년간 리눅스 기반의 웹서버를 운영했을 때 윈도우를 사용했을 때보다 61% 정도 총소유비용이 낮았다.
*소유총비용(TCO) : 시스템의 도입 비용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나 유지 보수, 교육 연수 등과 같이 도입 후에 드는 여러 가지 비용을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의 총비용
둘째로, 독점 소프트웨어의 수익 구조 특성상 존재하는 의존성으로부터 탈피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통제력을 얻기 위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기도 한다. 윈도우즈 XP와 Vista는 2014년 4월 8일 EoS(End of Service)* 되었고, 윈도우 7은 2020년 서버2003은 2015년 다시 EoS 되기 때문에 다시 비용을 들여 업그레이드하거나 신규 구매하여야 한다. 반면, 오픈소스 운영체제는 EoS의 개념이 없다. 레드햇이나 캐노니컬 같은 대형 벤더에게 기술 지원료를 지불하고 배포판을 사용 가능하고, 유료 지원 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패치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각 기업의 업무 환경에 맞게 최적화하여 사용이 가능하다.
**EoS(End of Service) : 서비스 지원 종료. 저작권자가 서비스에 대한 업그레이드, 패치의 지원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EoS된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경우, 보안성 및 안정성과 호환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지재권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이점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가트너의 조사에 의하면 2010년 IT분야 글로벌 3,000개 기업 중 75%가 공개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99%까지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비 IT분야 기업도 절반이나 공개소프트웨어를 기업경쟁력 제고 관점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독점적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안으로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다.
그런데 IT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시장은 여러 가지 장애물 때문에 그 출발이 많이 늦어졌다.
첫 번째 장애물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보안성,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편견이다. 흔히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코드가 공개되어 있어 해커에 의한 해킹 공격을 받기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첨단 보안 업계에서는 소스의 공개여부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리눅스가 다른 플랫폼보다 네트워크 보안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월 보안 전문연구소 SANS(SysAdmin, Audit, Network, Securit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윈도우 계열에서 가장 위험한 20개의 인터넷 보안 취약점 테스트 결과 단 2개의 가벼운 취약점만이 리눅스 플랫폼 사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스가 폐쇄된 독점소프트웨어의 경우 보안상의 문제 발생 시 해당 업체의 대응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반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보안 취약성과 같은 결함을 발견했을 때 여러 업체 및 커뮤니티의 공동 대응으로 짧은 시간 내에 패치 또는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 각종 보안 침해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애물은 우리나라의 특이한 IT 환경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익스플로어 사용률은 95%로 국제 사용률 23%에 비해 매우 높다. 거기에 적은 비용 절감과 개발 편의성을 위해 Active X를 사용하면서 국제 시장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폐쇄적인 국내 전용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각각의 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설치하게 되는 각종 Active X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운영체제나 브라우저 사용자들은 이용이 어려운 페이지들도 많다. 공공사이트에서 사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MS Active X 기반으로 운영되는 MS 윈도우 플랫폼의 독점 상황은 사무 환경에서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사용을 시작단계에서부터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사실은 국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시장이 규모는 작아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009년 103.8억 원에서 2011년 215억 원으로 연평균 20%의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에는 2009년의 세 배가 넘는 352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300억 원의 작은 시장 규모를 가지기에 일견 산업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기술의 공유를 통해 공동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정부(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공공기관 PC 대상으로 오픈소스 운영체제 도입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14년 4월 해외사례 벤치마킹을 완료하였다. 이는 곧,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다. 공공부문의 이전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민간의 신뢰와 홍보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이용자들이 독점 저작권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대안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분야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가고 있다. 공개된 소스코드를 더 업그레이드시켜 그 분야의 선도적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기업들로 인해 혁신은 가속화되고 이용자들은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날 수 있다.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되고 디버깅 되어 개발 직후의 낮은 안정성을 빠르게 보완해준다.
우리나라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산업은 아직 신흥 단계이지만 공개된 소스코드 덕분에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우리에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는 자는 자유의 소중함을 모르지만 한 번 자유를 누리면 다시 자유를 빼앗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익숙함이라는 사슬을 벗으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인식을 전환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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